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 여자는 절대 가면 안되는 곳

고현주2008.01.22
조회1,079

올해로 스물 여섯이 되는 학생입니다.

 

나이로는 옛날 같으면 시집가도 된다는 말을 슬슬 듣기 시작할 때이지만

 

고등학교 때 한번, 그리고 대학교 초입에 한번. 이번이 세번 째 산부인과 방문이네요.

 

건강에 문제가 없어도 건강 검진을 받는 것과 같이

 

여성으로 태어나 미래에 어머니가 될 자로서 생식을 위한 신체의 준비가 된 시기 부터는

 

일정한 주기 마다 산부인과를 방문하는 것이 성경험 여부와는 전혀 관계 없이 필수적이라고

 

아마 고등학교나 중학교 성교육 시간에 다들 배우셨을 줄로 압니다.

 

(학교를 거론한 것은 학식이나 특별한 교양 없이도 보통 상식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의당 '그렇다'고 동의할 부분이라 쓴 표현이지 구체적으로 초졸을 경계로 지식인과 비지식인을

 

나누려는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트레스로 인한 가벼운 월경 불순으로 인한 세 차례의 방문을 제외하고는

 

평상시에는 전혀 산부인과에 방문할 마음이 들지 않더군요.

 

아직도 결혼하지 않은 처녀가 산부인과에 방문하는 것은 이론과는 달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물론 제가 살아온 환경과 제가 속한 주변에만 국한되는 현상일수도 있지만

 

결코 짧은 세월을 살아오지 않은 만큼 지나친 일반화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성적으로 문란하다거나 그 외에도 성관계와 관련되는 일이 아니면 처녀가 여길 왜 왔을까? 하고

 

연결 짓는 시선과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으레 겁을 먹기 때문입니다.

 

뭐.. 여기까지는 주관적인 감정일 수도 있는데다

 

제 자신이 떳떳하니 상관없다고 생각해왔던지라 별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생각을 진단을 하는 의사나 산부인과에 근무하는 직원들도 (예를 들어

 

초음파 검사하시는 분) 갖고 있다는 데에서 벌어졌습니다.

 

 

잠시 묻고 싶습니다.

 

산부인과가 무엇을 하는 곳입니까?

 

출산이 가능한 여성들의 임신, 분만, 질병 전반에 이르는 건강에 대한 관리가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그러면 산부인과는 누구를 위한 곳일까요? 다른 일반 의학 과목과 다를 바 없이

 

병자로서 혹은 환자로서 방문한 여성들을 위한 장소이겠지요.

 

제가 백과사전에나 나올 법한 당연한 이야기를 다시 말씀 드리는 까닭은

 

시건방지게 누구나 다 아는 지식을 읊조리려는 것이 아니라

 

저에게 산부인과란 이런 당연한 것들이 철저히 무시되고 환자로서

 

방문한 한 사람의 기본적인 수치심과 관련되는 보호영역이 무참히 정말 짓밟혔다고 밖에

 

할 수 없게 한 곳으로 기억되기 때문입니다.

 

 

이제까지는 운이 좋아 화목한 가정에서 도덕적으로 올바르신 부모님의 보호 아래에서

 

최소한의 지켜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앎은

 

마음에 품고 살았습니다.

 

덕분에 잘못에 대해 혼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 질책 받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세상에 대한 되도록이면 왜곡된 시선은 갖지 말자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정말 태어나 한번도 해본 적 없었던

 

'나는 왜 여자로 태어났을까' 라는 질문과 함께

 

'죽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게 했던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는 그런...

 

공유하고 싶지 않은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와 같은 여성들이나 혹은 그러한 가족을 둔 남성분들이 생기지 않기 위해

 

어렵게 입을 엽니다.

 

 

산부인과에 가면 뭐, 다른 정형외과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일단 골절이 의심되면 겉으로 보기에 괜찮아보여도 엑스레이를 찍듯이

 

산부인과에서도 초음파를 찍습니다.

 

그런데 산부인과에서 찍는 초음파라는 것이

 

폐나 다른 기관을 찍을 때의 그 초음파와는 달리 조금  복잡한 것이,

 

자궁이 신장과 위치가 비슷하여 초음파로 자궁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물을 최소한 1.5L정도 마시고 신장을 붓게 (?) 만든 다음에 자궁을 비춰봅니다.

 

말이 1.5L이지 사실상 보일 때 까지 계속 들이부어야 하는게

 

산부인과에서 하게 되는 초음파의 진실이기도 하지요.

 

분당 야탑에 있는 여성전문 산부인과에 갔습니다.

 

새로 지어진 건물에 깨끗하니 처음엔 엄마와 아주 좋아했더랬지요.

 

참.. 지금 생각하면 너무도 철 없고 무지한 두 사람이 그 당시 외견만 보고 병원에 대해

 

가졌던 신뢰가 어찌나 하찮고 우스운 것이었는지 웃음만 나옵니다.

 

환자가 많아서인지 간호사들이나 직원들도 무척 바빠보이고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1시간 이상을 기다리니 조금씩 피곤해졌으나 임신하신 분들도 묵묵히 앉아계시는 걸 보고

 

그냥 또 마냥 기다렸지요.

 

오랜 시간의 기다림 끝에 들어간 진찰실에서는 성의 없는 여의사와 (더 이상의 비방은 하지 않겠

 

습니다. 피곤하셨다고 믿고 싶습니다.) 형식적인 대화 몇 마디를 나누고 초음파 촬영실

 

앞에서 또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기다리고 있는데 초음파 촬영하시는 분이 여자가 아니고 남자분이시더군요.

 

과장님이라고 간호사들이 부르는데 의자에 앉아있는 저와 눈이 마주쳤을 때

 

썩 기분이 유쾌하지는 않았습니다.

 

아무리 단순한 초음파라지만 어쨌든 속옷도 거의 다 내리고 배 위에 직접 기구를 대고 움직이며

 

촬영을 하는 것이라 여성이라면

 

더군다나 어린 나이에 경험도 없으면 누구나 당연히 갖게될 감정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남편을 대동한 임산부만 가득한 병실에

 

어려보이는 아가씨가 혼자 앉아있는 것이 이상해보였는지 계속 시선을 주더군요.

 

 (어머니는 접수 하는 곳 데스크 쪽에 따로 앉아계셨습니다.)

 

그래도 산부인과의나 직원이 남자일 경우에는 진찰 시 무조건 간호사 한명을 대동하게

 

되어있기 때문에 별 문제 없겠지.. 생각하고  초음파 실 내에서 기다리는데

 

커튼을 열고 그 과장이라는 남자 혼자 들어오더군요.

 

내심 불안했는데 간호사가 이미 배는 충분히 다 보이도록 내려놓은 바지를

 

밑까지 쑥 더 내리는 겁니다.

 

무슨 설명을 해주고 하던가 정말 치욕스러울 만큼 배려가 없는 행동이더군요.

 

배 아래 쪽을 몇번 왔다 갔다 (초음파 기구로) 하더니 저를 한번 흘끔 내려다 보더니

 

'다시 가서 물 먹고 와' 하면서 휴지를 휙 배로 던지더군요.

 

마치 무슨 더러운 물건에 손을 댄 것 마냥 말입니다.

 

정말 눈물이 눈에 왈칵 고이는데 참고 대기실로 나가서 앉아 있으니

 

분이 찼습니다. 간호사가 보이더군요.

 

어디갔다 오셨냐고 원래 같이 들어가 있어야 하는거 아니냐고 말했더니

 

조금 당황하면서 '아.. 누가 부르셔서..' 라더군요.

 

규정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며 동행하라는 법 자체가 혹시에 있을지도 모를 미연의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서인데 그 대답은 정말 힘이 빠지게 하더군요.

 

안되겠다 싶어 접수실에 있는 어머니께 가서 자세한 자초지종은 말하지 않고

 

초음파 검사하는 사람이 남잔데 내가 예민한 것일 수도 있지만 조금 불쾌한 기분이 드니

 

대기실에서 같이 기다려달라 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를 대동한 뒤로 계속 눈치를 살피더니 안절 부절 거리며 복도를 걷더군요.

 

어머니가 있던 말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태도면

 

하도 환자가 많고 바쁘다 보니 그런가보다.. 아니면 원래 성격이 그런가보다..

 

더불어 진찰실에서의 행동도 진찰할 때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인가보다 라고 생각하는 편이

 

저에겐 차라리 좋았을 것 같습니다.

 

'아.. 내가 오해했구나.. 죄송하다..' 이 편이 훨씬 제 정신 건강에는 유익하지요.

 

두번 째 물을 엄청 퍼마시고 (다시 그런 취급 받기 싫어서) 재촬영을 시도 했는데

 

그 때는 제가 부탁을 해서 간호사가 따라 들어갔습니다.

 

실실 웃으면서 물은 먹었어요? 왜 온건데? 이러면서 신상 명세를 계속 묻더군요.

 

'생리불순' 때문에 왔다고 대답한데다 동행한 어머니를 봤으니

 

아까 전에 취급한 문란한 성생활 때문에 문제 생겨서 온 아가씨에 대한 태도와는

 

판이하게 다른 태도였습니다.

 

분명 아까는 내 던지듯 배에 놓여진 휴지가 공손히 제 손에 쥐어지더군요.

 

더불어 바지는 그 이상 내려 가지도 않았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촬영은 못했습니다. 그 사람 말로는 물양이 부족하니 아예 다음에

 

다시 오랍니다. 자신이 근무하는 날로. 당장 예약을 하라고 간호사 한테 차트를 가져 오라더군요)

 

제가 정말 화가 나는 것은 제가 그렇게 취급 당한 것이 아닙니다.

 

 

하다 못해 정말 유흥업 종사자 분이 왔더라도

 

환자로서 방문한 여성에게 벌레 보는 듯한 시선과 함께

 

'넌 이렇게 취급 받아도 싸' 라는 대우는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일입니다.

 

그리고 산부인과는 꼭 성관계와 관련된 문제가 아니고도 자궁과 관련된 혹은 생식기와 관련된

 

전반의 신체적인 문제 때문에 청소년기에도 찾을 수 있는 그런 곳입니다.

 

 

그러한 아이들이, 건강한 세상을 살고 보호받아야 마땅한 비단 여성으로서가 아닌

 

우리들 중 어떠한 그 누구도 그런 말도 안되는 상황은 겪어서는 안됩니다.

 

 

하다 못해 나이를 먹어서도,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은 경험이 있더라도, 폐경기가 거의 다가온

 

쉰이 넘은 아주머니더라고 할지라도 그것은 불쾌함을 넘어 모욕감을 느끼게 할

 

정말 있어서는 안되는 일인 것입니다.

 

 

나이 스물 여섯에 누구 앞에서 우는 것도 부끄러운 일 같아서 혼자서 크게 울었습니다.

 

서러워서가 아니고,

 

하나도 잘못한 것도 죄 지은 것도 없으면서 그 사람한테 따끔하게 되돌려 주지 못한게

 

자신에게 분통 터지고 그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남자분 들 중에 대다수 일까봐

 

무섭고 슬퍼서 크게 울었습니다.

 

 

저는 바보 같고 용기가 없어 운 것이 전부이지만 

 

여러분들의 누구도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고 그런 상황이 닥치더라도 저보다는

 

현명하게 대처하시기를 빕니다.

 

혹여나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마음의 준비와 함께 

 

가장 좋은 것은 미리 좋은 병원을 알아보셔서 (시설이 아닌 정말 환자를 인격체로 대하는)

 

소중한 몸의 건강과 함께 더 소중한 마음과 자아 존중감을 지키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