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말하다 #386

김미선2008.01.20
조회184
사랑을 말하다 #386

연애의 시작을 말하는 기준은 저마다 다를테지만

이 남자에게 그 기준은 단순하게도 이런 것이었습니다

 

'두 사람 뽀뽀했대?'

 

소개팅에 나간다 해도 하나도 걱정 안했던 그녀

뭘 믿고 그랬는진 몰라도 이상하게

언젠가는 꼭 나와 사귈거라고 생각했던 그녀

그런 그녀가 어느날 소개팅에서 만난 왠 남자와

잘되고 있다는 말을 했을때

남자는 처음엔 설마..했다가 그담엔 별다른 이유가 없이

며칠간 내내 기분이 별루였다가

이상하게 짜증이 버럭버럭 내다가

그러다가 이제는 정신이 들었습니다

 

'아 내가 이러고 있을때가 아니구나'

 

다른 친구에게 소개까지 시켰다는 말에 가슴이 쿵

 

'쟤가 진짜 누굴 만나나 보네'

 

그리고 그때부터는 밤잠을 설치기 시작했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내가 더 많이 좋아하고 있었구나'

 

어차피 그녀의 친구가 내 친구인 손바닥 같은 인간관계

남자는 탐문 수색을 시작했습니다

 

'야 봤지 너. 그 남자 어때? 별루지? 야 괜찮긴.. 치.

야 근데 둘이 뽀뽀는 했대냐? 그지? 그래 아직 안한거 같지?

것봐 아직 둘이 진짜 사귀는 건 아닌거야 그렇지 않냐?'

 

아직은 기회가 있다 되돌릴 수 있다 늦지 않았다

그런 말들을 중얼거리며 잠든 그날 밤 꿈속에서

남자는 그녀에게 멋게 고백도 했습니다

 

[원한다면 언제는 난 니꺼다]

 

꿈속에선 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그를 와락 안아주기도 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넌 내꺼야]

 

그 꿈이 마치 생시인듯

입가에 웃음을 피둥피둥 지으며 일어났던 아침

하지만 저녁이 된 지금

남자는 다른 친구들에게 전화나 걸고 있습니다

아무도 반기지 않는 술주정 전화를..

 

'어 어.. 야 봤는데. 걔가 아직 뽀뽀는 안한거 맞어

근데 문제는 그게 아닌거 같애.

문제는 걔가 엄청 행복해 보이더라구

뭐라더라.. 참.. 기가 막혀서.. 놀이동산에 가고 싶댄다

우리가 친구들끼리 거기 한번 가지구.. 

야 유치원생이냐구 막 우리보고 미쳤다 그러더니

참 또 뭐래더라.. 그 남자가 자길 보고 있으면

지가 막 이뻐지는것 같대나

웃기지 말라 그래 원래부터 이뻐놓곤.. 아 나 이제 어떻게 하냐'

 

몰라서 방심하다가

게으름 피우다가

생각보다 많이 좋아했던 그녀를 놓치고

남자는 이걸 하나 배웠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갈라놓기 힘든 건

어제 뽀뽀를 한 커플도 아니고

오늘 아침에 뽀뽀를 한 연인도아니고

그건 바로 내일 뽀뽀를 할 것 같은 두 사람이라는 사실

 

 

#사랑을 말하다_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