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지만 튼실한, 기다리다 미쳐

정리아2008.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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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지만 튼실한, 기다리다 미쳐

 

소박하지만 튼실한, 기다리다 미쳐

 

 는 소박하다. 저예산에 무난한 캐스팅, 적당히 달달한 로맨스와 적당히 섞인 코메디적 요소. 큰 욕심 없이 대박과 쪽박 그 어느 중간 즈음을 노린 적당히 무난한 영화다. 하지만 그 '적당히 무난함'이라는 자신에게 주어진 바를 충실히 이행하는 튼실함이 몹시 대견하다. 덜도 말고 더도 말고 중치기란 사실, 얼마나 힘든가.

 

 우선 그 형식이 무척이나 튼실하다. 는 같은 날 남자가 군에 들어가게 된 네 연인들의 입대부터 제대까지를 쫓는 옴니버스 영화다. 군입대를 준비하는 네 커플을 차례로 비추는 오프닝 시퀀스가 끝나고 입영장에 들어선 그들을 확인하고 나면 각각의 에피소드를 묶어주는 틀이 드러난다. 개기일식 같은 큰 의미 없이 낭만적인 틀에 프리허그, 지하철 참사 등 갖은 잡다한 소재들을 이리저리 덧댄 과의 차이점 역시 드러나는 지점이다. 은 기존 옴니버스 형식의 로맨틱 코메디들이 가졌던 전형성에 꼭 맞는 영화였다. 이들이 옴니버스를 취하는 이유는 이런 것 같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자꾸 떠올라 이걸 다 사용하고 싶은데 만들 영화는 한 편이니 좋다, 옴니버스로 가자! 그러니 소재들은 놀라우리만치 기발해진다. 하지만 동시에 그런 소재들을 나열하기에 벅차 에피소드들의 깊이는 불균질해지거나 하향평준화 된다. 는 그런 점에서 미덕을 지닌 영화다. 군에 입대한 남자와 그 여자 이야기라는 틀을 세우고 각 에피소드 자체의 특이성과 기발함은 살짝 낮춤으로써 같은 형식이지만 이 택한 길로 가지 않았다. 대신, 튼실한 일상성을 얻었다. 대한민국 남녀라면 누구나 마주하게 되는 군대 문제로 내 주위에도 있을 법한 이야기들을 솜씨 좋게 엮음으로써.

 

 인물들의 감정선 역시 튼실하다. 튼실한 감정선은 공감으로 이어진다. 인물들의 선택과 행동에 대해 나라도 저렇게 했을 것이라는 설득력을 높여 공감하게 한다. 진아(유인영)의 마지막 선택이 이러한 튼실함이 가장 돋보였던 부분이었다. 진아는 결국 은석(김산호)과 기성(이기우) 중 아무도 택하지 않는다. 외로움에 관계를 맺게 되는 결핍의 느낌에 질리고 친구를 배신하고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뻔뻔할 수 있는 이기성에 질렸기 때문이다. 후반부 복도에서 은석과 마주치고 돌아서는 진아의 모습에서는 포장을 걷어낸 사랑의 실체를 보고 더 이상 예전처럼 거기에 매달리지 않게 된 성장의 흔적이 보였다. 한 번의 실수와 그 이후 진아의 심리를 꼼꼼히 따라가는 감정선의 튼실함이, 약수터에서의 조금은 식상한 폭로신도 무마시켰다. 그 밖에 "너 휴가 나올 때마다 카드값 엄청 들어가,"하는 효정(손태영)의 가벼운 말투에 원재(장근석)가 발끈하는 상황과 직장 동료의 장난스런 추근댐이 영 싫지는 않지만 막상 애인으로 받아들일 순 없는 효정의 태도, 세상에서 제일 꼬시기 쉬운 건 군대 간 남자라는 오빠의 말에 작정하고 민철(데니 안)을 찾아간 보람(장희진)의 절박한 심정과 보람이 다녀간 후에도 자신의 의중을 몰라 갈팡질팡하는 민철의 모습도 무척이나 설득력 있었다. 이런 사소한 핍진함이, 영화도 결국은 현실의 일부임을 알게 한다.

 

 진짜 군대에서의 생활이 어떤지, 정말 남자친구를 군에 둔 여자의 심정이 어떤지는, 잘 알지 못한다. 가 보여주는 군대 간 남과 기다리는 여의 이야기가 진짜인지 어떤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잘 모르는 외부자의 시선으로 보기에는 썩 그럴싸하다. 이 '썩 그럴싸함'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의 역할은 우리 사회에서 군대가 가진 의미를 사유하거나 군대 내부의 비리를 고발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외부자들에게 그들이 생각하는 군대와 진짜 군대를 배합해 살짝, 맛 보기로 보여주는 것이므로.

 중치기라는, 소박하지만 이루기는 어려운 목표를 튼실히 달성한 에 박수.

 

덧1> 한껏 칭찬했지만 제목만은 옹호하고 싶지 않다..... 

   영화가 가진 소박한 깊이를 깎아 내린다.

덧2> 포스터 또한 한 몫 한다......

    캐릭터의 개성이 전혀 살아있지 않아!!!!!!!!!!

 

소박하지만 튼실한, 기다리다 미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