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밤, 사랑을 말하다 - #70]

고기범2008.01.25
조회88

[푸른밤, 사랑을 말하다 - #70]

 

오늘은 어째 발랄하게 잘논다 싶었습니다.

술을 마시면 몸도 마음도 단속이 안된다며,

술을 보신탕 보듯 하던 그녀가 오늘은 친구들 틈에 섞여 홀짝홀짝 술도 한잔하고

눈꺼풀이 감길듯 말듯 한 상태로 노래방까지 따라 나섰죠.

 

그런데 아니다 다를까

예약하는 곡들 이란게 한결같이 나 슬퍼죽겠소 하는 것들.

친구는 말달리자를 부르는데 그 뒤에 이소라의 블루스타이를 잇겠다니,

'허' 이거 너무한거죠.

 

저 노래를 끝까지 들어야 하나?

저거저거 저러다 또 울고 말지.

이래저래 눈치만 살피던 친구들 결국 가장 과격한 친구 하나가

노래방 기계를 확 멈춰버립니다.

 

- 야, 야, 그만 좀 해. 너는 무슨 청승이 끝을 모르냐?

도대체 언제까지 이럴꺼야?

 

- 알았어. 그만할께.

 

뭐 그렇게 넘아갔다면 좋았을텐데.. 그녀는 그만 버럭 화를 내고 맙니다.

 

- 왜 이래? 내가 노래 부르고 있는 거 안보여?

 

그녀의 느닷없는 신경질에 분위기는 싸늘하게 얼어붓고

그러자 다른 친구 하나가 나서서 그 순간을 넘기려고 애를 쓰죠.

 

- 아이, 왜 화를 내고 그래.

야, 얘는 니가 그 노래 부르다가 울까봐.

 

- 걱정되서 그러는 거잖아. 자자, 그러지 말고 다른 노래 부르자.

 

친구의 말이 그렇게 서러운 것도 아니었을텐데..

그녀 갑자기 눈물 한방울이 또르륵 흐르더니 아예 참으려고 애도 쓰지 않은 채 눈물을 줄줄.

친구들은 일제히 침묵.

노래방안은 그녀의 훌쩍거리는 소리와

옆방에서 왠 남자가 내지르는 괴성같은 노래 소리만 간간히 들린 뿐.

 

한 5분쯤 지났을까? 그녀 울음을 멈추더니,

'헤헤' 웃기까지 하며 말을 꺼냅니다.

 

- 그래도 이게 아니야.

나 처음엔 울지도 못했잖아. 울다가 못멈춰서 죽을까봐.

후, 근데 지금은 막 울잖아. 이젠 진짜 괜찮은 거 같아.

sorry. 오늘은 다 울었다. 이젠 놀자.

 

눈에는 눈물이 매달린 채 그녀가 악을 쓰며 노래를 부릅니다.

 

'난 괜찮아. 난 괜찮아. 그대 사랑같은 건 필요치 않아. 난 괜찮아..'

 

지금 그녀의 마음은 블루스카이 이겠죠.

지금의 '난 괜찮아'는 그저 악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정말로 괜찮아지겠죠.

언제일지 모를 그 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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