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당신을 보내겠습니다...사랑해도 사랑하지 않는것처럼..

류민정2008.01.29
조회120
그렇게 당신을 보내겠습니다...사랑해도 사랑하지 않는것처럼..


 

열아홉 겨울 당신을 만나서 스무살 봄에 사랑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두 번의 고백에도 그저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당신이었는데 난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을 향한 내 심장소리와 똑같은 당신의 심장소리를 들었거든요.

그렇게 설레임이 미소가 되고 행복이 되고 사랑이 되었습니다. 행복했습니다.

잘가라는 문자 한통에 눈물이 날 것처럼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싸구려 반지하나가 세상이 온통 내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그 사람 말고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던 날들이 어느새 일년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우리는...헤어지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우리는...울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우리는...절대로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의 주인공이 될 줄 몰랐습니다.

착했던 사람입니다. 말없이 무뚝뚝하지만 마음여린 사람이었습니다.

늘 내가 투정부려도 안아주던 사람이었습니다. 절대 부끄러워서 하기 싫다던 생일축하 노래도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백화점에서 목청이 떠나가듯 불러주던 사람이었습니다.

처음맞는 크리스마스, 장미꽃 백송이를 내게 처음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며

수줍게 미소짓던 사람이었습니다. 심하게 다투어 토라져 있을때도 길거리에서 큰 소리로 미안하다

 소리치곤 작은 골목 사이로 숨어버리는 착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게 당신을 보내겠습니다...사랑해도 사랑하지 않는것처럼..

 

그런 당신을 보냈습니다. 그런 당신 손을 놓았습니다. 내가 무슨 말로 상처줘도

절대 잡고 있는 손만은 놓지 않겠다던 사람이 내 눈에서 흐르는 눈물 한방울에

죽어도 잡고 있겠다던 손을 놓았습니다. 그래서인가 봅니다. 죽어서도 잡고 있던 손을 놓아버려서...

그 사람은 그렇게...다시는 볼 수 없는 먼 곳으로 떠나갔나 봅니다.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씩씩하게 잘 지내라며 눈물 글썽이며 웃던 그 사람의 얼굴이.

한 번 안아보자며 떨리는 손으로 안아주던 손길이.

내겐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처음을 선물해 주었던 그 사람을 내 나이 스물하나였던

어느 가을날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보냈습니다.

마지막까는 길까지 잘 가라며 보내주지 못했습니다. 미안해서.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보내버려서. 절대 놓지 말자던 손을 놓아버려서. 미안하다는 말한마디 못 하고 보내서....

그 뒤로 삼년이 흘렀습니다. 삼 년이 지나...제 옆엔...다른 사람이 생겼습니다.

그 사람은 추운 강속에 잠들어 있는데 난 그사람이 없는 옆 자리를 다른 사람으로 채웠습니다.

제 마음 속에 잊혀지지 못한 사람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곁에 있어주겠다는 사람입니다.

다른 건 바라지도 않을테니 내 가슴 작은 한 켠만 내어달라는 웃는 모습이 예쁜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게 스물다섯이 된 전 이제 한 아이의 엄마, 한남자의 아내가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아직 내 가슴에는...남아 있습니다.

처음으로 가슴이 설레는 법을 가르쳐준, 처음으로 사랑이 어떤 건지, 눈물나는 그리움이 어떤 건지

가르쳐 주고 간 사람...내 인생에 처음이었던 그 사람을...이제는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참 많이 사랑했었습니다. 고마웠습니다. 당신 생에 마지막 사람이 내가 되게 해줘서.

그리고 미안합니다. 내 생에 마지막 사람이 되게 해주지 못해서...행복했습니다.

정말 가슴 벅찰만큼 행복했었습니다.

마지막 가는 길 해주지 못했던 이 말은 다음생에 당신을 다시 만나는 행운을 내게 준다면 그 때...

하겠습니다.  안녕히 가세요.....................안녕..오빠...

 

 

 

그렇게 당신을 보내겠습니다...사랑해도 사랑하지 않는것처럼..


그렇게 나는 당신을 보냈습니다.

아파도 아프지 않은 것처럼.

슬퍼도 슬프지 않는 것처럼.

눈물이 나와도 눈물나지 않는 것처럼.

그렇게 당신을 보내겠습니다.

사랑해도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