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가든

박선미2008.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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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가든


 

홍차잔, 한낮의 전철, 피크닉, 돌부리, 탬버린, 생각하지 않는 연습,

기억, 완두콩밥, 천사, 전원, 사랑의 복숭아, 밤의 전철, 카스테라의 밤, 공주님 놀이, 금기, 양호실, 포르노보다 위험한 것, 하루란 무엇인가, 싸움, 초겨울의 드라이브, 생각하는 연습, 거스러미, 밤길, 다시 홍차잔

 

* 정말 멀리까지 왔다고 생각하고, 정말 외톨이라 생각하고, 그래도 세수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가호는 수도꼭지를 틀었다. 그렇다, 아무리 그래도 세수는 해야 하고, 아무리 그래도 이는 닦아야 하고, 아무리 그래도 아침은 먹어야 한다.

 

* 돌부리라도 있으면 걸려 넘어지고 싶다.

 

* 물속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인간은 간혹 수면위로 얼굴을 내밀고 숨을 쉬어야 한다.

 

* 외로워지는 마음의 약함에 화가 난다. 좋아하는 남자와 얼마간의 시간을 공유한다, 그것이 행복의 전부다. 오래전에 그렇게 정했다.

 

* 시즈에는 '아무튼사과'하는 행위를 가장 증오한다.

 

* 사진의 매끈한 표면에 손이 닿자, 닿은 부분만 과거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한장, 또 한장, 그리고 또 한장.

 

* 결국, 감정적으로 처신하는 쪽이 지는 것이다. 불필요한 호의가 사람을 감정적으로 만든다.

 

* 한번 소유한 것은 잃어버릴 위험이 있지만, 소유하지 않은 것은 잃어버릴 수도 없지 않은가

 

* 우리 사이엔, 얼마만큼의 거리가 필요한 걸까?

 

* 과거가 현재를 야금야금 파먹어, 또 날을 새우리라. 그다지 불행한 시간은 아니지만, 그러고는 다시 현재로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러기 위한 에너지와 아픔을 생각하면, 가호는 겁이 난다.

 

* 반갑게 받아들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끝까지 거절하지도 못하니까 바보 같다는 것이다.

 

 

- 홀리가든, 에쿠니 가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