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 1월 31일을 기다렸다. 우생순 이후 별볼 일 없는 영화들을 전전하던 1월 한 달, 31일 개봉하는 영화들은 하나같이 구미가 당겼다. 그러나 정작 31일에는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퇴근 후 극장으로 향하던 걸음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는 동안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31일 개봉영화들이 꽝이라는 입소문이 전해졌다. 젠장, 이럼 곤란한데, 난감해하면서도 "그래도 은 그나마 나을 거야" 주문을 외우며 극장 갈 틈을 찾았다.
그리고 소위 "우정사(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혹은 "옛날애인"과 백만년만에 얼굴 보기로 한 토요일 아침, 전지현을 좋아하는 것으로 추측되는 옛날애인은 이 당기는 눈치였으나 무작정 영화는 내가 고르는 게 낫다고 우기며 옛날애인이 극장에 도착하기 전에 표를 사버렸다.
미안했다. 차라리 전지현 얼굴이나 실컷 보게 해주고 생색이나 낼 걸. 우긴 보람도 없고 면목도 없었다. 영화 초반부터 옛날애인은 나직히 읊조렸다. "이거 너무 뻔한 거 아냐?" 그래, 맞다. 뻔했다. 스릴러라고 하는데 긴장감이라고는 단 한순간도 느낄 수가 없다. 과학적으로 가능하든 가능하지 않든 뇌와 척수를 바꿔 인간을 뒤바꾸는 황당한 설정은 영화적 장치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문제는 두 주인공의 역할 바꾸기 놀이가 전혀 흥미롭지 않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이 영화가 스릴러를 빌어 권력에 관해 고찰할 줄 알았다. 돈과 젊음이 권력이 되는 사회에서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변희봉, 신하균이라는 빼어난 배우를 통해 날카롭게 해석해주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러나 웬걸, 이 영화엔 사회과 인간에 대한 통찰따위는 없었다. 아니, 적어도 스릴러 영화라고 대놓고 만든 영화라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형식적 긴장감마저 없었다. 두 주연배우 외의 배역은 미완성 시나리오를 가지고 연기한 듯 화장실 갔다가 뒷처리 안 하고 나온 것처럼 다들 매듭져지지 않은 채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했다. 솔직히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거기다 "네 몸을 왜 함부로 거래했냐?" "너 젊을 때 뭐했니?" 따위의 초등학교 교장의 훈육말씀만 늘어놓고 있으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계면쩍은 마음에, 옛날애인이 불평을 늘어놓기 전에 "그래도 변희봉, 신하균 연기는 죽이지 않냐?"고 선수를 쳤다. 황망하고 미안한 마음을 덮느라 내뱉은 첫 감상이었지만, 솔직히 이 영화의 주인공 변희봉, 신하균의 연기는 지금까지 그들이 출연한 영화 중 최고라 해도 손색이 없다. 특히, 신하균은 지금까지 이런 역할 안 맡고 뭐했나 싶을 정도다. 악마와 천사가 공존하는 야누스의 얼굴, 몸짓, 말투. 신들린 연기 작렬!
그러나 축축 늘어지는 긴장 0% 스릴러 영화에서 두 주연배우의 빛나는 연기는 그저 겉돌기만 한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일찌감치 영화에 대한 기대는 아예 접어버리고 두 배우의 연기에만 집중하며 영화를 관람했다. 마치 스크린에 떠도는 영상은 뿌옇게 처리된 무대이고 두 배우가 연극무대에 선 것처럼. 두 배우들의 연기가 작렬하는 무대를 바라보는 것으로 영화에 대한 불만을 잠재웠다. 안 그랬으면 도중에 극장을 나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훌륭한 배우들을 데리고 요따구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지 그것이 궁금할 따름이다.
아, 투덜대는 김에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스릴러영화들의 반전 강박은 이 영화에서 화려하게 꽃을 피운다. 펼쳐놓은 주재료들은 요리는커녕 미처 손질도 못해놓은 주제에 디저트부터 챙기는 꼴이랄까? 나름 반전이랍시고 내놓은 카드는 "그래서 어쩌라구?" 이상의 감상을 끌어낼 힘이 없다. 참, 가지가지 다하는 영화다. ㅡㅡ;;
아, 너무 욕만 했다. 변희봉, 신하균 두 배우에게 미안하다.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욕이 나온다. ㅡㅡ;;
더 게임
감독 : 윤인호
이 훌륭한 배우들을 데리고 요따구로밖에 못하니? ㅠㅠ
은근, 1월 31일을 기다렸다. 우생순 이후 별볼 일 없는 영화들을 전전하던 1월 한 달, 31일 개봉하는 영화들은 하나같이 구미가 당겼다. 그러나 정작 31일에는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퇴근 후 극장으로 향하던 걸음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는 동안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31일 개봉영화들이 꽝이라는 입소문이 전해졌다. 젠장, 이럼 곤란한데, 난감해하면서도 "그래도 은 그나마 나을 거야" 주문을 외우며 극장 갈 틈을 찾았다.
그리고 소위 "우정사(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혹은 "옛날애인"과 백만년만에 얼굴 보기로 한 토요일 아침, 전지현을 좋아하는 것으로 추측되는 옛날애인은 이 당기는 눈치였으나 무작정 영화는 내가 고르는 게 낫다고 우기며 옛날애인이 극장에 도착하기 전에 표를 사버렸다.
미안했다. 차라리 전지현 얼굴이나 실컷 보게 해주고 생색이나 낼 걸. 우긴 보람도 없고 면목도 없었다. 영화 초반부터 옛날애인은 나직히 읊조렸다. "이거 너무 뻔한 거 아냐?" 그래, 맞다. 뻔했다. 스릴러라고 하는데 긴장감이라고는 단 한순간도 느낄 수가 없다. 과학적으로 가능하든 가능하지 않든 뇌와 척수를 바꿔 인간을 뒤바꾸는 황당한 설정은 영화적 장치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문제는 두 주인공의 역할 바꾸기 놀이가 전혀 흥미롭지 않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이 영화가 스릴러를 빌어 권력에 관해 고찰할 줄 알았다. 돈과 젊음이 권력이 되는 사회에서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변희봉, 신하균이라는 빼어난 배우를 통해 날카롭게 해석해주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러나 웬걸, 이 영화엔 사회과 인간에 대한 통찰따위는 없었다. 아니, 적어도 스릴러 영화라고 대놓고 만든 영화라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형식적 긴장감마저 없었다. 두 주연배우 외의 배역은 미완성 시나리오를 가지고 연기한 듯 화장실 갔다가 뒷처리 안 하고 나온 것처럼 다들 매듭져지지 않은 채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했다. 솔직히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거기다 "네 몸을 왜 함부로 거래했냐?" "너 젊을 때 뭐했니?" 따위의 초등학교 교장의 훈육말씀만 늘어놓고 있으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계면쩍은 마음에, 옛날애인이 불평을 늘어놓기 전에 "그래도 변희봉, 신하균 연기는 죽이지 않냐?"고 선수를 쳤다. 황망하고 미안한 마음을 덮느라 내뱉은 첫 감상이었지만, 솔직히 이 영화의 주인공 변희봉, 신하균의 연기는 지금까지 그들이 출연한 영화 중 최고라 해도 손색이 없다. 특히, 신하균은 지금까지 이런 역할 안 맡고 뭐했나 싶을 정도다. 악마와 천사가 공존하는 야누스의 얼굴, 몸짓, 말투. 신들린 연기 작렬!
그러나 축축 늘어지는 긴장 0% 스릴러 영화에서 두 주연배우의 빛나는 연기는 그저 겉돌기만 한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일찌감치 영화에 대한 기대는 아예 접어버리고 두 배우의 연기에만 집중하며 영화를 관람했다. 마치 스크린에 떠도는 영상은 뿌옇게 처리된 무대이고 두 배우가 연극무대에 선 것처럼. 두 배우들의 연기가 작렬하는 무대를 바라보는 것으로 영화에 대한 불만을 잠재웠다. 안 그랬으면 도중에 극장을 나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훌륭한 배우들을 데리고 요따구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지 그것이 궁금할 따름이다.
아, 투덜대는 김에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스릴러영화들의 반전 강박은 이 영화에서 화려하게 꽃을 피운다. 펼쳐놓은 주재료들은 요리는커녕 미처 손질도 못해놓은 주제에 디저트부터 챙기는 꼴이랄까? 나름 반전이랍시고 내놓은 카드는 "그래서 어쩌라구?" 이상의 감상을 끌어낼 힘이 없다. 참, 가지가지 다하는 영화다. ㅡㅡ;;
아, 너무 욕만 했다. 변희봉, 신하균 두 배우에게 미안하다.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욕이 나온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