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멋진 등.

김성령2008.01.18
조회75
아버지의 멋진 등.


 

 

아버지가 방으로 들어오셨다.


"맥주마실꺼냐? 잠이 안와서 반 잔 마시고 잘란다. 남은거 있는데."


"네~ ^^"


 

꼴락,

꼴락...


 

"근데...아부지...내가 요즘 애들땜에 난감한 상황이 많은데...

 왜 사춘기때 애들 그냥 이유없이 개기잖아요..."


"음...."


"그래도 생각해보면..

 나도 중학교 때 망나니 짓거리 할 때 그랬자나..

 집에들어가면 아부지 얼굴 안볼라고 그러고...아버지가 말씀하시면

 성의없고 싸가지 없이 대답하고...
 그때 기억 더듬어 보면 아버지는 나한테 아무말 없이 참으셨던것 

 같아...왜 그랬어요?"


 

"나도 사춘기때 돌아가신 니 할아버지 한테 그랬거든.."


 

"헉...쿠궁....(-.-;)"


 

"근데 말이다..반대로 생각해 보면돼.

 니가 날 닮아서 사춘기 때 꼬라지 부린게 아니라

 내가 니 할아버지를 닮아서 그렇게 참은거지..

 열..일곱살땐가? 아버지 친구 장사장 있자나? 그 친구랑 일년동안 

 집을 나간적이 있어.."


 

"뜨헉!!!! 이..일년!!!"    (그것도..고딩때..)


 

"할아버지 코트 팔아먹고 집나가서 제주도에서 돼지우리 치우면서 

 밥빌어먹고 ,노가다판 다니다가 결국에는 부산까지 갈 배삯벌어서

 올라오고 부산서 서울까지는 기차 훔쳐타고..흠............"


 

"음....;;"


 

"서울 올라와서 할아버지 앞에서 울면서 빌었는데....

 아마 그때 흘린 눈물이 내 평생에 흘릴 눈물 다 흘렸던거 같다..."


 

"......"


 

"......"


 

"그 때, 할아버지가 그러더라고....

 니가 고생해서 깨달았으면 난 그걸로 행복하다고.

 더이상 너에게 바랄것 없다고.

 그래서 본인도 지금 너무 행복하시다고."


 

"......."


 

"니가 중학교때 내 속썩였을때 할아버지 생각이 나더라고..

 그래서 아마.....돌아가신 니 할아버지가 날 믿었던 것처럼

 그렇게 나도 널 믿을 수 있었던것 같다."


 

또다시 방안이 꽉차는 침묵....


 

맥주는 맛있었고,

눈이 점점 따뜻해져 가는걸 느꼈다.


 

내 책상에서 나에게 등을 돌리시고 붕어빵을 안주삼아 드시던

아버지의 눈도 이렇게 따뜻해져 있을까.궁금했다.


 

"아부지."


 

"응?"


 

"아부지 한테 비하면 난 완전 효자네~~~"


 

"ㅈㅣ랄하고 있네 이새꺄.."


 

"캬캬캬캬..."


 

"......"


 

이제는 나보다 좁아진 아버지의 등을 보면서 ...


"아부지...등이 참 넓네...."

라고 말했다.


 

아마....나도,


먼 훗날에 참을수 있을까..

그리고 저렇게 멋진 등을 갖을 수 있을까....


 

아버지 처럼, 그리고 할아버지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