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말 2아웃 아이스크림 아줌마.

이재은2008.01.13
조회39

우리는 그녀를

"승리의 여신"

"신의 계시"라 부른다

 

그녀는

가끔은 신기루 같기도 하고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은

유니콘같기도 하다

 

정말

찾아보면

그녀는

잠실 야구장에 속해 있는

판매원 속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

 

정말 그렇다면

너무

무서울 것 같아

우리는 감히 그녀를 찾아보지 못했다

 

꼭,

엄청난

뒤집기 쇼 전에

쓰윽 나타났다가

쓰윽 사라지는 그져

 

우리는 그녀를

"아이스크림 아줌마"라고

부른다

 

.

 

그.녀.가.나.타.났.다.

 

.

 

여지없이 지고야 마는구나

그렇게 생각한

기적의 7회말에

그녀가 나타났다

 

무사 1,3루에

정말 발떼고 스윙한 발데스의 공이

하늘로 높이 올라

수비수의 글러브에 빨려들어갔을 때

그래, 기적은 없어

라고 생각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2아웃까지 잡힌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박용택이 타석에 들어서는 그 순간

의철오빠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아이스크림 아줌마다 ~!!"

그래.

그녀다

그녀가 강림하신 것이다

 

우리 모두는

"설마"하는 표정이었다

아줌마의 포스가 아무리 강해도

8대4

상대는 권오준

2아웃에

어제는 유격수 병살먹고

오늘은 헛스윙 삼진먹은

박용택 타선에서

어떤 기적이 일어나리라고는

감히 상상하지 못한 것이다

 

 

그때다

박용택은 권오준에게 볼 네개를 얻으신다

에헤라디야 -

종렬 옹이 나왔다

의철오빠는 연신 외쳤다

"폭투 - 폭투 - 폭투"

잠시 후

꼭 금나와라 뚝딱 주문을 외운 것 처럼

권오준은 멋진 를 날리고

박경수는 홈인

 

믿을 수 없는 상황은

사사구 쇼가 계속 진행되고

김상현이 타석에 나왔을 때

그 빛을 들어내기 시작한다

김상현의

믿을 수 없는

좌익수 5M앞에 떨어지는

통타!

 

LG팬들은

이미 이성을 놓아버린지 오래였다

이탈리아에게 역전승한

2002년 어느날 밤보다

더욱 가슴 터질듯한

울컥이는 무언가가 샘솟는

그런 상황

 

그래.

이렇게 8:7로 지더라도

정말 잘했다

고맙다 생각했던 그때

 

만루 상황

53번

LG의 1번타자

이대형이 나왔다

이대형이 권오준을 상대로

투쓰리 풀카운트까지 가져갈 때

모두들

공 하나하나에

쓰러졌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설마, 진짜? , 그럴 수 있을까

하며 마음 졸이고 있었다

 

투쓰리.

여섯번째 공

딱!

소리와 함께

이대형이 친 공은

멋지게 적시타로 뻗어나갔다

 

7회말 2아웃 아이스크림 아줌마.


 

 

순식간에 9:8

전광판의 7회말 칸에 번쩍이는

6이라는 숫자!

역전을 한 것이다.

2아웃 상황에서 주자가 한바퀴 돌며

5점을 작렬한 것이다.

 

이렇게 좋은 순간이

과연

내 생애 몇번이나 될까

정말 행복했다

나의 일년동안 묵혀둔

모든 시름과 고민과 슬픔과 어두움은

그 딱!

소리와 함께 모두 사라지고

 

나에게는 지금

환희와 감동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7회말 아이스크림 아줌마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정말 머리 숙여 감사합니다.

 

PS.물론 수훈선수상을 타진 못했지만

오늘 경기의 수훈은 단연 박경수였다

경수야. 누나가 격하게 사랑한다.

 

PS2. 의철오빠는 종렬옹만 나오시면

1973년생 장충고 졸업 이종렬. 제발. 제발을 외쳤다

그 이유에서였을까

이종렬은 오늘 황금같은 안타, 사사구, 호수비를 보여줬다.

9회말 그의 호수비는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것이다.

 

7회말 2아웃 아이스크림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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