길목 모퉁이처럼

김진회2008.01.09
조회36
길목 모퉁이처럼...

                                   
플라타너스 숲길로 낡은 버스 한 대 지친 몸 겨우 지탱하며
긴 한숨 같은 신음을 뱉는다.
옆구리 터진 세월 속에서 아련한 추억들이 꾸역꾸역 흘러나오듯
거친 손바닥으로 옆구리를 탕탕 두들기면
날카로운 마찰음을 허공에 내려놓고 힘겹게 멈추던 신작로
이고 진 삶들이 우르르 바쁜 길 떠나 허기가 느껴질 때면
유혹하는 주유소 옆을 주린 배 부여잡고 털/털/털/털/
곤한 몸 뉘일 곳을 찾아 밤을 달렸었지
지나간 발자국 헤아리다 보면 어느 정겨운 숫자가
편안한 꿈나라로 인도해줄 것만 같아서
하나, 둘, 셋...
남은 생을 흔적만 더듬다가, 더듬다가
잡초 우거진 공터 무너진 벽돌담 옆에 쭈그리고 엎드려
옆구리 터진 김밥에 양은 냄비 잘난 채 하는 눈꼴 신 세상을
“길목분식” 명찰 달고 주먹만한 강아지들의 영역싸움에
뜨거운 오물 뒤집어쓰며
너털웃음 흘려야 하는 마음씨 좋은 벗으로
거친 세월을 지난다.
비어버린 허허로운 가슴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