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심리학

김윤호2008.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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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규 저.

 

<긍정의 힘>, <긍정의 심리학> 따위의 책들을 나는 사서 본 기억이 없다. 기본적으로 나는 이런 종류의 책들의 힘에 대해 믿지 않는 편이므로.

이 책의 메인 카피 ‘99개를 가지고 불행한 사람과 1개를 가지고도 행복한 사람’을 보았을 때, 나는 여전히 못 미더웠다. 이런 책들이 얘기하는 내용이란 보통 마음만 잘 다스리고 긍정적인 생각만 하면 인생이 행복해진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이라는 것이 그렇게 간단하고 사람의 행복이라는 것 역시 간단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우리 사회에는 99개를 가진 사람을 바라보며 열등감에 휩싸이는, 1개만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다.

어차피 99개 가진 사람과 1개만 가진 사람은 같은 하늘 아래 모여 살 수 밖에 없고, 1개만 가진 사람들은 열패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없다.

사회적인 측면은 간과한 채 오로지 행복은 개인의 마음 씀씀이에 달려있다는 뻔한 설파가, 나는 썩 반갑지만은 않았다.

 

예전에 <화>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딱 그랬다. <화>는 내가 이 쪽 장르에서 손을 놓게 만든 책으로, 저자는 베트남 출신의 스님으로서, 화를 속으로 삭일 수 있다는 공감하기 어려운, 지극히 스님다웠던 사고방식에 질렸던 적이 있다.

물론 이 책도 그런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긍정의 심리학>은 긍정적인 사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을 심리학적으로 접근하고 제안하고 있는데, 사실상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똑같이 1개만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사고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긍정의 심리학>이 설파하고자 하는 것은 긍정적 사고를 통해 일신의 행복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억지로라도 웃으면 실제로 기분이 좋아지고 태도의 변화에 의해 행동이 변화하는 것과 같이 행동의 변화로 태도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은 맞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나는 긍정적으로 변하려는 노력 끝에 실패와 비관의 수렁에서 나를 구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실패의 끝에서 슬퍼지지 않기 위해 애써 웃기거나 재미있는 생각을 떠올리기도 했지만 다치지 않기 위해 의도하지 않게 실패를 정당화하기도 했단다. 당시에는 당연하다고 여겼으나 이제야 되짚어 보면 그랬던 기억들이 분명한 것들만 너덧 가지는 되는 듯하다.

긍정적인 사고는 그런 면에서 정말 중요하다. 적어도 치명상은 피하게 해준다.

 

그러나 긍정적인 사고도 지나치면 자기 정당화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자기 정당화는 발전을 저해한다.

이 책에서 견제하는 비관적 사고, 실패의 이유는 나에게 있다는 생각은 때로 필요하다. 적어도 이를 바탕으로 도약할 수 있다면.

나보다 잘난 사람들을 목표로 삼아 그들을 끝없이 질투하고 그들보다 더 나은 인간이 되려 하는 이른바 ‘질투형 인간’들은 그들보다 나아지지 못하는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지만, 그러한 비관적 사고를 생산적으로 이용하여 각성하고 정말로 더 나은 인간이 된다.

비관적 사고 또한 큰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긍정의 심리학>의 설법을 부정하지 않는다. 긍정적인 마인드가 사람을 살게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더불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한다.

다만 <긍정의 심리학>에서 부르짖는 긍정적인 마인드에는 앞서 언급한 두 가지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은 사회적 격차에 따른 열패감을 느끼는 이들에게는 공감하기 어렵다는 점이고, 둘째는 도를 넘어서는 긍정적인 마인드는 도리어 해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두 가지 전제를 만족시킨다면 나는 <긍정의 심리학>에서 주장하는 바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지지할 수밖에 없다. 필자의 경험담이 나의 경험담이고, 그가 일러주는 심리적 현상이 내가 보이는 반응이고, 그가 소개하는 실험 대상들이 곧 나와 같은 사람들인데 어떻게 내가 마냥 부정할 수만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