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리포터들이 말하는 ‘내 생애 최고의 쇼’

슈리팜2008.01.14
조회1,598











패션 리포터들이 말하는 ‘내 생애 최고의 쇼’



2003 S/S Alexander McQueen 늘 드라마틱한 패션 신을 연출하는 알렉산더 맥퀸.

이지아 ( 패션비주얼 디렉터) 2003 S/S Dior Couture in Paris 갈리아노의 아이디어가 반짝였던 무대, 황홀한 드레스들, 팻 맥그래쓰의 과장된 메이크업이 시작된 바로 그 쇼. 거기에 그림자 쇼와 소림사 승려 차림의 중국 기예단이 펼치는 무술과 접시 돌리기 등의 서커스까지. 상상을 초월하는 쇼쇼쇼! 1997 S/S Thierry Mugler in Paris 티에리 뮈글러만의 과장된 실루엣과 곤충 모티브의 화려한 의상들을 직접 보고 만지며 두 달을 보냈다(파리 유학 시절 인턴십으로 근무했기에). 드디어 쇼! 무대 뒤에선 슈퍼 모델들을 직접 마주치고 엔도르핀에 도취됐던, 꿈 많은 의상학도에게 충격. 2001 F/W Yves Saint Laurent in Paris 로댕 미술관 정문을 지나 안쪽에 세운 블랙 텐트까지 양쪽에 검은 양복의 남자들이 에스코트하듯 서 있었다. 파리의 보랏빛 저녁 하늘과 돔 안쪽의 보랏빛 조명, 톰 포드의 생 로랑 데뷔작으로 샴페인과 함께 파리의 차디찬 겨울 밤 풍경이 지금도 아른거린다.

김영주( 저자) 2002 F/W Gucci in Milan 편집장 시절 취재했던 쇼. 무대는 온통 블랙이었지만 소재와 디자인은 색의 한계를 넘었다. 무섭도록 섹시한 무대. 새틴의 눈부신 질감, 짙은 아이섀도, 90년대 록 음악. “지금까지 구찌에서 했던 컬렉션 중 최고의 작업이었다”고 말한 톰 포드. 2004 S/S Chanel in Paris 칼 라거펠트의 즐거운 무대, 화사함, 싱그러움, 꽃무늬, 샤넬의 전통 수트와 하늘거리는 드레스의 적절한 합주곡, 무대 중앙에 길게 놓인 은색의 빛나는 테이블 무대 세트. 라거펠트의 깊이와 연륜이 빚어낸 진정한 ‘라이트니스(Lightness)’의 결정체! 1999 F/W Jinteok in Seoul 코엑스 컨벤션 룸에서 빠져 나온 옷들과 서울에도 이런 멋진 쇼가 있음을 자부하게 해준 무대. 덕수궁 숲길을 물들인 빨강, 보라, 노랑 등 총천연색의 너풀거리는 비단 코트들. 대한민국 최고의 디자이너가 보여준 잊지 못할 베스트 컬렉션.

서정은(스타일리스트) 2003 S/S Alexander McQueen in Paris 한국판 패션 기자 시절에 본 쇼. 70여 명의 모델이 Z자 형태로 워킹하며 해적 잭 스패로 같은 헤어&메이크업에 에드워디안 룩을 선보였다. 무지개색 러플 드레스는 압권! 쇼를 보고 다음 시즌 런던 하비 니콜스에 걸렸던 그 드레스가 기억에 선명하다. 2005 S/S Viktor & Rolf in Paris 첫 번째 향수 ‘플라워 밤’ 런칭 쇼. 처음엔 블랙 헬멧을 쓴 모델들이 떼 샷을 연출하자 벽이 회전했다. 이번엔 핑크와 꽃, 리본 의상의 모델들이 똑같이 연출. 그러자 밀랍 인형 같은 빅터 앤 롤프가 나타났다. 쇼 취재에 지친 관객들에게 멋진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2003 F/W Marc Jacobs in New York 할머니 옷장에서 훔쳐본 이미지가 평생의 디자인 모티브라는 마크 제이콥스의 감각이 잘 살아났던 시즌 중 하나. 당시 여자라면 꼭 의상을 보여줬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롤린 머피 옆에 앉아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그 사진은 지금도 내 책상에 꽂혀 있다.

김의향( EX-패션 디렉터) 2004 F/W Gucci in Milan 톰 포드는 ‘이별의 기술’을 잘 안다. 2004년 2월 25일,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한 기억될 화이트 드레스로 끝낸 마지막 쇼. 그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남자인지, 여자인지, 외계인인지 모르겠다. ‘당신이 남자든 외계인이든 상관 안 해요! 디자이너로서 당신을 지금도 사랑할 뿐!’ 2007 S/S Hussein Chalayan in Paris 비록 동영상을 통해서였지만 오랜만에 실컷 박수 쳤다. 살라얀만큼 ‘미래’에 대한 지독한 욕망과 갈망을 지닌 디자이너가 있을까? 고전이 될 ‘SF 걸작 패션 퍼포먼스’를 눈 앞에서 감상할 수 없었던 것이 오랫동안 아쉬울 것만 같다. 죽을 때까지 이 쇼를 기억하겠다. 2006 F/W Burberry Prorsum in Milan 버버리 150주년 쇼. 크리스토퍼 베일리는 금색 비 속에서 버버리 우산을 들고 트렌치를 입은 모델들의 산책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그때 로맨스 소설을 읽는 13세 소녀처럼 가슴이 쿵쾅거리는 내가 유치해졌다 싶어 민망했는데, 피날레가 머릿속에서 자주 플래시백 된다.

김예영( 밀라노&런던 통신원) 2007 F/W Valentino Couture in Rome 전 세계에서 소수 선별된 관객들 가운데 나는 의 이름으로 발렌티노의 45주년 기념 파티에 초대받아 로마 행 비행기를 탔다. 로마 신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던 회고전, 자신의 옷을 촬영한 패션 매거진의 추억의 명장면을 액자로 장식한 공간에서 진행된 패션쇼… 지금 생각해도 모든 게 믿기지 않는다. 그 순간 나는 그야말로 공주였다. 2007 S/S Anna Molinari in Milan 로셀라 타라비니가 엄마의 후광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했음을 느낄 수 있었던 쇼. 요즘 유행하고 있는 매니시 트렌드를 누구보다 먼저 캐치해서 발표했던 쇼였기에 그녀의 재능이 돋보였다. 중세시대 시장에서 팔 물건의 가격 책정을 위해 원로들이 모이던 장소도 일품. 2004 S/S Jil Sander in Milan 질 샌더가 다시 돌아와서 연 쇼라 정말 잊혀지지 않는다. 두 차례 열린 쇼로, 나는 두 번째 타임의 거의 쇼 시작 직전에 임박해 뛰어들어가다시피 해서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예전에 비해 낭만적으로 변해 있었다. 다시 몇 시즌 후 그녀는 사라져버려 더 기억에 남는 쇼.





패션 리포터들이 말하는 ‘내 생애 최고의 쇼’



01. 1997 S/S Thierry Mugler 지금은 종적을 감춘 티에리 뮈글러의 전성기 시절 패션쇼.
02. 1999 F/W Jinteok 덕수궁에서 열린 진태옥 쇼.
03. 2006 F/W Burberry Prorsum 하늘에서 금비가 쏟아진 버버리 프로섬 쇼의 피날레.
04. 2007 F/W Valentino 로마에서 열린 발렌티노 45주년 시념 오뜨 꾸뛰르 쇼의 한 장면.

서영희( 스타일리스트) 2002 F/W Loewe in Paris 처음 본 로에베 컬렉션에서 가죽을 실크처럼 다룬 솜씨가 너무 대단해 넋을 잃고 감상했다. 그 이후부터 패션쇼를 볼 때마다 디자이너가 소재를 얼만큼 이해했는지 더 눈여겨보게 됐다. 2004 F/W Antonio Marras in Milan 쑈, 쑈, 쑈로 유명한 안토니오 마라스의 컬렉션은 늘 패션쇼장의 전체 분위기를 감안해 근사한 연출을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엔 무대에 은가루를 날려 몽환적인 느낌을 연출해 인상적인 미장센을 연출했다. 그 화려함이 디올이나 존 갈리아노와는 분명 달랐다. 2004 F/W Gianfranco Ferre in Milan 얼마전 페레가 작고한 탓에 밀라노에서 본 그의 패션쇼가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그 쇼는 트렌디함과는 좀 거리가 있었지만 장중함과 풍부함이 살아 있었다. 특히 너무 아름답게 표현했던 지안프랑코 페레만의 시그니처 화이트 셔츠의 커프스 끝날을 잊을 수 없다.

이동헌( 파리 통신원) 1991 S/S Martin Margiela in Paris 뮈글러와 몬타나가 유행하던 80년대 말, 몇몇 벨기에 디자이너들이 파리에 첫 데뷔할 때. 당시 파리 18구의 어두컴컴한 주차장 건물에서 조명과 의자도 없이 서 있는 사람들 사이로 스쳐가는 모델들, 그리고 새로운 프로포션을 제시했던 쇼. 1996 S/S Helmut Lang in Paris 그의 미니멀리즘이 절정에 달했던 쇼다. 소규모의 그의 쇼에 오기로 했던 마돈나를 기다리지 않고 시작해 결국 마돈나는 쇼 시작 후 구석진 자리에서 지켜봤다. 가끔 이런 상상을 한다. 랭이 직접 쇼를 한다면? 디자이너는 조금 배가 고파야 좋은 디자인이 나온다! 2005 F/W Ann Demeulemeester in Paris 2005년 3월, 갑자기 늦추위가 온 파리. 밤 10시가 넘고 쇼장에서 모포를 뒤집어쓴 채 추위를 이기려 포도주를 마시면서 쇼를 기다렸다. 쇼가 시작되자 연출이라도 한 듯 구멍이 뚫린 천장 사이로 진짜 눈이 내렸다. 모든 게 꿈 같고 시 같은 쇼를 지금도 친구들과 회상한다.

유재부(패션 저널리스트) 1998 F/W Rosugun in Seoul 98년 5월 26일. 당시 진태옥이 UN빌리지에 공사 중인 건물에서 열린 쇼. IMF로 어려웠던 시기에 ‘IMF와 패션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정신적 고통과 압박감, 이로 인한 울분의 해결책을 현재보다 미래에서 찾고자 했던 컨셉. 스킨헤드의 모델들 모습이 눈에 선하다. 2000 F/W Alexander McQueen in New York 맥퀸의 첫 뉴욕 데뷔! 허리케인으로 인해 브라이언 파크 텐트의 붕괴 위험으로 인해 쇼가 중단된 상황에서 한밤중에 허드슨 강가에서 열린 패션쇼는 극적이었다. 빗물을 가득 채운 무대, 줄을 타고 공중을 나는 모델들, 피날레에서 바지를 내려 속옷을 보여준 맥퀸! 1999 F/W Michael Kors in New York 아바의 노래 속에 진행된 패션쇼는 쇼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가 큰지를 보여줬다. 관객들은 익숙한 아바 노래에 어깨를 들썩이며 패션쇼를 단지 보는 게 아닌 즐기는 것임을 몸으로 보여줬다. 당시 함께 취재했던 문일완 기자(현재 남성지 편집장)가최초로 동화된 패션쇼다.


하상백( EX-런던 통신원 패션 디자이너) 1994 S/S John Galliano in London 다시 사진과 비디오를 통해 수도 없이 본 컬렉션. 지금의 갈리아노가 있게 한 중심이 되는 ‘핵’ 같은 쇼.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게 만든 멋진 하우스 음악, 바이어스 커팅 드레스의 향연! 20세기 패션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완성 작품’에 가까운 클래식 중의 하나. 2002 S/S Marjan Pejoski in London 오스카 시상식에서 비요크의 백조 드레스로 유명해진 마쟌 페조스키를 보러 엄청나게 모인 사람들을 뚫고 간 쇼장은 모두가 들어갈 수 없는 가정집에 가까운 건물. 그가 바이어로 일하는 소호의 멀티숍 ‘Kokon To Zai’의 색다른 버전으로 여겨졌다! 2002 F/W Robert Cary-Williams in London 로버트의 ‘헐벗은 공장지대의 썩어가는 드레스’ 이미지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던 이시트 런던의 어느 공장에서 가진 실험적인 쇼. 디자이너가 자기 파괴의 과정이 없으면 안 된다는 걸 보여줘, 내게 많은 걸 깨닫게 해 이 쇼를 생각하면 가슴 한켠과 코끝이 찡해진다.

KT.Kim(포토그래퍼) 2003 F/W Hussein Chalayan in Paris 나탈리아 보디아노바, 풍선 등장, 공기역학적인 묘한 분위기. 당시 편집장만 티켓이 있었다. 나야 뭐 당연히 입장했다! 이 쇼에서 8주년 기념부록 프로젝트를 그녀에게서 제안받았다. 그런 건 제쳐두고라도 그의 쇼는 참 보기 어렵다. 2004 S/S Alexander McQueen in Paris 미국 의 안나 윈투어와 앙드레 레온 탈리, 그리고 내가 나란히 프런트 로에 앉아 본 쇼. 운동회를 재현한 듯한 쇼로 생애 최고의 아드레날린이 분비된 쇼. 그 둘이 그렇게 손뼉 치고 환호하며 좋아한 쇼는 보기 드물듯. “천재, 천재, 천재, 천~재!” 2004 F/W Gucci in Milan 말이 필요없는 쇼! 가장 인상적인 건 피날레 퍼포먼스 중간에 톰 포드가 애인(당시 편집장인 리차드 버클리) 앞에 멈춰 서서 비주를 나눌 때 모두가 기립 박수를 쳤던 쇼. 톰 포드는 정말 생긴 대로 논다.


우이경( 편집장) 2006 S/S Dior Homme in Paris 맨즈 패션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수식이 과하지 않은 에디 슬리먼의 쇼들은 아름다운 퍼포먼스나 사람 놀래키는 반짝 쇼 없이도 옷만으로 충분히 감동시킨다. 특히 이 쇼는 블랙과 화이트의 미묘한 변주, 테일러링의 정수를 보여준 잊지 못할 컬렉션. 2007 F/W Prada in Milan 이 사람 천재다, 영감으로 가득한 뮤즈다, 아, 아름답다… 프라다 쇼를 보면 볼수록 이런 원초적 감탄사들은 확신이 된다. ‘컬러와 소재만 생각했다’는 그녀의 이 컬렉션은 간결하고 풍요롭고도 독창적이다. 블라다가 입고 나온 실버 베스트와 스커트 룩을 보라. 2007 F/W Yves Saint Laurent in Paris 스테파노 필라티를 만나본 적 없으나 하나 분명한 건 그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우아한 사람이라는 것. 이 쇼는 내가 본 중 가장 ‘우아한’ 컬렉션.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지금, 이보다 더 실재적인 우아함을 나는 본 적이 없다.

강지영( 패션 디렉터) 2006 S/S Ann Demeulemeester Homme in Paris 앤의 남성복 데뷔 쇼.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음악과 함께 시작한 쇼의 옷과 모델과 음악은 일요일 햇빛 아래 눈을 좀 찌푸리고 천천히 움직였고, 쇼 시작 전의 기대보다 백 배쯤 더 좋았다. 그때 앤 쇼에 나왔던 남자들은 정말이지 너무 예뻤다. 2004 F/W Gucci in Seoul 톰 포드가 턱시도 수트를 입고 스카치 잔을 든 채 피날레를 하던 고별 쇼를 서울로 옮겨 온 트라이베카에서의 구찌 쇼는 우아하고 자극적이며, 사교적인 동시에 도도한 ‘순간’을 남겼다. 이 쇼는 어떤 영화나 음악보다 더 마음을 들쑤셨다. 단지 ‘그 시절’이었다는 이유만으로. 2005 F/W Yves Saint Laurent Homme in Paris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스테파노 필라티의 피날레. 회색 플란넬 쓰리피스 수트에 실크 양말을 신고 새끼 손가락에 금반지를 낀 그가 웃지도 않고 들어갔다! 이 사진은 지금도 냉장고에 붙어 있고 이사 다닐 때마다 창간호 사이에 끼워서 가져간다.

신광호( 패션뉴스 디렉터) 2000 S/S Jinteok in Seoul 싸구려 광목이 하이엔드로 승천하던 순간. 수백 장의 광목을 쌓아 지층처럼 만든 옷은 여자의 몸 위에서 건축이 됐다. 음악 없이 침묵과 낮은 탄성 속에 열린 패션쇼. 참, 내가 진태옥 하우스에서 디자이너로 일할 때 스태프들과 함께 열심히 만든 옷! 2005 S/S Dries Van Noten in Paris 파리의 야심한 밤, 외딴 곳 음습한 공장 안에서 열린 꿈결 같은 디너쇼. 식사가 끝나자 수백 개의 샹들리에 아래 긴 식탁 위로 모델들이 워킹했고(밥상이 런웨이가 될 줄이야), 하늘에서 사진집이 하강했다. 할렐루야! 패션쇼 천국이 있다면 바로 여기. 2002 S/S Lone Costume in Seoul 가로수길에 낸 첫 매장에서 정욱준을 만났을 때 패션쇼를 해야 한다고 얘기 나눴다. 그리고 얼마 후 론 커스텀으로 데뷔 쇼를 열었다. 그 쇼 이후 정욱준식 수트&액세서리 스타일링, 정욱준식 피날레 등이 한국 남성복 패션쇼장에서 유행가처럼 불렸다.

이선희(스타일리스트) 1994 S/S Jinteok in Seoul 내 인생 최초의 패션쇼! 5천원짜리 입장권을 쥐고 한 시간 반 정도 기다려 들어간 뒤 맨 뒷줄에서 까치발을 하고 봤다. 투명한 소재와 오리엔탈 스타일의 신선함은 잊을 수 없다. 그때나 지금이나 진태옥 쇼는 의상학도들과 패션 피플들에게 자극을 준다. 2000 F/W Dolce & Gabbana in Milan 패션 에디터일 때 해외 컬렉션을 본다는 건 에디터로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이라고 여길 때 자부심을 갖고 봤던 쇼. 호화로운 아랍풍 저택의 거실을 옮긴 듯한 무대가 일품. 이 쇼를 통해 패션 화보 제작 때도 배경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2003 F/W Gucci, Chanel in Seoul 국내에서도 해외 컬렉션 못지않게 완성도 높았던 쇼. 샤넬은 런웨이가 움직이는 레일로 되어 있어 모델의 등장이 인상적이었다. 구찌는 해외 모델과 셀레브리티의 등장으로 쇼의 멋을 살렸다. 특히 할스톤풍의 화이트 드레스를 입은 이소라를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패션 리포터들이 말하는 ‘내 생애 최고의 쇼’



05. 1998 F/W Obzee 예술의 전당 야외 공연을 환상적인 캣워크로 연출시킨 오브제.
06. 2004 F/W Gucci 패션 현대사의 섹스 시대를 마감한 고찌 파이널 쇼의 톰 포드
07. 2002 F/W Viktor&Rolf 일기예보를 보는 듯 독특한 영상미를 연출한 빅터 앤 롤프.
08. 2000 S/S Junya Watanabe 천장에서 비가 내린 준야 와타나베의 ‘비와 패션을 나날’.
09. 2005 F/W Viktor&Rolf 자고 일어나 부스스 깬 모습을 컬렉션의 모티브로 삼은 빅터 앤 롤프.

이청순( 패션 에디터) 1995 S/S Givenchy Couture in Paris 그전까지 일본 디자이너가 판을 흔들던 파리 패션계에 갑자기 런던의 젊은 피가 수혈된 첫 번째 쇼였다. 그것도 디올과 자크 파투, 위베르 드 지방시를 존경했던 디자이너답게 제대로 오리지널 스타일로 선보였던 쇼. 2004 F/W Gucci in Milan 모델 조지나가 앞부분이 아찔하게 컷아웃된 화이트 저지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던 96년 구찌 광고 비주얼은 나의 페이보릿 캠페인! 톰 포드의 마지막 구찌 쇼에서도 이 드레스가 피날레로 등장했다. 정말 이 쇼 정도는 기억해줘야 한다.

배정희(포토그래퍼) 2003 S/S Yohji Yamamoto in Paris 2002년 7월 7일. 요지는 파리 컬렉션을 3개월 앞당겼다. 2002 S/S 꾸뛰르 하루 뒤에 열린 쇼는 요지의 파리 데뷔 20주년. 쇼가 끝나자 관객들은 기립 박수를 치며 눈물을 흘렸다. 패션쇼가 록 콘서트를 방불케 할 때, 요지는 패션 인생 메시지를 조용한 감동으로 전했다. 2002 F/W Viktor & Rolf in Paris 천재들! 맨해튼 전경이 모델의 파란색 옷과 무대 양 옆 스크린에 투영됐을 때 우주 공간에서 쇼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Goldfrapp의 ‘Utopia’라는 노래는 쇼가 끝나고 곧장 레코드 숍에서 CD를 사게 했고, 지금도 그 음반을 들을 때면 그 쇼의 감동을 떠올리게 된다. 2005 F/W Dior Homme in Paris 너무 마르고 예쁘장한 남자 모델들이 레이저라이트의 ‘in the morning’이란 곡에 맞춰 수줍은 표정과 어중간한 걸음으로 나오던 쇼. 에디 슬리만이 스키니 룩의 절정을 보이던 찰나! 그리하여 나도 결국 에디 슬리만이 만든 스키니 팬츠를 사고 말았다.

김은정(패션 컨설턴트) 2001 Lee Young Hee in Pyongyang 2001년 6월, 우리 모델 18명, 행사 후원자 9명, 쇼 연출팀 7명, 이가자 미용팀 5명, 이영희 스태프 3명, 취재 기자 2명, 사진가 2명, 방송팀 2명 총 48명이 평양에서 함께했던 이영희 민족 의상전. 평양에서 난 평생 간직할 보물을 얻었다. 1995 S/S Jinteok in Paris 1994년 10월 파리, 나디아 아우어만, 십장생 손자수를 끌어안은 새빨간 활옷, 그리고 데님. 시간이 흘러도 머릿속 깊이 ‘안착’되는 것들. 에이프런 스타일로 리메이크된 활옷과 묵직한 데님 스커트의 이브닝 앙상블은 ‘조화’라는 게 뭔지를 설명한 바람직한 시도. 1997 F/W Hermes in Paris 마르탱 마르지엘라 시절 늘 생토노레 매장에서 쇼를 했다. 때를 달리하며 전성기를 구가하던 옛날 모델들이 ‘엄격한 심플함’을 기막히게 소화했던 걸 잊을 수 없다. 쇼의 단골 손님인 아제딘 알라이아와 카를라 쏘자니를 규칙적으로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정수진(‘스페이스 무이’ 바이어) 2005 S/S Balenciaga in Paris 마린 유니폼들은 유행과 싫증이란 선입관을 깨고 어떤 아이템이든 아이디어든 늘 재해석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머리카락부터 신발 끝까지 약한 게 하나도 없는 발렌시아가의 쇼, 내가 본 첫 발렌시아가 쇼, 그리고 상업적으로도 가장 성공한 시즌! 2005 F/W Ann Demeulemeester in Paris 부드럽게 흐르는 아우터, 칭칭 동여맨 풍성한 알파카 스카프들은 영화나 역사 속에서 나온 듯 꿈꾸게 했다. 그런데 쇼가 시작되자마자 눈발이 흩날리자 동화 속에 들어온 듯했다. 뭐, 얼음 파편이 심장에 박힌 카이를 찾으러 눈의 여왕 나라에 와 있는 듯한! 2005 F/W Undercover in Paris 이번 쇼는 이상하게 감동적이었다. 일본 만화영화 주인공 모습으로 장난스러운 면이 더 많았는데 장엄했던 음악 탓이었는지 마음이 울렸다. 쇼가 끝난 후 세일즈 매니저에게 울뻔했다고 말했더니 리허설 때 스태프들이 다 눈물을 흘렸다고 그녀가 말했다.

임희선(스타일리스트) 1990 S/S Jinteok in Seoul 어릴 때부터 그녀의 쇼를 볼 기회는 있었지만, 1회 스파 컬렉션의 진태옥 쇼는 내가 의상 공부를 막 마친 시기고 또 한국에서 처음 컬렉션을 본다는 사실에 무척 설랬다. 비비드 컬러를 직조한 듯 처리한 느낌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다. 2000 F/W Yohji Yamamoto in Paris 패션 에디터 시절, 분더숍 바이어 권경호의 도움으로 겨우 볼 수 있었던 컬렉션이다. 몽골 룩에서 영감을 얻은 듯한 긴 실루엣의 코트와 털 장식들이 마치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감동을 선사했다. 2003 S/S Lanvin in Paris 알버 엘바즈가 랑방에서 보여준 쇼. 얇은 망사에 앤틱 주얼리 매치를 이용한 아주 우아한 원피스 드레스를 보여줬다. 우아하고도 아주 시크한 스타일을 보며 그의 재능을 제대로 발견했다. 당시 멀티숍 무이 오픈 준비로 첫 바잉하며 본 컬렉션.

황진영( 패션 디렉터) 2000 F/W Hussein Chalayan in London 후세인 샬라얀의 일명 가구 컬렉션. 테이블이 스커트로 변신하는 ‘발상의 전환’을 보여준 컬렉션으로 요즘도 계속되는 실험의 단초가 됐던 패션쇼다. 나 자신이 패션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생각을 했었다. 2004 F/W Gucci in Milan 패션계의 풍운아, 톰 포드의 구찌 10년을 압축해 놓은 컬렉션. 패션 피플을 달뜨게 했던 그의 섹시하고 글래머러스한 의상들에 심취했던 한편, 그의 다음 행보가 너무나 궁금했던 10여 분이었다. 2005 F/W Alexander McQueen in Paris 히치콕의 영화 를 모티브로 컬렉션을 꾸민 맥퀸. 패션쇼도 한 편의 영화, 혹은 연극처럼 캐릭터와 기승전결이 확연하게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을 무대, 조명, 헤어, 메이크업 등으로 완벽하게 보여준 쇼.


손은영( 패션스타일 에디터) 2005 F/W Viktor & Rolf in Paris 베개나 이불도 입을 수 있다? 자다 막 일어난 듯 부스스한 머리 뒤로 베개가 달려 있었다. 실제 강간 경험을 노래한 토리 아모스가 배경음악을 담당했는데, 빨간 새틴 파자마를 입은 격정적이면서 음유적인 그녀의 목소리는 의상들과 환상적인 콤비! 2006 S/S Dolce & Gabbana in Milan 돌체 앤 가바나의 20년을 회고하는 기념비적인 무대. 아르마니적 이벤트나 스케일은 없었지만 쇼 직전 상영한 지난 20년간의 주옥 같은 패션 신들을 모아 놓은 영상물이 눈물을 쏙 뺄 만큼 감동적이었음은 물론이다. 2006 F/W Alexander McQueen in Paris 모델 워킹이 끝나고 런웨이 중앙의 유리 피라미드 구조물의 존재가 궁금해질 무렵 축제를 부르는 유령처럼 나타난 케이트 모스! 관객 모두가 넋을 잃고 바라보았던 그녀의 고혹적인 모습을 어찌 잊을 수 있으리. 의심할 여지 없이 맥퀸 왕국의 여왕은 바로 그녀였다.

최정아(스타일리스트) 1992 F/W Icinoo in Seoul Transferred Sunrise! 어린 시절 일출을 목격한 순간처럼 나를 황홀경에 빠지게 했던 패션쇼. 떠오르는 태양에 붉게 물든 바다가 무대 가득 넘실대는 듯했다. 국내 컬렉션을 위해 독자적으로 프린트를 개발할 정도의 창의력과 파워를 보여준 그녀는 그순간 내 영웅이 됐다. 2001 S/S Dior Couture in Paris 존 갈리아노가 아니면 누가 50년대 미국 만화 원더우먼을 꾸뛰르 아이콘으로 삼을 수 있을까? 경박하기 짝이 없는 소재를 예술로 승화시킨 스타일링에 숨이 턱까지 찾던 패션쇼. 때론 ‘무엇을 하느냐’ 보다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걸 다시 느끼게 했다. 2002 S/S Chanel in Paris 97년, 1시간 남짓 칼 라거펠트 인터뷰를 했다. 놀라울 만큼 예리하고 영민한 그는 동시에 시니컬했고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부채로 입가를 계속 가릴 정도로 폐쇄적이었다. 그랬던 그가 기적 같은 다이어트에 성공한 후 패션쇼에서 보여준 피날레를 잊을 수 없다. 2002 S/S Hussein Chalayan in Paris 그가 6개월의 안식기를 가진 뒤의 첫 쇼로 그만큼 에너지가 충만했다. 약간 종교적이며 민속적인 음악이 라이브로 연주되던 쇼장은 지금도 꿈처럼 기억된다. 쇼가 끝난 후 옷이 기억되기보다 토속 신앙을 주제로 한 한 편의 공연을 본 듯 몽롱해졌다.

조명숙(패션 칼럼니스트) 1996 F/W Dries Van Noten Homme in Paris 창간 이후 패션 에디터로 일할 때 본 쇼. 에스닉하고 소프트한 옷과 모두 나르시스처럼 흰 얼굴과 긴 머리, 깡마른 몸의 꽃미남 모델들의 매치에 감탄 또 감탄! 그의 여성복보다 남성복이 더 아름답다고 여겨질 정도. 2002 S/S Junya Watanabe in Paris 온통 데님을 아방가르드하게 디자인한 70년대풍 의상들로 채워진 쇼. 모델들은 붉고 길게 산발머리로 주근깨와 볼터치를 연출했다. 패션쇼를 보고 처음으로 눈물이 찔끔 나왔다. 향수를 자극했기에. 시카고의 ‘If you leave me now’가 흐르자 감정이 걷잡을 수 없어졌다. 1997 F/W Gianni Versace Couture in Paris 쇼를 볼 때는 그의 마지막 컬렉션이 될 줄 꿈에도 몰랐는데 쇼 얼마 후 사망했단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관객들은 쇼가 몇 시인지 몰라 리츠 호텔에 아침부터 몰려들었다. 나오미 캠벨, 헬레나 크리스텐센 등등 당대 슈퍼 모델들은 모두 등장했던 화려하면서도 우아했던 쇼.

서은영(스타일리스트) 1995 F/W Gucci in Milan 그린 모헤어 코트와 새틴 블라우스, 네이비 벨벳 벨보텀과 G 로고 페이턴트 벨트와 부츠를 신고 스모키 아이를 한 앰버 발레타의 모습을 보고 생각했다. “스타일이란 이런 거구나!” 제다이의 귀환처럼 프레타 포르테 컬렉션이 예전의 화려함을 되찾는 중요한 순간. 2000 F/W Yves Saint Laurent in Paris 한국에 YSL이 수입되지 않던 시기라 티켓이 하늘의 별따기. 알버 엘바즈의 고별 쇼를 보기 위해 연기(PR 이름을 친한 듯 부르며 뛰어가 경비원을 혼란스럽게)하며 들어갔다. 달빛 같은 옷을 보며 울었다. 나중에 한국에선 편집장만 그 쇼를 봤다고 들었다. 2007 F/W Prada in Milan 나일론보다 더 충격적인 ‘신소재’ 등장에 쇼를 보며 온몸에 닭살이 돋은 적은 첨이다. 도대체 무슨 소재인지 보면서도 알 수 없어, 다음 날 쇼룸까지 가게 했던 쇼를 보며 미우치아의 건강과 안전을 진심으로 걱정하게 됐다. ‘미우치아가 없는 프라다는 어떡하면 좋지?’

이혜주( 편집장) 1999 S/S Junya Watanabe in Paris 준야 와타나베는 1999년 봄, 여름 시즌을 위해 고기 굽는 그릴판처럼 생긴 쇠 장식물을 옷의 곳곳에 다는 아이디어를 발휘했다. 쇠 장식물들은 처음부터 실과 함께 직조되어 패브릭으로 완성된 듯 보였고, 그런 발상과 옷을 만드는 솜씨에 완전 감탄! 1998 S/S Dior in Paris 존 갈리아노의 우아하고 사치스러운 아이디어가 절정에 이르던 순간. 그는 디올 쇼를 위해 루브르 홀 안에 침실, 거실, 욕실 등으로 각 섹션을 꾸몄다. 당시 톱 모델인 캐롤린, 산드라, 크리스텔, 아스트리드 등이 각 섹션에서 포즈를 취했고, 관객들은 돌아다니며 쇼를 봤다. 2006 F/W Alexander McQueen in Paris 알렉산더 맥퀸이 향수 런칭을 겸한 환상적인 영상 쇼를 펼쳤다. 쇼장 안엔 유리 피라미드가 설치되어 있었고, 쇼가 끝날 때까지 누구도 그것의 용도를 몰랐다. 드디어 쇼가 끝난 뒤 암전. 작은 빛이 서서히 움직이더니 선녀 같은 케이트 모스로 변했다. 그야말로 판타스틱!

황진선( 패션뉴스 에디터) 2007 S/S Alexander McQueen in Paris 약 15분간 경험한 카타르시스는 최고! 헨델의 사라방드가 라이브로 연주되는 가운데, 결혼식과 장례식을 동시에 연상시키는 쇼는 쿨했다. 기술적으로 잘 만들어진 옷이 철학과 컨셉, 아이디어, 유행, 스타일, 멋 같은 관념을 압도하는 광경은 그때가 처음! 2003 F/W Yves Saint Laurent in Paris 톰 포드의 마지막 쇼. 가장 섹시한 디자이너의 피날레 워킹에만 관심이 갔다. 잊을 수 없는 건 사람들과 비주를 나누던 그의 모습. 컴퓨터로 프로그래밍한 듯 완벽한 어깨와 얼굴의 각도, 손의 위치, 그윽한 눈빛! 배우 같았다. 쇼의 진짜 재미는 그런 논픽션 ‘쇼’가 아닐까. 2004 S/S Alexander McQueen in Paris 쇼 4시간 전. 맥퀸이 무대 뒤에 나타났을 때 그를 찍기 위해 달려든 사진가는 3명뿐. 스태프들이 쇼 직전까지 드레스에 구슬을 꿰고, 다리 짧은 맥퀸이 통통 뛰며 리허설하는 것도 봤다. 한산한 무대 뒤에서 맥퀸에게 인터뷰 청하지 못하고 바보같이 주위를 맴돌던 나.

윤애리( 뉴욕 통신원) 2006 S/S Zac Posen in New York 꾸뛰르적인 이브닝 드레스를 많이 볼 수 없는 뉴욕에서 포즌의 쇼는 단연 화려한 느낌을 선사한다. 특히 이 쇼는 스트롱 숄더의 남성적인 수트들과 너무 아름답게 빛나는 페미닌한 미니 드레스, 블라우스들이 조화를 이룬 베스트 오브 베스트 쇼. 2005 F/W Doo.Ri in New York 두리 정의 4번째 쇼는 데뷔 이후 디자이너의 자신감이 가장 넘쳤다. 그녀의 시그니처인 드레이프 원피스와 톱, 당당해 보이는 트렌치코트 모두 Gorgeous! 뉴욕 패션위크 때 10개 정도의 메이저 쇼에만 참석하는 안나 윈투어가 프런트 로에 나타나 화제였다. 2003 Victoria Secret in New York 조명이 켜지고 음악이 커지면서 크리스털이 깔린 무대에 최고의 글래머 모델들이 날개를 달고 나왔다. 또 공중에선 와이어에 매달린 모델들이 날개를 달고 내려왔다. 정신 없이 황홀할 즈음, 나의 페이버릿 가수인 스팅이 코 앞에서 공연을 했으니!

김지영( 패션 에디터) 2005 S/S Alexander McQueen in Paris 체스 보드를 이용했던 이 컬렉션은 완벽했다. 날렵한 테일러링, 환상적이고 로맨틱한 드레스들, 꾸뛰르 터치, 선을 넘지 않은 쇼맨십이 녹아 있는 멜팅팟. 더는 새로운 게 없다는 생각이 팽배했던 패션 인더스트리에 그야말로 ‘메타포’를 제시했다. 2006 F/W Balenciaga in Paris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가 남긴 위대한 유산에 놀랍도록 새로운 공기를 불어넣어 재탄생시킨 쇼. 작년 여름, 파리 여행 중 루브르에서 바로 이 컬렉션과 40~60년대 크리스토발의 의상들을 함께한 전시를 봤는데 소름 끼치도록 아름다웠다. 2003 F/W Dior Homme in Paris 옷의 퀄리티와 정통성 문제는 차치하고 지구상의 남자들에게 새로운 룩을 선사하고 ‘디올 옴므’스러운이란 형용사를 낳은 쇼. 사진가와 록 밴드, 필름 메이킹 등 디자이너의 인디비주얼리즘적 매력이 판타지나 스펙터클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정희경( 패션 디렉터) 2007 F/W Kenzo in Paris 트렌드와 상관없이 붉은 타탄 체크로 탱고 스타일을 만든 의상도 독특했지만 안토니오 마라스 특유의 극적 요소가 돋보인 쇼. 마지막에 갑자기 사방에서 사람 크기의 여자 인형을 매단 남자들이 집단 탱고 군무를 펼쳤다. 멋진 퍼포먼스! 1999 F/W Givenchy in Paris 현재 알렉산더 맥퀸이란 이름의 컬렉션도 주목할 만하지만 더 파워풀한 실루엣은 지방시에서 선보인 의상들. 각진 어깨, 잘록한 허리는 지금 다시 나와도 될 만큼 동시대적이다. 특히 LED 발광 재킷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2007 F/W Dior Couture in Paris 디올 60주년, 존 갈리아노의 10주년을 기념하는 쇼로 디올이 1947년 처음 쇼를 열면서 선보인 모자나 코롤르라 부른 튤립 형태의 실루엣, 재킷 등의 형태를 그대로 살린 디자인 등 무슈 디올의 헤리티지와 존 갈리아노의 재치가 베르사유 궁전에서 돋보인 쇼.

이명희( 편집장) 2000 S/S Junya Watanabe in Paris 카펜터스의 달콤한 노래가 울려 퍼지며, 무대 위로 ‘쏴아’ 비가 내리며 시작한 쇼! 빗물이 떨어지며 조명을 받아 빛나는 각도까지 계산한 플라스틱 헤드 드레스까지, 그야말로 완성도 200%의 쇼. 알렉산더 맥퀸의 충격, 존 갈리아노의 드라마, 빅터 앤 롤프의 파격, 샬라얀의 실험을 뛰어넘는 감동적인 패션 판타지를 내게 선물했다. 1998 F/W Obzee in Seoul 서울에서도 이런 멋진 쇼가 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쇼. 숲과 연결된 예술의 전당 야외 공원을 이용해 오솔길처럼 좁고 긴 캣워크를 만들었고, 그 위를 몽환적인 오브제 걸들이 꿈처럼 나타났다 사라졌다. 밤 시간을 이용했기에 더 환상적이었던 쇼. 이후 서울에서 이런 쇼를 본 적이 없다. 2004 F/W Yves saint laurent in Paris 톰 포드의 마지막 생 로랑 쇼. ‘쇼의 귀재’답게 피날레를 끝내주게 준비했다. 조명발 잘 받는 새빨간 벨벳 재킷을 입고 나와 우뢰 같은 박수갈채 받으며 피날레 의식을 치른 후, 악수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전 세계 프레스들과 일일이 비주하며 또 한번 의식을 치렀다. ‘박수칠 때 떠나라!’가 실감나는 정말 대단한 놈!

- 에디터 / 신광호
- 출처 / www.vogu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