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것이 좋아>재탕이지만 괜찮아

박태규2008.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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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탕이지만 괜찮아

 

로 29살 미혼 여성들의 삶을 영화로 선보이며 데뷔작 의 흥행 실패를 만회했던 권칠인 감독의 신작 는 의 자매 같은 영화다.

영화는 10대, 20대, 40대 여성을 한 명씩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는데 요점은 그들이 연령에 상관없이 모두 불안한 줄타기를 하듯 흔들리는 상태에 있다는 것이고 그런 면은 의 나난과 동미로 표현됐던 불안정한 29세 여성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뜨거운 것이 좋아>재탕이지만 괜찮아

 

27살 시나리오 작가 아미(김민희)의 퉁퉁 부어오른 독백으로 시작해서 밝은 독백으로 끝나는 영화는 아미의 조카인 10대와 아미의 언니인 40대를 교대로 비추면서 기승전결을 풀어낸다. 하나같이 순탄하지 않고 각자의 고민을 끌어안고 지내는 그녀들을 번갈아 보여주며 세 갈래 길을 보여주는 영화를 다시 하나로 묶어내는 역할은 20대 아미의 몫이다. 어쩌면 20대 여성의 과거(10대)일지도 모르고 미래(40대)일지도 모르는 하나의 주체 아미는 복잡한 관계와 심리, 갈등과 고민 속에서 열쇠를 하나 얻는다. 그것은 솔직한 나의 발견과 그런 나의 인정, 자기애와 당당함이며 그 열쇠는 그들 삶의 ‘희망의 문’을 열어줄 것처럼 보인다.

<뜨거운 것이 좋아>재탕이지만 괜찮아

이 영화가 와 자매처럼 보이는 이유는 의 동미(엄정화)와 나난(장진영)이 분열되어 에서 세 명의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단짝 동성 친구에게 애틋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강애(안소희)는 절친한 친구 사이인 동미와 나난의 10대 시절일 수도 있다고 상상하게 된다. 그리고 반듯하고 돈과 친밀한 일(의 증권맨vs의 회계사)을 하는 남자에게 청혼을 받는 아미는 나난과 쌍둥이 같다. 연하의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영미(이미숙)는 연하남도 가리지 않고 당당하고 개방적인 연애론을 실천했던 동미와 연장선상에 있는 인물이다. 특히 세 명의 인물을 다시 하나로 묶어내는 주축이 되는 아미가 선택하는 영화의 엔딩은 의 나난과 한 치도 다름없이 똑같다. 마지막에 세 명의 여인이 거리를 활보하며 불안한 현재를 지나 희망찬 미래를 다짐하는 장면 또한 크리스마스 거리를 뛰어다녔던 여자 두 명을 떠올리게 한다.

에서 선보였던 캐릭터들이 자가 분열하여 다시 등장하는 이 영화는 그런 면에서 스테레오 타입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고, 다분히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비현실적인 여성 캐릭터의 재탕처럼 보여서 생동감이 없기도 하다. 특히 의 나난의 최후 선택이 많은 여성 관객들로부터 이해 못할 선택으로 느껴졌던 것과 같이 의 아미의 최후 선택 또한 이해는 되지만 동의할 수 없는 묘한 감정을 여성 관객들로부터 불러오는 것 같다.

<뜨거운 것이 좋아>재탕이지만 괜찮아

 

이쯤 되면 감독의 의도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똑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하면서 감독이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더욱 더 독립적이고 진보적인 여성상의 현실 안착인 듯 보인다. 미래가 불투명하고 현재가 고민스러운 것은 연령을 불문하고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이니 당당하게 자신을 믿고 앞으로 전진하라는 여성들을 향한 메시지를 권칠인 감독은 다시 한 번 스크린을 통해 보여주는 것 같다. 마치 영화 속에서 아미에게 젓가락질 방법을 아빠처럼 가르쳐주는 승원(김성수)처럼 친절하지만 다소 심심하게 말이다. 그러니 ‘모든 여자가 다 저렇지는 않다’, ‘지나치게 여성 캐릭터를 단순 일반화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비난할 필요 없이 그저 그 메시지만 제대로 받아들이는 편이 감독의 의도를 제대로 짚어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뜨거운 것이 좋아>재탕이지만 괜찮아

그나저나 여성들 못지않게 줄타기처럼 불안하고 고민스러운 것이 남성들의 삶인데, 남성 버전으로 된 나 가 나와도 볼만하지 않을까 싶다. 남자들에게도 이런 식의 ‘파이팅 영화’가 좀 있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만들어진다면 상투적이거나  전형성에 기댄 것 말고 이왕이면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내면 더더욱 좋을 것 같다. 

 

사족>

1. 김민희의 연기 호평이 많은데, 놀라운 호연이라기 보다는 비중이 워낙 크고 그만큼 많이 주어진 연기 기회를 잘 잡은 것 같다. 그것도 잘한 건 잘한 거지만, 소리지르는 대사처리가 많아서 살짝 대사가 안 들리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세 배우의 연기 조화는 괜찮았다.

 

2. 제목이 왜 '뜨거운 것이 좋아'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굳이 옛날 헐리웃 영화 제목을 가져다 쓴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차라리 '여자의 방'같은 예전 국내 드라마 제목을 갖다 붙이고 세 명의 여자들이 거실에서 술을 먹든, 밥을 먹든 뭔가를 같이 하면서 수다로 소통하는 설정을 더 많이 넣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