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드라망]다양한 공동체, 다양한 삶-영국 핀드혼 공동체

이장연2008.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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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드라망]다양한 공동체, 다양한 삶-영국 핀드혼 공동체

소유와 경쟁의 자본주의 시대에 ‘진정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전 세계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삶을 꾸려간다. 하지만 모든 형태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공통된 것은, 더불어 사는 것이 아닐까. 다른 사람들과, 다른 생명들과, 자연과, 신(神)과 ‘함께’ 사는 것, 함께 나누며, 도우며  더불어 사는 것. 그리고 이것이 바로 ‘공동체’의 의미가 아닐까. 공동체 기획연재를 마무리 하며, 대표적인 외국의 공동체 모습을 들어본다.

* 출처 : 월간 인드라망 소식지

영국 핀드혼 공동체
이소영 (모심과 살림 연구소 연구원)

[인드라망]다양한 공동체, 다양한 삶-영국 핀드혼 공동체거주인들이 자유롭게 아침마다 자기가 원하는 종류의 명상을 할 수 있는 사원이 있고, 주위를 걷다 보면 크리스탈, 향, 초, 명상에 관한 책과 유기농산물을 파는 피닉스 가게, 그 주변에는 단열을 위해 잔디를 덮은 지붕을 비롯해서 에너지효율을 우선하는 특이한 모양의 건축물이 자리하고 있으며, 자연친화적인 하수처리를 위한 오수탱크에, 저 멀리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곳. 차로 10분쯤 거리에 호텔을 개조하여 만든 핀드혼 교육기관까지. 이곳이 바로 스코틀랜드 북쪽에 자리잡은 핀드혼 공동체의 현재 모습이며, 2002년 11월 바로 여기서 공동체 40주년 기념행사가 벌어졌습니다. 500명 이상이 참여한 이 잔치는, 맹목적인 물질추구를 향해 내달리는 삶보다 영성적인, 정신적으로 충만한 삶을 살아보고자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온, 만물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 자연, 지구에게 보다 적은 해를 끼치며 살아가기를 애써온 핀드혼 공동체 사람들의 한바탕 축제였습니다.

핀드혼 공동체는 피터, 에일린 부부와 친구 도로시에 의해 시작되었습니다. 핀드혼 캐러반 파크(Caravan Park)의 작은 캐러반에 정착하고 얼마 되지 않아 에일린은 그들이 살고 있는 캐러반이 ‘빛의 네트워크’로서 그 힘을 부여 받았다는 계시를 받았고, 도로시는 자연의 기운과 함께 하리라는 계시를 받았습니다. 이들이 말하는 계시라는 것은 자신 내면의 소리를 명상을 통해 듣는 것이지요. 피터는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먹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캐러반 주위 황무지를 에일린과 도로시의 계시를 따라 개간하여 채소밭을 일구기 시작했지요. 60년대 말경, 황무지에서 그것도 농사일에 전혀 경험이 없는 사람이 수확한 것으로는 믿기지 않는 거대한 양배추가 BBC 방송으로 보도되면서 핀드혼은 600명이 넘는 방문객을 맞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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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뉴에이지운동가인 데이빗이 공동체에 거주하면서 유기농작물을 키우는데 초점을 두었던 핀드혼 공동체가 사람을 키우는 공동체인 교육센터로 변모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시기 에일린은 공동체 구성원들이 그녀만의 내면의 소리에 의지하지 않고 각자 자신들의 내면에서 스스로 계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계시 전달을 중단하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현재 공동체에서 살고 있는 구성원은 약 120명 정도이고 400명 정도가 농장이나 다른 연계된 사업으로 공동체를 위해 일하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볼 때 500명 정도 실제 활동하는 공동체 구성원이 있습니다.

구성원들의 식사는 기본적으로 공동체 식당에서 함께합니다. 공동체 농장에서 수확한 농산물을 이용한 채식으로 공동체 식사를 준비하는데, 캐러반과 생태건물 등 개인 숙소에서도 취사가 가능하기에 공동체 식당에서 식사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으며, 따라서 아침 식사는 공동체 식품 창고에서 각자 필요한 만큼 재료를 가져다가 자기 숙소에서 해 먹습니다. 구성원들은 하루 시작을 명상으로 여는데 아침 7시부터 여러 장소에서 침묵명상, 테제노래하기 등 다양한 종류의 명상이 준비되어 있고 자신이 원하는 곳에 가서 명상을 합니다. 그 후에는 각기 공동체 부서에서 자신이 맡은 일을 하며 틈틈이 차를 마시고 저녁에 다시 명상을 하고 하루를 마칩니다. 이들의 일과 중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조율(Attunement)’입니다.

무슨 일이든 시작할 때와 끝낼 때 반드시 하는 것으로서, 옆사람 손을 잡고 둘러서거나 앉아서 명상을 하고, 명상이 끝나면 시작한 이가 옆사람의 손을 꼭 잡아주고 그 사람은 또 옆사람에게, 다시 옆사람에게 차례로 전달하는 것입니다. 이 조율은 신에게 기도하는 것과는 다르며, 나와 분리된 타자와의 대화가 아닌, 항상 나와 함께하는 ‘일체감(Oneness)’과의 대화라고 보면 됩니다. 예를 들어, 자연의 끝없는 사랑을 인식하려 할 때 어떤 특정 존재물 혹은 존재자와 연계되기 위해 명상 혹은 기도를 하는 것이 보통의 방법이라면, 핀드혼 공동체에서 하는 조율은 먼저 끝없는 사랑이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바로 내 안에서 찾아야 합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연계되어 있으며 나와 내 삶에서 실제 존재하는 사랑을 인식하는 과정이 바로 조율입니다. 해서 잠시 동안 침묵함으로써 곧 시작할 일과 일체감을 느끼며 동시에 옆사람, 전 우주와 조율을 한다는 것이죠. 경험 하나, 9시부터 농장 일이 시작되었고 공동으로 쓰는 비옷, 장화, 작업복 중에 필요한 것을 골라 입고는 농장건물 앞에 다같이 손을 잡고 둘러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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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느껴보는 짧은 명상 후에 각자 이름 정도만 소개하고 일할 곳을 정하는데, 어떤 일손이 필요한지 농장 담당자가 말하면 눈을 감고 들은 후 자신의 몸과 마음이 어떤 일을 원하는지 조율하여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는 담당자 곁으로 가는 것이 그 방법이었습니다. 당근뽑기를 하고자 하는 사람이 너무 많았는데 농장담당자는 상관없다며 하고 싶은 일들을 하라고 했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결정이다 싶었는데 일을 하다보니 그 현명함에 탄복하였지요. 왜냐하면 사람이 많이 몰려든 당근뽑기 일은 당연히 빨리 끝나고, 일이 빨리 끝나니 일손이 부족한 다른 곳에 가서 함께 도와야하지 않겠습니까. 자신이 원하는 일을 했으니 불만이 있을 수도 없었지요. 참 지혜롭고도 현명한 방법입니다.

공동체 고문 격으로 있는 로빈에 의하면 초기에 공동체 구성원들은 대세에 반하는 대안적 삶을 살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했으나 어떤 시점에서 그 방향이 조정되었고, 해서 지금은 대안이라기보다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보완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전합니다. 즉 인간으로서, 그리고 자연과 함께 변화를 추구하는 공동체이기 때문에 절대적 자급자족을 추구하는 공동체와 같이 제한된 의미의 공동체들은 더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태도라고 조심스레 얘기합니다. 분명한 것은 눈에 보이는 건물, 농장 같은 것보다 이 사람들이 세계 구석구석에서 찾아온, 공통점이라고는 ‘사람’이란 것뿐인 많은 이들에게 맑은 정신을 심어 주려고 애쓰면서 서로를 신뢰하며 45년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7년 동안 핀드혼 농장을 이끌었던 제인이 핀드혼을 떠나가며 그곳에서 배운 것을 이제는 사회에 나가 활용해 보겠다며 내게 보내준 편지가, 부모님 때문에 살게 된 핀드혼에서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청년이 되어 바깥에서 대학생활을 마치고 다시 핀드혼에서 돌아와 역할을 하는 그 모습이, 그것이 바로 핀드혼이 여전히 자라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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