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필 씨는 뉴욕의 와인 바 사장님이자 10년 경력의 연극배우다. 자신의 와인 바 이름은 Jadis, 불어로 ‘옛날 옛적에’라는 뜻으로, 1백20년 된 건물에 와인 바를 차렸는데 어느 날 70대 노인이 찾아와 “내가 열세 살 때 여기가 정육점이었다”며 반가워했다는 에피소드를 뿌듯해하며 들려주는데, 빈티지 컬렉터답게 오래된 것에 대한 애정이 폴폴 풍겼다.
현재 그는 빈티지 조명을 찾아내 쓸 수 있도록 손을 보거나, 각각의 빈티지 스탠드 갓과 스탠드 받침, 빈티지 소품들을 조합해 새로운 디자인의 조명을 만드는 일을 한다. 자신의 홈페이지 이름을 사자 머리에 염소의 몸, 뱀의 꼬리를 한 상상의 동물인 키메라(www.chimera.kr)로 한 것도 그런 작업적 특성을 나타내기 위해서다. 그는 이렇게 취미로 만든 조명을 팔기도 하고 실제로 집에 두고 쓰기도 하는데, 작업을 할 때 전구의 종류를 세심하게 고려한다. 제품 용도에 따라 꼬불꼬불 필라멘트의 선이 보이는 전구를 쓰기도 하고, 아랫부분에 은색이 칠해져 작업할 때 눈부심을 막아주는 전구를 끼우기도 한다.
20년 전, 처음에는 그도 조명이 아닌 가구와 소품을 모았다. 본래 정치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 졸업 후 1년 동안 회사에 다녔는데 다른 청년들과는 달리 술 마실 돈을 아껴서 빈티지 가구를 샀다. 유명한 가구 회사인 Herman Miller의 임스 체어가 그의 첫 번째 빈티지 컬렉션. 1940년대 제품으로 알루미늄 소재로 된 미니멀한 디자인의 가볍고 탄탄한 의자를 소호의 딜러에게서 40만원을 주고 구입했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크게 바가지를 썼던 것이었다고 했다. 그 이후로는 매주 토·일요일 23번가에서 열리는 플리마켓을 찾았고, 매사추세츠 주에서 1년에 두 번 열리는 미국의 앤티크 딜러들이 모두 모이는 세계적인 규모의 Brimfield Antique Show라는 행사까지 다니며 직접 물건을 골라 모으기 시작했다.
그가 빈티지 조명에 눈을 뜬 지는 5~6년 정도 되었다. 그간 모아온 빈티지 가구와 소품이 집을 채워가는데 어쩐지 조명만 겉돌아 우스꽝스럽기까지 했다. 그래서 조명을 하나 사왔는데, 화려한 앤티크 스탠드는 금세 질리더란다. 그 후 공장에서 쓰던 ‘인더스트리얼 조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매력에 빠져 이제는 인더스트리얼 조명만 컬렉팅하고 있다. 말뜻 그대로 ‘공장 가구’와 ‘공장 조명’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컬렉팅 품목으로, 소호의 트렌디한 카페나 로버트 드 니로의 트라이베카에서도 볼 수 있다. 장식성은 배제된 채 기능에만 충실하기 때문에 디자인이 미니멀해서 오히려 현대적이다. 이렇게 디자인이 심플하고 조립이 쉬워서 그가 어린 시절 라디오를 뜯던 기억을 살려가며 고치고 새로 만드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전기가 없던 시절 O. C. White라는 치과 의사가 입 속을 잘 들여다보기 위해서 스포트라이트로 만든 램프, 보석 세공사들이 쓰던 조명, 올리비에라는 자필 서명이 쓰인 1920년대 스탠드 갓 등 그가 들려주는 자신의 컬렉션에 얽힌 이야기는 꽤 구체적이었다. 물건에 새겨진 브랜드명을 찾고, 회사 이름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며 직접 인터넷 서핑으로 자료를 찾아낸 것이라니 부지런하고 정성스럽다. 인터뷰를 하면서 그가 모아온 ‘공장 램프’들을 여러 점 구경했는데 그의 말대로 미니멀한 것이 많았다. 오랜 세월 손때가 묻은 철제 갓에서 나는 윤기는 여태까지 봐왔던 오래된 가구에서 느껴지는 윤기와는 또 다른 맛이 있어 기자는 키메라 숍에서 책상 스탠드를 하나 사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Bae’s Collection
1 선풍기를 활용해 그가 만든 스탠드. 1910년 베를린에서 만든 버그만 팬의 모터를 빼고 전구를 넣었다. 직접 기름 먹인 한지로 틈을 막아 빈티지한 느낌을 맞췄다. 2 1950년대 프랑스의 건축가가 만든 스탠드. 지엘드(jielde)라는 유명한 브랜드 제품으로, 스템 연결 부분에 전선 대신 접합 고리가 들어 있어 조립이 간단하다. 스템 개수를 달리해 탁상 스탠드, 플로어 램프 등으로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는 것이 이 스탠드의 매력. 그는 스탠드 베이스로 무게감 있는 자동차 브레이크를 달아 안정감을 주었다. 3 약국에서 많이 쓰던 목이 철사처럼 구부러지는 구스넥 스탠드는 1922년 뉴욕 맨해튼에서 생산된 제품. 풀빛 컬러, 베이스 부분에 장식이 들어가 있어 예스럽다.
4 1920년대 보석 세공사들이 쓰던 스탠드. 오래 써서 은은하게 광이 나는 브라운 컬러 갓에 반해서 구입했다. 갓에 ‘올리비에’라는 서명이 들어가 있다. 5 주방에 걸어 오브제 겸 조명으로 쓰려고 만든 위트 있는 디자인. 프랑스 고성의 1백 년 넘은 바닥 타일에 구멍을 내서 빈티지 수도꼭지를 달았다. 6 장식용 유리 램프를 만들던 오하이오 주의 Fostoria라는 공장에서 쓰던 작업 스탠드. 1940년대 제품으로 여느 스탠드보다 갓 부분이 작아 이색적이다. 받침으로 프랑스 하수도 파이프 마개를 달아 재조립했다.
빈티지 조명, 옛날 공장 램프에 반하다
빈티지 조명 숍 키메라의 배상필
배상필 씨는 뉴욕의 와인 바 사장님이자 10년 경력의 연극배우다. 자신의 와인 바 이름은 Jadis, 불어로 ‘옛날 옛적에’라는 뜻으로, 1백20년 된 건물에 와인 바를 차렸는데 어느 날 70대 노인이 찾아와 “내가 열세 살 때 여기가 정육점이었다”며 반가워했다는 에피소드를 뿌듯해하며 들려주는데, 빈티지 컬렉터답게 오래된 것에 대한 애정이 폴폴 풍겼다.
현재 그는 빈티지 조명을 찾아내 쓸 수 있도록 손을 보거나, 각각의 빈티지 스탠드 갓과 스탠드 받침, 빈티지 소품들을 조합해 새로운 디자인의 조명을 만드는 일을 한다. 자신의 홈페이지 이름을 사자 머리에 염소의 몸, 뱀의 꼬리를 한 상상의 동물인 키메라(www.chimera.kr)로 한 것도 그런 작업적 특성을 나타내기 위해서다. 그는 이렇게 취미로 만든 조명을 팔기도 하고 실제로 집에 두고 쓰기도 하는데, 작업을 할 때 전구의 종류를 세심하게 고려한다. 제품 용도에 따라 꼬불꼬불 필라멘트의 선이 보이는 전구를 쓰기도 하고, 아랫부분에 은색이 칠해져 작업할 때 눈부심을 막아주는 전구를 끼우기도 한다.
20년 전, 처음에는 그도 조명이 아닌 가구와 소품을 모았다. 본래 정치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 졸업 후 1년 동안 회사에 다녔는데 다른 청년들과는 달리 술 마실 돈을 아껴서 빈티지 가구를 샀다. 유명한 가구 회사인 Herman Miller의 임스 체어가 그의 첫 번째 빈티지 컬렉션. 1940년대 제품으로 알루미늄 소재로 된 미니멀한 디자인의 가볍고 탄탄한 의자를 소호의 딜러에게서 40만원을 주고 구입했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크게 바가지를 썼던 것이었다고 했다. 그 이후로는 매주 토·일요일 23번가에서 열리는 플리마켓을 찾았고, 매사추세츠 주에서 1년에 두 번 열리는 미국의 앤티크 딜러들이 모두 모이는 세계적인 규모의 Brimfield Antique Show라는 행사까지 다니며 직접 물건을 골라 모으기 시작했다.
그가 빈티지 조명에 눈을 뜬 지는 5~6년 정도 되었다. 그간 모아온 빈티지 가구와 소품이 집을 채워가는데 어쩐지 조명만 겉돌아 우스꽝스럽기까지 했다. 그래서 조명을 하나 사왔는데, 화려한 앤티크 스탠드는 금세 질리더란다. 그 후 공장에서 쓰던 ‘인더스트리얼 조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매력에 빠져 이제는 인더스트리얼 조명만 컬렉팅하고 있다. 말뜻 그대로 ‘공장 가구’와 ‘공장 조명’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컬렉팅 품목으로, 소호의 트렌디한 카페나 로버트 드 니로의 트라이베카에서도 볼 수 있다. 장식성은 배제된 채 기능에만 충실하기 때문에 디자인이 미니멀해서 오히려 현대적이다. 이렇게 디자인이 심플하고 조립이 쉬워서 그가 어린 시절 라디오를 뜯던 기억을 살려가며 고치고 새로 만드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전기가 없던 시절 O. C. White라는 치과 의사가 입 속을 잘 들여다보기 위해서 스포트라이트로 만든 램프, 보석 세공사들이 쓰던 조명, 올리비에라는 자필 서명이 쓰인 1920년대 스탠드 갓 등 그가 들려주는 자신의 컬렉션에 얽힌 이야기는 꽤 구체적이었다. 물건에 새겨진 브랜드명을 찾고, 회사 이름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며 직접 인터넷 서핑으로 자료를 찾아낸 것이라니 부지런하고 정성스럽다. 인터뷰를 하면서 그가 모아온 ‘공장 램프’들을 여러 점 구경했는데 그의 말대로 미니멀한 것이 많았다. 오랜 세월 손때가 묻은 철제 갓에서 나는 윤기는 여태까지 봐왔던 오래된 가구에서 느껴지는 윤기와는 또 다른 맛이 있어 기자는 키메라 숍에서 책상 스탠드를 하나 사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Bae’s Collection
1 선풍기를 활용해 그가 만든 스탠드. 1910년 베를린에서 만든 버그만 팬의 모터를 빼고 전구를 넣었다. 직접 기름 먹인 한지로 틈을 막아 빈티지한 느낌을 맞췄다.
2 1950년대 프랑스의 건축가가 만든 스탠드. 지엘드(jielde)라는 유명한 브랜드 제품으로, 스템 연결 부분에 전선 대신 접합 고리가 들어 있어 조립이 간단하다. 스템 개수를 달리해 탁상 스탠드, 플로어 램프 등으로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는 것이 이 스탠드의 매력. 그는 스탠드 베이스로 무게감 있는 자동차 브레이크를 달아 안정감을 주었다.
3 약국에서 많이 쓰던 목이 철사처럼 구부러지는 구스넥 스탠드는 1922년 뉴욕 맨해튼에서 생산된 제품. 풀빛 컬러, 베이스 부분에 장식이 들어가 있어 예스럽다.
4 1920년대 보석 세공사들이 쓰던 스탠드. 오래 써서 은은하게 광이 나는 브라운 컬러 갓에 반해서 구입했다. 갓에 ‘올리비에’라는 서명이 들어가 있다.
5 주방에 걸어 오브제 겸 조명으로 쓰려고 만든 위트 있는 디자인. 프랑스 고성의 1백 년 넘은 바닥 타일에 구멍을 내서 빈티지 수도꼭지를 달았다.
6 장식용 유리 램프를 만들던 오하이오 주의 Fostoria라는 공장에서 쓰던 작업 스탠드. 1940년대 제품으로 여느 스탠드보다 갓 부분이 작아 이색적이다. 받침으로 프랑스 하수도 파이프 마개를 달아 재조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