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말하다 #463

김미선2008.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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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하다 #463

뭐해? 영화? 뭐? 그 영화 나랑 본거잖아

하긴.. 이상하게 봤던것만 또 보게 되더라

어 난 엄마랑 요앞에 잠깐 나갔다가 방금 들어왔어

우리 엄마 운동하거든 밤에 앞뒤로 손벽치면서 걷는거 있잖아

아니 난 손벽 안쳤지 옆에서 걸었어

 

밥? 아 너무 많이 먹었지 안그럴 수가 없었어

어제 가족들 다 앉아서 밥 먹는데 엄마가 너무 좋아하시는거야

계속 음식 밀어주시는거지

'야 이건 진짜 한우랜다 얘' '이건 진짜 굴비래'

아 예전 같았으면 배부르고 살찐다고

그냥 딱 그만 먹고 말았을텐데

이번엔 그게 안되더라 엄마가 너무 좋아하시니까

계속 먹을 수밖에 없는거 있지

 

엄마한테 잘하는거 참 쉽구나 싶더라고

밥만 잘 먹어도 되고

같이 동네 한바퀴만 걸어도 되고

회사에선 택도 없잖아

누가 나 밥 먹는다고 이쁘다 그러겠냐

 

엄마랑 같이 동네 한바퀴 걷고 달도 보고 그리고 집으로 오는데

나 갑자기 너한테 되게 고마웠어 작게 작게 잘하는 거

아무것도 아닌 걸로 잘하는 거

좀 귀찮아도 잘해주는 거

이런 거..

니가 아니었으면 너한테 그때 한번 제대로 혼나고

한번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지 않았으면

나 아직까지도 몰랐을거 같애

 

이번에도 엄마한테 막 짜증이나 냈겠지?

'아 내가 알아서 먹을게 밥 굶고 다닌거 아니잖아' 그랬을거고

'오랜만에 쉬는데 좀 누워있으면 안돼?' 그랬겠지?

 

난 사실.. 우리가 잠깐 헤어졌을 때가 너무 힘들어서

아직도 그때 생각하면 좀 싫고 그랬거든

일단 그 전에 왜 내가 잘못했던 거 생각하면

막 귀 막고 애국가 부르고 싶어지고

또 헤어졌던 동안 니가 너무 냉정했던 기억도 나서

좀 우울하기도 하고..

그런일 없이 그냥 지금처럼 잘 지내왔더라면..

늘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닌거 같기도 해

그냥 그렇다고..

근데 나 요즘 참 좋다 그냥 그렇다고..

 

그대가 없었다면

그리고 그런 일이 없었다면

지금 내 앞에 있는 사소한 것들이 이렇게나 행복하진 못했겠죠?

연휴 내내 TV앞에서 하루종일 '과학수사대' 만 봤다는 그대

이젠 그리섬 반장님이 꼭 큰아버지 같다는 그대

스카치 테이프만 보면 막 지문 떠야될거 같다는 그대

 

그대의 낄낄낄 웃음

끝도 없는 이야기

어디 멀리까지 가서 한우를 절반가격에 사왔다는 엄마의 자랑

언제나처럼 나란히 앉아 뉴스만 봐야하는

아빠와의 어색한 시간

송편을 100개나 먹으면서 '이상하게 살이찐다' 고 화를 내는 누나

그리고 아직도 전화기 저편에서 CSI이야기를 하고있는 그대

 

같이 있어서 좋고 또 고마운 사람.. 그랬던 날

 

 

#사랑을 말하다_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