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말하다 #443

김미선2008.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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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하다 #443

어제 TV채널을 막 빠르게 넘기는데

꼬마들이 동요를 부르고 있는 장면이 있었어

왜 그 노래 있잖아

얼음과자 많이 먹으면 배 아프다고

병원가야 된다고 우리엄마 얼굴에 주름진다고

자기들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못먹게 하려고 만든 노랜데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신나서는 부르는 모습이

꼭 새끼오리 같기도 하고 우스워서 잠시 보고 있었거든?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손을 내 머리위에 갖다 대봤어

거기에 뭔가가 남아있는 것처럼

그렇게 하면 뭔가가 만져질 것처럼

 

그 친구랑 만난지 몇 달쯤 됐을 때

얼음과자 때문은 아니었지만 내가 배탈이 한번

심하게 난 적이 있었는데 도저히 약속을 미루고 싶지가 않더라고

일단 그 와중에 보고싶기도 했고 그리고 그렇잖아

뭐, 위경련 이런 것도 아니고 배탈나서 못만나겠다는 건 좀..

얼굴이 허예가지고는 기어이 영화를 보러갔는데

영화를 보는 중에도 몇 번이나 들락날락 거려야했어

이미 한 세번쯤? 내가 화장실에서 나와서

다시 극장으로 들어가려는데 그 친구도 밖에 나와있더라

 

너무 미안하잖아 나 때문에 영화도 제대로 못보고

물론 창피하기도 엄청 창피했고 갑자기 땀이 더 나는거 같고

그래서 일단 극장앞 의자에 앉았는데

그 친구가 이쪽으로 오더니

갑자기 내 머리 위에다가 입을 맞춰주더라

내가 가끔 그래줬던 것처럼..

그리고 자기 혼자 막 엄청 좋아하는거야

 

'오빠가 앉고 내가 서있으니까 이게 가능하네'

 

그리곤 오늘은 자기가 나름 집까지 바래다주겠데 자기만 믿으래

그날 아마 우리 집까지 오는 동안에도

나는 두번인가 더 지하철역 화장실을 가야했었고

그 후로도 그 영화 포스터만 보면

그 친구는 날 엄청 놀렸고 그랬었는데..

스타일 다 구기고 두고두고 챙피했는데..

그때로 너무 너무 돌아가고 싶어

 

앞으로 내가 어떤사람 만날지.. 어떤 사랑을 할진 모르지만

지금 누가 나한테 물으면 난 그날로 돌아가고 싶어

 

한줌인듯 가벼웠지만 누구보다 컷던 사람

한뼘인듯 작았지만 누구보다 오래 남을 사람

감히 내 머리에 입을 맞추던 키가 참 작았던 그대

 

 

#사랑을 말하다_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