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들 왜 김수현·노희경 존경할까?

장헤영2008.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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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들 왜 김수현·노희경 존경할까?

수많은 드라마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함량미달의 드라마들이 시청자의 정서를 황폐화시키거나 진부함과 상투성으로 작가의 존재의미를 망각하게 하는 작품들이 너무나 많은 것이 요즘 현실이다.

텔레비전 장르중 가장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드라마다. 그 드라마의 승패의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들은 연기자도, 연출자도 아닌 작가이다. 극본의 완성도 높낮이에 따라 드라마의 성공과 실패가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극본은 건축에 있어 설계도와 같은 것이다. 설계도가 잘못되면 아무리 건축기술이 뛰어나고 감독을 잘 한다고 좋은 건축물이 나올 수 없듯 잘못된 극본은 연출과 연기로 극복될 수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드라마에 있어 작가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요즘 지상파, 케이블 방송사와 외주제작사에서 수많은 드라마를 쏟아내고 수많은 작가들이 배출되고 있다. 하지만 극본을 바탕으로 연기를 하는 연기자들이 존경하는 작가들은 손에 꼽는다.

그동안 만났던 수많은 연기자들이 한결같이 존경하는 작가, 작품을 해보고 싶은 작가로 꼽는 사람이 바로 한국 드라마사의 살아 있는 전설 김수현 작가와 매작품마다 혼신을 다하는 노희경 작가이다.

“수많은 작품을 통해 작가들을 만났지. 작품을 집필하는 자세에서부터 작품의 세계, 완성도에 이르기까지 완벽주의에 가까운 김수현 작가가 참 훌륭하지”(이순재)

“전 노희경 작가와 인연이 없었는데 ‘꽃보다 아름다워’를 통해 노희경 작가를 만났어요. 매회 작품 극본을 읽는 순간 내자신부터 감동을 했어요. 연기자가 극본을 읽는 순간 감동을 하면 연기를 잘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겨요. 노희경 작가의 작품은 사람의 마음을 맑고 깨끗하게 해주는 정화제 같아요”(고두심)

중견 연기자 뿐만 아니다. 젊은 스타 김민희는 최근 영화‘뜨거운 것이 좋아’시사회에서 노희경 작가의 ‘굿바이 솔로’가 배우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고 말을 했다. 김민희는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 도와준 노희경 작가께 감사드려요. 노희경 선생님은 일에 대한 재미를 붙이게 해준 분이죠. 연기를 하면서 행복하고 재미있다는 느낌을 느끼게 해준 분이예요. 그 분을 만난 후로 김민희의 인생과 배우 김민희의 인생이 모두 달라 졌어요”라고 말할 정도다.

한고은 역시 김수현 작가의 ‘사랑과 야망’을 마치고 “제가 연기자로 거듭 난 느낌이에요. 저에게 연기자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게 해주셨어요. 김수현 작가의 작품을 하면서 힘은 들었지만 연기자로서 한단계 도약을 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왜 이처럼 연기자들은 김수현 작가와 노희경 작가를 존경하며 두사람의 작품을 좋은 연기자가 되기 위한 통과의례로 여기는 것일까?

두 사람은 삶의 진정성을 향한 끊임없는 노력과 그 노력을 드라마에 오롯이 담으려는 치열함을 갖고 있다. 그래서 두 사람의 드라마는 허술하지 않다. 날림의 드라마가 범람하고 있는 상황에서 두 작가의 작품은 플롯에서부터 내러티브, 캐릭터 등이 매우 튼실하다.

그리고 두 작가는 눈길을 끌기 위해 자극성과 선정성을 무기로 내세우지 않는다. 시청률의 미다스로 불리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인기 작가 중에 극단적인 상황과 인물을 설정하고 끊임없는 선정성과 자극성을 확대재생산해 눈길을 끄는 작가들이 부지기수다. 이들은 시청률을 올리지만 시청자의 정서를 황폐화시킨다.

이에 비해 두 작가는 자신이 지향하는 바에 끈질기게 천착하며 삶과 인생에 생각해야할 그 무엇을 던진다. 그래서 이 두사람의 작품을 보고나면 되새김질 의미가 남는 것이다. 이러한 작품의 성격이 많은 연기자들에게 존경을 받는 가장 큰 원인이다.

김수현, 노희경 작가의 작품을 적지 않게 했던 중견 연기자 나문희는 “연기자들이 시청률만 높게 나온다고 좋아하지 않아요. 시청률이 높아도 작품이 극악스러우면 참 연기하기가 힘이 들어요. 좋은 극본은 사람의 마음에 안식처가 되기 때문에 시청률이 나오지 않아도 최선을 다하게 돼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연기자와 스태프들이 드라마에 전념할 수 있도록 미리 완성된 극본을 넘기는 자세도 연기자들이 두 작가를 존경하는 이유이다. 최근 중견 연기자 이순재는 “최고의 히트작을 낸 김수현 작가의 경우 쪽 대본을 한번도 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고두심은 “노희경 작가는 촬영직전 5~6회 먼저 극본을 주는 것을 보고 놀랬어요. 당일 쪽대본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5~6회 극본을 미리 주는 것은 놀라운 일이에요. 연기자가 연기를 충실하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지요”라고 말했다.

김수현은 늘 “쪽대본은 작가의 자존심을 상실한 처사다. 정말 심각한 문제다.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 한 작품에 매달린 사람(연기자와 스태프)이 얼마나 많은가. 작가가 그 사람들에 폐가 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작가가 다른 사람을 고생시킬 권한은 없는 것이다”라며 일부 작가들의 잘못된 집필행태와 자세에 대해 비판을 하며 완성된 극본을 넘기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리고 노희경은 “마감이 늦으면 연기자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고생한다는 생각에 빨리 넘긴다. 나는 개미 같다. 방송을 안할 때도 극본을 하루에 한 줄은 쓴다”고 극본의 마감을 빨리해주는 이유와 방법에 대해 이야기 했다.

작품의 세계, 작품의 완성도 그리고 연기자와 스태프들에 대한 성실성이 김수현, 노희경작가를 많은 연기자들이 존경하는 이유다.

[수많은 연기자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김수현(왼쪽), 노희경 작가. 사진=마이데일리 사진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