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좋으라고 먹는 한약재에서?!

소비자시대2008.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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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재, 곰팡이와 곰팡이 독소에서 안전한가?

한약재의 미생물 기준 필요


몸에 좋으라고 먹는 한약재에서?!
웰빙 열풍에 힘입어 자연에서 채취한 한약재에 관심을 가지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지만 아플라톡신에 오염된 한약재는 도리어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소비자 수요가 많은 숙지황ㆍ당귀 등 96개 한약재를 구입해 곰팡이 오염 정도와 곰팡이 독소의 일종인 아플라톡신 오염 실태를 시험했다.
■글/정현희


 

인공적인 것보다 천연의 것을 선호하는 웰빙 선호 현상이 뚜렷해짐에 따라 자연에서 채취한 약재로 환자를 치료하는 대체 의학에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천연물에 대한 높은 호감으로 자연에서 산출된 것이 인위적인 것보다 품질이 좋고 더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아지는 것 같다.

하지만 자연에서 나오는 것이라도 사람에게 위험한 것이 적지 않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버섯 독소ㆍ패류 독ㆍ곰팡이 독소 등은 자연 상태에서 생긴 것이지만 사람에게 중독증을 일으킨다. 최근 몇 년간 아프리카 케냐에서는 곰팡이 독소의 일종인 아플라톡신에 오염된 식품을 먹고 급성 곰팡이 독소 중독증으로 인해 1백5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한국소비자원에서는 시중에 유통중인 견과류 1백16종의 아플라톡신 오염 여부에 대한 테스트를 실시하고 2005년 3월호에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시험 결과, 견과류 1백16종 중 1백15종은 아플라톡신이 검출되지 않았으나 1종에서는 국내 기준치의 8배가 넘는 아플라톡신이 검출됐다.

이번에는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재래적인 유통 방식이 혼재돼 판매되는 한약재를 시험했다. 한약재를 대상으로 곰팡이 독소의 일종인 아플라톡신 B₁에 대한 테스트를 했고 제품의 위생적 관리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총곰팡이 수에 관한
시험을 실시했다.

시험 대상 한약재는 국내 도소매 유통 물량 상위 제품을 중심으로 숙지황ㆍ당귀ㆍ백출ㆍ복령ㆍ황기ㆍ산약ㆍ인삼ㆍ진피ㆍ천궁ㆍ향부자ㆍ후박ㆍ육계 등 12종을 선정했다. 서울약령시장(경동시장)과 대구약령시장에서 각 종류당 8개 제품(포장 및 비포장 제품 각각 4개)씩 총 96개 제품을 구입해 테스트 했다.

몸에 좋으라고 먹는 한약재에서?!

 

아플라톡신은 어느 정도 검출됐나?

천궁 3종에서 아플라톡신 B₁검출됐으나 기준 이하

곰팡이 독소인 아플라톡신 B₁에 대한 시험 결과, 전체 96종 중 천궁 3종에서 아플라톡신 B₁이 검출됐다. 천궁 3종 중 가장 많이 검출된 제품이 3.97ppb(피피비), 그 다음이 2.47ppb, 1.14ppb의 순이었다.

이들 제품의 아플라톡신 검출량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의해 생약의 곰팡이 독소 기준으로 입안 예고돼 있는 10ppb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참고로 ppb(Parts Per Billion)는 환경 중에 존재하는 물질을 측정하는 하나의 단위로서 농도를 10억분의 1로 표시한 것이다. 1ppm은 1,000ppb다.

한약재의 미생물적 품질은 총곰팡이 수의 측정을 통해 알아보았다. 찌고 말리는 가공 과정을 여러 번 거치는 숙지황을 제외한 11개 종류 88개 제품을 측정한 결과, 곰팡이균이 가장 많았던 제품은 1.4×106cfu/g이었으며 가장 적었던 제품은 10cfu/g 이하였다.

포장 제품과 비포장 제품으로 구분한 결과 곰팡이균 분포는 과 같다. 비포장 제품은 106cfu/g인 제품이 있고, 10cfu/g 이하는 없었다. 포장 제품은 오염 수준이 비교적 높다고 볼 수 있는 104cfu/g, 105cfu/g 범위에서 비포장 제품보다 더 많았다.

오염 분포에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오염도 측면에서는 포장 제품과 비포장 제품에서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


몸에 좋으라고 먹는 한약재에서?!


 

 

 

 

 

 

 

 

 

 

 

 

 

 

 

몸에 좋으라고 먹는 한약재에서?!

 

 

 

 

 

 

 

 

 

 

 

 

 

 

 

 

 

 

 

 

 

 

 

 

 

 

유럽 약전의 미생물 규정은?


생약 가공 형태ㆍ살균 정도에 따라 규정 달라

한약재에 오염된 곰팡이와 관련해 국내에는 이를 규제하는 규정이 없다. 현재 한약재에 대한 국내 규격은 대한약전 외 한약(생약) 규격집에 ‘생약은 곰팡이 또는 다른 동물에 의한 오손물 또는 혼재물 및 그 밖의 이물을 될 수 있는 대로 제거한 것으로 깨끗하게 다루어야 한다’라고만 규정돼 있고 미생물 양을 정해서 규제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유럽 약전에는 생약의 가공 형태ㆍ살균 정도 등에 따라 각기 다른 미생물 규정을 두고 있다.

시험한 결과, 105cfu/g은 13개 제품, 106cfu/g은 1개 제품으로 14개 제품이 1.0×105 cfu/g 이상이었다. 세균을 세는 단위인 cfu/g(Colony Forming Unit)는 g당 얼마만큼의 세균이 있는지를 나타낸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한약재에 해당될 수 있는 유럽 약전상의 규정을 최대 허용 한계치와 같이 적용할 경우 5×105cfu/g 이상은 제한 규정을 초과한 것이 된다.

포장 제품 중 5×105cfu/g 이상의 곰팡이에 오염된 제품은 국산 황기 1개 제품과 국산 진피 1개 제품, 비포장 제품은 중국산 후박 1개 제품, 북한산 복령 1개 제품으로 모두 4개 제품이었다.

한약재는 어떤 방법으로 유통되나?

비포장 한약재는 생산자와 유통 기한 알 수 없어

한약재는 건조 상태로 판매되고 과거 조상 대대로 취급해 오던 관행이 있어 현대적인 위생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비포장 상태(벌크)로 판매되는 경우가 아직도 있다.

이번 시험을 위해 2007년 3~4월 사이에 조사한 바에 의하면 비포장 상태로 판매되는 한약재는 생산자와 유통 기한을 알 수 없는 상태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약재용 용기로 부적절하다고 할 수 있는 검은 비닐 또는 종이 봉투에 담아 판매되고 있었다.

일부에서는 비포장 상태로 팔리는 한약재는 법적으로 식품으로 분류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규격 포장된 한약재를 판매하는 업소 중 일부에서는 비포장 제품을 같이 판매하고, 소비자는 이를 한약재로 사용하는 현실에서 이러한 구분은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에서는 한약재 유통을 개선하기 위해 한약 규격품 포장에 생산자 등을 표시하도록 하는 ‘한약유통실명제’와 한방 의료 기관의 한약 규격품 사용 의무화 등과 같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규격 포장된 제품과 비포장 제품 간의 곰팡이 수에서 큰 차이가 없었던 이번 시험 결과는 한약재의 미생물적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몸에 좋으라고 먹는 한약재에서?! 몸에 좋으라고 먹는 한약재에서?!
건강을 위해 어떤 기준이 필요한가?

한약재의 곰팡이 수 기준 마련 필요해

한약재의 경우 달여 먹는 것이 대부분이므로 곰팡이에 의한 직접적인 위해성을 논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러나 곰팡이 독소에 의한 오염 가능성을 차단하고 곰팡이 대사 물질로 인한 제품의 품질 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한약재에 대한 곰팡이 수의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

한약재를 찾는 사람들의 기대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뉴스에 나오는 한약재에서는 중금속 오염ㆍ농약 검출ㆍ이산화황 검출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울 수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 시험에서 곰팡이 독소의 일종인 아플라톡신이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검출되지 않은 것은 국민 보건을 위해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식물성 약재의 관리라는 측면에서 한약이라는 전통을 가진 우리보다 서양 국가들이 더 엄격한 미생물 관리 규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