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역시 보통의 평범한 남자이다보니... 처음 보는 여자를 이 두가지 결론으로 판단하게 된다.`예쁘네'... or... 그냥 무관심... 그 대상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들에게조차 해당된다.가게 점원이라는 직분으로 그러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그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이 본능이라는 것이 제 맘대로 판단해버리는 듯하다. 지난 6개월 간... `강남'이라는 동네에서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며...외모가 출중한 여자손님들을 수없이 많이 봐왔다.`쟤들은 방송국에 안있고 왜 여기에 있나...' 할 정도의 여자들도 간혹 있었다. 하지만 예쁘다고 해서 무조건 다 끌리지 않는 이유가 있는데...내게 `예쁜 여자'란 또 다시 두 부류로 나뉘어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 하나는... 누가 봐도 예쁘지만... 왠지 그 얼굴값을 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도도한 이미지.쉽게 말해... 예쁘기는 하지만 별로 정이 안가는 얼굴이라고 해야할 것이다.이런 경우는... `아 예쁘네. 그러나 어차피 나랑은 상관없는 사람' 하고 그냥 그걸로 끝나고 만다. 다른 하나는... `착해 보이면서 예쁘다' ...이 표현 말고는 달리 설명할 수가 없는...순수하면서도 맑아보인다고 해야 할까...굳이 예를 들자면... 탤런트 `김태희' 같은 인상...첫 눈에 반해버렸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그런 얼굴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제부터 내가 말하려고 하는 그녀는 후자의 경우에 속했다. 그녀가 손님으로 처음 우리 점포에 왔던 것은 작년 여름이 끝나갈 때쯤... 늦은 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녀의 모습을 처음으로 봤을 때... 가슴이 `쿵' 하는 듯 내려 앉았다... 하얀 피부.... 맑은 인상... 몸의 라인... 어느 하나 흠잡을 곳 없는 이목구비...광채 그 자체였다... `이럴 수도 있는거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들었다... 그리고 5개월 간 그녀를 손님으로 대하면서... 남몰래 내 마음 속에 그녀에 대한 정이라는 것이 쌓여버린 것이다. 늘 새벽 2시와 3시 사이... 퇴근 길에 약간의 식료품 사러 오는 그녀...처음에는... 저 외모에 이 시간에 퇴근을 한다는 이유만으로...혹시 이 근처 업소에 종사하는 전문직 언니가 아닐까... 하는 추측도 내 멋대로 해봤었다... 그것이 미안한 오해였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그녀의 직장 동료로서 가끔 같이 편의점에 오는... 언니라는 사람과의 대화를 듣다가 알게 됐다. 그리고 럭셔리해 보이는 패션과 그 외모에 걸맞지 않게... 참 알뜰하고 소박하고 순수했다... 어느 날은... 그녀가 단팥 호빵을 먹고 싶어 했는데... 잔돈이 모자랐었다. "어차피 그거 오래 돼서 이제 곧 폐기 시킬겁니다... 판매 못해요" 라고 말하자... "그럼 저 그냥 공짜로 주세요 ^^; 어차피 버릴거면 아깝잖아요... " 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호빵을 줬다...그랬더니...고맙다며 두번이나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호빵을 입에 문 채 밝게 웃으며 나가는 그녀... 아무튼... 그녀와 난... 여전히 손님과 점원이라는 관계의 서먹서먹한 사이일 뿐이었지만...내가 느끼기에... 거기엔 므흣한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녀가 식료품을 고르고 있을 때... 난 몰래 그쪽을 바라보곤 했었다... 그러다 그녀도 갑자기 고개를 휙 돌려 나를 봐 눈이 마주치게 되면... 그 당황스러움이란...반대로 입장이 바뀌어... 내가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 식료품 고르던 그녀가 나를 보고 있던 경우도 있었다.그럴 때면 그녀 역시 같은 당황스러움을 느끼는 듯 보였다. 전자렌지에 데웠던 핫바와 아이스크림을 각자 다른 봉투에 넣어 담아 줬을 땐...내 세심한 배려에 고맙다는 듯...`아...' 라는 감탄사로 상냥하고도 아름다운 눈빛을 보여주었는데...그녀의 그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그녀에 대한 그런 사소한 것들까지 다 기억하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나의 이 무뚝뚝하고 멋없는 성격...자연스럽게 사람과 친해지는 방법을 모르는 촌스러움... 그녀와 난 여전히... "어서오세요... 얼마얼마입니다... 안녕히 가세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그저 이 관계일 뿐이었다... 낮에 일하는 아저씨께선 여자손님들과 정말 자연스럽게 이런 저런 농담도 잘하시는데...난 그렇지가 못했다.특히나 그 상대가 마음에 있는 여자라면... 더욱 더...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내 말투는 그동안 그녀에게 퉁명스럽기까지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어젯밤이 나의 마지막 근무일이었다. 내가 이 알바를 시작한지 정확히 6개월이 되는 날짜로써...너무나 미뤄 온 마지막 학기 졸업을 마무리 하기 위해... 학교로 돌아갈 준비를 하려고 한다.사실 복학 날짜까지는 좀 남아있지만...치질이 재발할 것 같은 불길한 기운이 감돌아... 서둘러 일을 끝내는 것이다. 마지막 출근 길 버스에서 내내 떠오르는 얼굴은 수많은 단골손님들 중 그녀뿐이었다...`오늘은 일요일 밤이라 오지 않을테니... 이제 다시는 그녀를 볼 수 없겠구나...' 이어폰을 꼽은 채... 발라드 노래들을 듣고 있자니...그녀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가사들인데도... 난 혼자 거기에 마구 심취해버렸다. 가게에 도착하니 일요일인데도 사장님께서 나와 계셨다.나의 마지막 근무일이라... 얼굴이라도 보고 인사하는 것이 도리일 것 같아서 나오셨다고 한다.다크써클을 달고 살면서도 6개월씩이나 이 힘든 야간 일을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사장님께서 직원들을 끔찍히 배려해주시는 너무나 좋은 분이시기 때문이었다.40대 후반의 아줌마이시면서도... 두건을 두르는 패션을 잘 소화해 내시는 젊고 세련된 분...이치 판단에 공정하고 뭔가 많이 배우신 것이 느껴지는 그런 분이시다. 새벽 3시...뜻밖에도 그녀가 가게에 왔다...일요일인데도 온 것이다...그 직장동료 언니와 함께 왔다... 그런 걸 기쁨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으로 그녀얼굴을 다시 한번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에 난 기뻤다. 가슴이 또 한 번 철렁했다. 필요한 식료품을 골라 계산대에 올려 놓는 그녀...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난 처음으로 그녀에게 먼저 말을 건냈다."두 분도 야간 일 하시나봐요" (이런 걸 5개월 만에 묻다니...그것도 마지막에 와서...)"네 ^^" 그렇게 5개월 만에 처음으로 그녀와의 약간의 긴 대화는 시작됐고... 말을 먼저 걸어보니... 이렇게도 말을 잘하는 그녀인데... 그녀에게 뭔가 주고 싶었다... 그래서 난 그녀들에게 판매용으로 진열되어 있는 로체 초콜릿을 사주며 이런 핑계를 댔다... "제가 지난 반년동안 여기 알바 하면서... 두 분 단골이신데... 친절하지도 못했던 것 같고 해서요" 거기까지만 듣고 알아들었는지... "설마 일 그만 두시는 거에요?" 라고 그녀가 먼저 묻는다. "예. 오늘이 마지막 근무입니다" 그녀는 내게 그만 두는 이유를 물었고... 대답을 해주었다... 그랬더니... "아... 오늘 안왔으면 큰 일날 뻔 했어요..." 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의 말이었다면... 난 그것을 접대용 멘트로 해석했겠지만...그녀의 스타일로 봤을 때... 그 말은 분명... "하마터면 작별인사도 못할 뻔 했어요" 라는 솔직함의 직설적인 표현이다... 대충의 대화가 그렇게 끝나가고...그 언니라는 손님이 먼저 나갔다...마지막으로 계산대 앞에서 잠시 주춤거리며 뭔가 말을 꺼내려는듯 하는 그녀의 표정 안에...서운함이 역력했다.그녀가 서운한 표정을 지어주는 것만도 내겐 얼마나 고마운가... 나 역시 마지막 순간에 멋적은 미소만 지은 채 말을 못하고 있으니... 서로 눈만 멀뚱멀뚱 보고 있는 것이 그녀도 어색했었는지... 살짝 웃는다.그녀는 웃는 모습이 정말이지 예쁘다... 문을 열고 나가는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무슨 말인가 해주고 싶었는데...나의 마지막 인사는... 참 부자연스럽고 촌스럽게도... "행복하세요..." 이거였다... 그것이 눈앞에서의 그녀의 마지막 모습.결국 이름도 나이도 모르고... 그녀는 그렇게 갔다. .... `제길... 뭔가 기억에 남는 더 멋진 말이 있었을텐데... 난 왜 이러냐...' 그런데... 30분 뒤 쯤... 어떤 아저씨가 들어오셔서 내 앞에 웬 봉지를 불쑥 내민다... "이게 뭐에요?" "어느 분이 갖다 드리랍니다" "누가요?" "안에 메모있어요" 봉투 안에는 훈제 치킨이 들어있는 상자와 함께... 메모지가 있었다... 그래. 그녀는 원래가 정이 많아 누구에게나 상냥하고 친절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이 메모에서처럼... 나를 남자로서가 아닌... 그저 동네 편의점의 정든 아저씨로 보고 서운함을 표현했던 것일 수도 있다. 처음 본 순간부터 그녀를 마음에 내내 담아 두고 있었던 사람은 나였다.때문에 그녀 역시 약간이라도 내게 관심이 있지 않았을까 라는 기대를 했던 것이겠지. 아무래도 좋다. 비록 남자와 여자가 아닌...사람과 사람의 인연으로라도 그녀가 날 기억해주면 그것만으로도 난 고마울 것 같다. 마지막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 올랐다. 닭을 넣은 봉투를 무릎에 올려 놓고... 그동안의 그녀를 다시 한 번 생각했다. 그녀에게 꼭 해주고 싶었던 말이 뭔지 그제서야 생각났다. 너무나 유치하고 엉뚱하지만... 꼭 해주어야 할 것 같은 말... 가르쳐주지 않아도 그녀는 이미 스스로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내 입으로 직접 말해주고 싶었다.... "손님... 너무 예쁘세요..." 314
너무나 예뻤던 단골손님 그녀... 안녕...
나 역시 보통의 평범한 남자이다보니...
처음 보는 여자를 이 두가지 결론으로 판단하게 된다.
`예쁘네'... or... 그냥 무관심...
그 대상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들에게조차 해당된다.
가게 점원이라는 직분으로 그러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이 본능이라는 것이 제 맘대로 판단해버리는 듯하다.
지난 6개월 간... `강남'이라는 동네에서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외모가 출중한 여자손님들을 수없이 많이 봐왔다.
`쟤들은 방송국에 안있고 왜 여기에 있나...' 할 정도의 여자들도 간혹 있었다.
하지만 예쁘다고 해서 무조건 다 끌리지 않는 이유가 있는데...
내게 `예쁜 여자'란 또 다시 두 부류로 나뉘어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 하나는... 누가 봐도 예쁘지만... 왠지 그 얼굴값을 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도도한 이미지.
쉽게 말해... 예쁘기는 하지만 별로 정이 안가는 얼굴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이런 경우는... `아 예쁘네. 그러나 어차피 나랑은 상관없는 사람' 하고 그냥 그걸로 끝나고 만다.
다른 하나는... `착해 보이면서 예쁘다' ...이 표현 말고는 달리 설명할 수가 없는...
순수하면서도 맑아보인다고 해야 할까...
굳이 예를 들자면... 탤런트 `김태희' 같은 인상...
첫 눈에 반해버렸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그런 얼굴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제부터 내가 말하려고 하는 그녀는 후자의 경우에 속했다.
그녀가 손님으로 처음 우리 점포에 왔던 것은 작년 여름이 끝나갈 때쯤... 늦은 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녀의 모습을 처음으로 봤을 때... 가슴이 `쿵' 하는 듯 내려 앉았다...
하얀 피부.... 맑은 인상... 몸의 라인... 어느 하나 흠잡을 곳 없는 이목구비...
광채 그 자체였다...
`이럴 수도 있는거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들었다...
그리고 5개월 간 그녀를 손님으로 대하면서...
남몰래 내 마음 속에 그녀에 대한 정이라는 것이 쌓여버린 것이다.
늘 새벽 2시와 3시 사이... 퇴근 길에 약간의 식료품 사러 오는 그녀...
처음에는... 저 외모에 이 시간에 퇴근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혹시 이 근처 업소에 종사하는 전문직 언니가 아닐까... 하는 추측도 내 멋대로 해봤었다...
그것이 미안한 오해였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그녀의 직장 동료로서 가끔 같이 편의점에 오는... 언니라는 사람과의 대화를 듣다가 알게 됐다.
그리고 럭셔리해 보이는 패션과 그 외모에 걸맞지 않게... 참 알뜰하고 소박하고 순수했다...
어느 날은... 그녀가 단팥 호빵을 먹고 싶어 했는데... 잔돈이 모자랐었다.
"어차피 그거 오래 돼서 이제 곧 폐기 시킬겁니다... 판매 못해요" 라고 말하자...
"그럼 저 그냥 공짜로 주세요 ^^; 어차피 버릴거면 아깝잖아요... " 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호빵을 줬다...
그랬더니...
고맙다며 두번이나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호빵을 입에 문 채 밝게 웃으며 나가는 그녀...
아무튼... 그녀와 난... 여전히 손님과 점원이라는 관계의 서먹서먹한 사이일 뿐이었지만...
내가 느끼기에... 거기엔 므흣한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녀가 식료품을 고르고 있을 때... 난 몰래 그쪽을 바라보곤 했었다...
그러다 그녀도 갑자기 고개를 휙 돌려 나를 봐 눈이 마주치게 되면... 그 당황스러움이란...
반대로 입장이 바뀌어...
내가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 식료품 고르던 그녀가 나를 보고 있던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면 그녀 역시 같은 당황스러움을 느끼는 듯 보였다.
전자렌지에 데웠던 핫바와 아이스크림을 각자 다른 봉투에 넣어 담아 줬을 땐...
내 세심한 배려에 고맙다는 듯...
`아...' 라는 감탄사로 상냥하고도 아름다운 눈빛을 보여주었는데...
그녀의 그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그녀에 대한 그런 사소한 것들까지 다 기억하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나의 이 무뚝뚝하고 멋없는 성격...
자연스럽게 사람과 친해지는 방법을 모르는 촌스러움...
그녀와 난 여전히...
"어서오세요... 얼마얼마입니다... 안녕히 가세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그저 이 관계일 뿐이었다...
낮에 일하는 아저씨께선 여자손님들과 정말 자연스럽게 이런 저런 농담도 잘하시는데...
난 그렇지가 못했다.
특히나 그 상대가 마음에 있는 여자라면... 더욱 더...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내 말투는 그동안 그녀에게 퉁명스럽기까지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어젯밤이 나의 마지막 근무일이었다.
내가 이 알바를 시작한지 정확히 6개월이 되는 날짜로써...
너무나 미뤄 온 마지막 학기 졸업을 마무리 하기 위해... 학교로 돌아갈 준비를 하려고 한다.
사실 복학 날짜까지는 좀 남아있지만...
치질이 재발할 것 같은 불길한 기운이 감돌아... 서둘러 일을 끝내는 것이다.
마지막 출근 길 버스에서 내내 떠오르는 얼굴은 수많은 단골손님들 중 그녀뿐이었다...
`오늘은 일요일 밤이라 오지 않을테니... 이제 다시는 그녀를 볼 수 없겠구나...'
이어폰을 꼽은 채... 발라드 노래들을 듣고 있자니...
그녀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가사들인데도... 난 혼자 거기에 마구 심취해버렸다.
가게에 도착하니 일요일인데도 사장님께서 나와 계셨다.
나의 마지막 근무일이라... 얼굴이라도 보고 인사하는 것이 도리일 것 같아서 나오셨다고 한다.
다크써클을 달고 살면서도 6개월씩이나 이 힘든 야간 일을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사장님께서 직원들을 끔찍히 배려해주시는 너무나 좋은 분이시기 때문이었다.
40대 후반의 아줌마이시면서도... 두건을 두르는 패션을 잘 소화해 내시는 젊고 세련된 분...
이치 판단에 공정하고 뭔가 많이 배우신 것이 느껴지는 그런 분이시다.
새벽 3시...
뜻밖에도 그녀가 가게에 왔다...
일요일인데도 온 것이다...
그 직장동료 언니와 함께 왔다...
그런 걸 기쁨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으로 그녀얼굴을 다시 한번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에 난 기뻤다.
가슴이 또 한 번 철렁했다.
필요한 식료품을 골라 계산대에 올려 놓는 그녀...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난 처음으로 그녀에게 먼저 말을 건냈다.
"두 분도 야간 일 하시나봐요" (이런 걸 5개월 만에 묻다니...그것도 마지막에 와서...)
"네 ^^"
그렇게 5개월 만에 처음으로 그녀와의 약간의 긴 대화는 시작됐고...
말을 먼저 걸어보니... 이렇게도 말을 잘하는 그녀인데...
그녀에게 뭔가 주고 싶었다...
그래서 난 그녀들에게 판매용으로 진열되어 있는 로체 초콜릿을 사주며 이런 핑계를 댔다...
"제가 지난 반년동안 여기 알바 하면서... 두 분 단골이신데... 친절하지도 못했던 것 같고 해서요"
거기까지만 듣고 알아들었는지...
"설마 일 그만 두시는 거에요?" 라고 그녀가 먼저 묻는다.
"예. 오늘이 마지막 근무입니다"
그녀는 내게 그만 두는 이유를 물었고... 대답을 해주었다...
그랬더니...
"아... 오늘 안왔으면 큰 일날 뻔 했어요..." 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의 말이었다면... 난 그것을 접대용 멘트로 해석했겠지만...
그녀의 스타일로 봤을 때... 그 말은 분명...
"하마터면 작별인사도 못할 뻔 했어요" 라는 솔직함의 직설적인 표현이다...
대충의 대화가 그렇게 끝나가고...
그 언니라는 손님이 먼저 나갔다...
마지막으로 계산대 앞에서 잠시 주춤거리며 뭔가 말을 꺼내려는듯 하는 그녀의 표정 안에...
서운함이 역력했다.
그녀가 서운한 표정을 지어주는 것만도 내겐 얼마나 고마운가...
나 역시 마지막 순간에 멋적은 미소만 지은 채 말을 못하고 있으니...
서로 눈만 멀뚱멀뚱 보고 있는 것이 그녀도 어색했었는지... 살짝 웃는다.
그녀는 웃는 모습이 정말이지 예쁘다...
문을 열고 나가는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무슨 말인가 해주고 싶었는데...
나의 마지막 인사는... 참 부자연스럽고 촌스럽게도... "행복하세요..." 이거였다...
그것이 눈앞에서의 그녀의 마지막 모습.
결국 이름도 나이도 모르고... 그녀는 그렇게 갔다.
....
`제길... 뭔가 기억에 남는 더 멋진 말이 있었을텐데... 난 왜 이러냐...'
그런데... 30분 뒤 쯤...
어떤 아저씨가 들어오셔서 내 앞에 웬 봉지를 불쑥 내민다...
"이게 뭐에요?"
"어느 분이 갖다 드리랍니다"
"누가요?"
"안에 메모있어요"
봉투 안에는 훈제 치킨이 들어있는 상자와 함께...
메모지가 있었다...
그래.
그녀는 원래가 정이 많아 누구에게나 상냥하고 친절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이 메모에서처럼... 나를 남자로서가 아닌...
그저 동네 편의점의 정든 아저씨로 보고 서운함을 표현했던 것일 수도 있다.
처음 본 순간부터 그녀를 마음에 내내 담아 두고 있었던 사람은 나였다.
때문에 그녀 역시 약간이라도 내게 관심이 있지 않았을까 라는 기대를 했던 것이겠지.
아무래도 좋다.
비록 남자와 여자가 아닌...
사람과 사람의 인연으로라도 그녀가 날 기억해주면 그것만으로도 난 고마울 것 같다.
마지막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 올랐다.
닭을 넣은 봉투를 무릎에 올려 놓고... 그동안의 그녀를 다시 한 번 생각했다.
그녀에게 꼭 해주고 싶었던 말이 뭔지 그제서야 생각났다.
너무나 유치하고 엉뚱하지만... 꼭 해주어야 할 것 같은 말...
가르쳐주지 않아도 그녀는 이미 스스로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내 입으로 직접 말해주고 싶었다....
"손님... 너무 예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