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엄청난 흥행 돌풍을 일으킨다 하여 2007년 말부터 화제가 됐던 영화 [명장]이 국내에 개봉됐다. 유명한 감독과 배우가 함께 뭉친 중국산(또는 홍콩산) 무협 영화의 계보를 잇는 작품으로 이 영화를 생각하는 관객들은 다소 의아한 반응을 보이게 될 것이다. 영화 [명장]을 근래 나온 무협 영화들과 차별화 시키는 요소는 만든이의 의지와 원제가 갖고 있는 숨은 의미에서 찾아볼 수 있다.
먼저 이 영화의 감독은 진가신이다. 그는 [금지옥엽][첨밀밀] 등 제목만 들어도 살살 녹기 시작하는 멜로 영화로 자신의 입지를 다진 감독이다. 이런 진가신이 거대 자본(무려 4천만달러)이 투입된 액션 사극을 만든 것은 첸 카이거([무극])나 장예모([영웅],[연인],[황후화])가 선보였던 그런 것들을 만들기 위함은 분명 아니었을 것이다. 대한민국 영화계 만큼이나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는 홍콩 영화계의 활성화를 위해서 진가신이 흥행성이 강한 액션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작정을 하고 자신의 고유색을 버린 채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지만 진가신의 인터뷰를 읽어보면 그의 본심은 그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진가신 감독은 사실적인 시대극을 만들어보고 싶은 의지가 강했음을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지금까지 나온 중국 역사극 중에 한편도 사실적이지 못했다는 그의 지적에 눈 앞에는 이미 와이어를 타고 공중을 날아다니던 이연걸과 양조위, 장만옥의 모습이 아른거려진다. ‘사실성’에 대한 진가신의 의견이 지나칠지 모르겠으나 그의 의지만은 강하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진가신의 역사 액션극이 기존 영화들과 가장 큰 차이를 드러내는 것은 액션의 지축이 땅이나 공중이냐에 있다. 지나치게 와이어 액션에 의지하여 주로 공중전을 많이 선보였던 여타 무협 영화와 달리 진가신의 영화 속 투사들은 철저하게 땅을 기반으로 전투를 벌인다. ‘리얼한 전쟁의 실상’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감독의 의지는 엄청난 규모의 엑스트라가 마치 매스 게임을 하듯이 펼쳐보이는 전투 장면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칼과 방패, 활, 창, 대포 그리고 말을 타고 달리는 전사들의 모습은 공중을 날아다니며 개인기를 뽐내던 인물들과 확실히 구분된다. 이는 [글래디에이터]의 오프닝 전쟁신, [브레이브 하트]의 군중 전투신, 심지어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매우 리얼한 오프닝 전투신까지도 연상시킨다. 철저하게 사람과 흙과 땀과 1차적인 무기가 뒤섞인 전투신은 CG가 난무했던 [반지의 제왕]류의 느낌과도 괘를 달리한다. 그래서 똑같이 이연걸이라는 배우를 쓰면서도 매우 현실적인 전쟁 액션을 구사하는 것은 이 영화의 감독이 다름 아닌 ‘진가신’의 남다른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이 영화의 원제는 ‘투명장(投名狀)’이라고 한다. 이는 에서 사람의 목을 가져감으로써 비로소 양산박에 들어갈 수 있었던 임충의 에피소드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이는 영화 속에서 무고한 자들의 목을 베어 그 피로 피의 동맹을 맺는 세 인물들의 신념과 행동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투명장’으로 하나가 된 사람들이 각자가 가는 견해 차이와 욕망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해 서로를 향해 칼을 휘두르는 비극적인 결말에 이르게 된다. 이런 이야기는 [영웅본색][무간도] 등의 현대 홍콩 느와르에서 등장했던 매우 강렬하고 극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극에 등장할 법한 이야기와 ‘사실성’에 포커스를 둔 영상이 조화를 이루며 각각의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명장]의 이야기는 현실성이라는 옷을 입고 현대의 관객들과 통하게 된다. 하지만 영화의 국내 개봉제목은 이다. 심지어 영화 시작 시 원제가 전혀 등장하지 않고 한글 제목 ‘명장’만 덩그러니 등장하여 이 영화가 고의로 원제를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닐까 추측하게 된다. 원제와 원제의 의미를 모른 채 세 명의 유명 배우가 등장하는 ‘명장’이라는 제목의 영화를 보러 간다고 한다면 관객들은 저 세 명중에서 결국 누가 진정한 ‘명장’인지 보여주려는 것이 영화의 주된 메시지라고 오해할 수 있지 않을까? 나 역시 그런 예상으로 영화를 봐서 그런지 영화 마지막까지 셋 중에 누가 가장 ‘명장’으로서 자질을 갖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들었다. 물론 영화 속 세 주인공(방청운,조이호,강오양)는 모두 강점과 단점이 공존하는 인물들로 진정 시대가 원하는 '명장' 또는 '영웅'은 누구인지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도 영화를 읽는 방법일 수 있다. 그만큼 캐릭터가 확실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 영화의 포커스는 원제인 ‘투명장’의 의미가 설명하듯이 전쟁이 만들어낸 부조리한 실상과 파멸해가는 인간의 모습에 있고 시종 어둡고 질감이 거친 화면 속에 깊이 있게 담아낸다. 이것이 영화의 성공적인 요소임에도 영화의 본질과는 다른 방향으로 상상력을 발휘하고 이야기의 포커스를 맞추는데 일조한 영화 마케팅은 영화를 제대로 읽어내게 하지 못하고 영화를 본 후 관객을 술렁이게 만든다. 영화를 영화 자체로 받아들일 수 없게 하는 장치들이 이제는 정말 지겨울 지경이다.
마케팅과 중국 역사극에 대한 사전 경험이 만든 오해 때문에 살짝 혼돈스러웠던 아쉬움은 남지만 진가신의 [명장]은 오랜만에 보는 꽤 사실적이고 묵직한 중국 역사극임에는 틀림없다. 진가신 감독이 변신을 하면서까지 만든 영화의 결과가 좋다고 하니 다행이긴 하지만 그래도 진가신이 만들어내는 [첨밀밀]같은 멜로 영화가 더욱 기다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마음인 듯 하다.
[명장]진가신 방식의 사실적 역사극
중국에서 엄청난 흥행 돌풍을 일으킨다 하여 2007년 말부터 화제가 됐던 영화 [명장]이 국내에 개봉됐다. 유명한 감독과 배우가 함께 뭉친 중국산(또는 홍콩산) 무협 영화의 계보를 잇는 작품으로 이 영화를 생각하는 관객들은 다소 의아한 반응을 보이게 될 것이다. 영화 [명장]을 근래 나온 무협 영화들과 차별화 시키는 요소는 만든이의 의지와 원제가 갖고 있는 숨은 의미에서 찾아볼 수 있다.
먼저 이 영화의 감독은 진가신이다. 그는 [금지옥엽][첨밀밀] 등 제목만 들어도 살살 녹기 시작하는 멜로 영화로 자신의 입지를 다진 감독이다. 이런 진가신이 거대 자본(무려 4천만달러)이 투입된 액션 사극을 만든 것은 첸 카이거([무극])나 장예모([영웅],[연인],[황후화])가 선보였던 그런 것들을 만들기 위함은 분명 아니었을 것이다. 대한민국 영화계 만큼이나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는 홍콩 영화계의 활성화를 위해서 진가신이 흥행성이 강한 액션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작정을 하고 자신의 고유색을 버린 채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지만 진가신의 인터뷰를 읽어보면 그의 본심은 그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진가신 감독은 사실적인 시대극을 만들어보고 싶은 의지가 강했음을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지금까지 나온 중국 역사극 중에 한편도 사실적이지 못했다는 그의 지적에 눈 앞에는 이미 와이어를 타고 공중을 날아다니던 이연걸과 양조위, 장만옥의 모습이 아른거려진다. ‘사실성’에 대한 진가신의 의견이 지나칠지 모르겠으나 그의 의지만은 강하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진가신의 역사 액션극이 기존 영화들과 가장 큰 차이를 드러내는 것은 액션의 지축이 땅이나 공중이냐에 있다. 지나치게 와이어 액션에 의지하여 주로 공중전을 많이 선보였던 여타 무협 영화와 달리 진가신의 영화 속 투사들은 철저하게 땅을 기반으로 전투를 벌인다. ‘리얼한 전쟁의 실상’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감독의 의지는 엄청난 규모의 엑스트라가 마치 매스 게임을 하듯이 펼쳐보이는 전투 장면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칼과 방패, 활, 창, 대포 그리고 말을 타고 달리는 전사들의 모습은 공중을 날아다니며 개인기를 뽐내던 인물들과 확실히 구분된다. 이는 [글래디에이터]의 오프닝 전쟁신, [브레이브 하트]의 군중 전투신, 심지어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매우 리얼한 오프닝 전투신까지도 연상시킨다. 철저하게 사람과 흙과 땀과 1차적인 무기가 뒤섞인 전투신은 CG가 난무했던 [반지의 제왕]류의 느낌과도 괘를 달리한다. 그래서 똑같이 이연걸이라는 배우를 쓰면서도 매우 현실적인 전쟁 액션을 구사하는 것은 이 영화의 감독이 다름 아닌 ‘진가신’의 남다른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이 영화의 원제는 ‘투명장(投名狀)’이라고 한다. 이는 에서 사람의 목을 가져감으로써 비로소 양산박에 들어갈 수 있었던 임충의 에피소드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이는 영화 속에서 무고한 자들의 목을 베어 그 피로 피의 동맹을 맺는 세 인물들의 신념과 행동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투명장’으로 하나가 된 사람들이 각자가 가는 견해 차이와 욕망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해 서로를 향해 칼을 휘두르는 비극적인 결말에 이르게 된다. 이런 이야기는 [영웅본색][무간도] 등의 현대 홍콩 느와르에서 등장했던 매우 강렬하고 극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극에 등장할 법한 이야기와 ‘사실성’에 포커스를 둔 영상이 조화를 이루며 각각의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명장]의 이야기는 현실성이라는 옷을 입고 현대의 관객들과 통하게 된다. 하지만 영화의 국내 개봉제목은 이다. 심지어 영화 시작 시 원제가 전혀 등장하지 않고 한글 제목 ‘명장’만 덩그러니 등장하여 이 영화가 고의로 원제를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닐까 추측하게 된다. 원제와 원제의 의미를 모른 채 세 명의 유명 배우가 등장하는 ‘명장’이라는 제목의 영화를 보러 간다고 한다면 관객들은 저 세 명중에서 결국 누가 진정한 ‘명장’인지 보여주려는 것이 영화의 주된 메시지라고 오해할 수 있지 않을까? 나 역시 그런 예상으로 영화를 봐서 그런지 영화 마지막까지 셋 중에 누가 가장 ‘명장’으로서 자질을 갖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들었다. 물론 영화 속 세 주인공(방청운,조이호,강오양)는 모두 강점과 단점이 공존하는 인물들로 진정 시대가 원하는 '명장' 또는 '영웅'은 누구인지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도 영화를 읽는 방법일 수 있다. 그만큼 캐릭터가 확실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 영화의 포커스는 원제인 ‘투명장’의 의미가 설명하듯이 전쟁이 만들어낸 부조리한 실상과 파멸해가는 인간의 모습에 있고 시종 어둡고 질감이 거친 화면 속에 깊이 있게 담아낸다. 이것이 영화의 성공적인 요소임에도 영화의 본질과는 다른 방향으로 상상력을 발휘하고 이야기의 포커스를 맞추는데 일조한 영화 마케팅은 영화를 제대로 읽어내게 하지 못하고 영화를 본 후 관객을 술렁이게 만든다. 영화를 영화 자체로 받아들일 수 없게 하는 장치들이 이제는 정말 지겨울 지경이다.
마케팅과 중국 역사극에 대한 사전 경험이 만든 오해 때문에 살짝 혼돈스러웠던 아쉬움은 남지만 진가신의 [명장]은 오랜만에 보는 꽤 사실적이고 묵직한 중국 역사극임에는 틀림없다. 진가신 감독이 변신을 하면서까지 만든 영화의 결과가 좋다고 하니 다행이긴 하지만 그래도 진가신이 만들어내는 [첨밀밀]같은 멜로 영화가 더욱 기다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마음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