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주거권 확보를 위한 기본 방향과 과제

이장연200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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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주거권 확보를 위한 기본 방향과 과제  

가난한 사람들이나 돈 많은 사람들이나, 방향은 다르지만, 모두들 집값 걱정하는 시대이다. 정부에서는 집값을 낮추겠다고 호언장담하고 그래도 내집마련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는 '주거복지정책'을 준비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집값이 오르든 내리든 여러 가지 이유로 배제를 경험하는 소수자들의 주거권 현실을 살펴본다면 주거권 실현이 집값잡기와 동일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주거복지정책'은 오히려 배제를 정당화하는 핑계가 되고 있다. 누구에게 어떤 집이 필요한 지를 묻지 않고 상품만을 찍어내는 주거, 부동산정책으로는 집값을 잡을 수도 없을 뿐더러 주거권 실현도 기대할 수 없다.

진보복덕방 9호에서는 장애인의 주거권 현실을 살펴보면서 보편적인 주거권 실현을 위한 과제를 독자들과 함께 고민해보려고 한다. [편집자주]  

‘주거’가 권리인가?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기본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로서 우리는 의식주(衣食住)를 이야기한다. 일단 입고, 먹고, 잘 곳이 있어야 산다는 것은 그만큼 상식에 속한다.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한 3대 권리로 활동보조서비스와 소득보장, 그리고 주거권이 이야기되는 것도 바로 이런 의식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러나 주거‘권’이라는 것은 한국사회에서 매우 낯선 말 중에 하나이다. 왜 그럴까? 어떤 것이 권리가 되려면, 그 대상이 공적으로 다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서 주거를 위한 공간인 주택은 ‘재산목록 1호’이자 ‘투기대상 1호’로써, 철저한 사유재산의 영역 내에 존재해왔다. 사정이 이러하니 주거의 문제가 권리로써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해왔던 것이다.

그렇다면 장애인의 주거권 보장은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전체 민중의 주거문제가 권리의 차원으로 상승되지 못한 채 장애인의 주거권만 보장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장애인의 주거권 투쟁은 전체 주거빈곤층의 투쟁과 긴밀히 연동되어, 전반적인 주택의 공공성 자체를 확보하는 방향에서 진행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두면서, 현재 장애인 주거권 확보를 위한 기본적인 과제는 우선적으로 아래의 세 가지 측면에서 접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장애인쿼터제 도입

현재 우리사회에 존재하는 대표적인 공공임대주택으로는 영구임대주택, 50년 공공임대주택, 국민임대주택, 기존주택(다가구) 매입임대 및 기존주택 전세임대 등을 들 수 있다. 이중 가장 저렴한 주택은 영구임대나 다가구 매입임대이다. 그러나 영구임대의 경우 최소평형으로 구성되어 있고 장애인의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1992년 이후 추가 공급이 없는 상황에서 대기자만 6만 세대에 달하고 있다. 다가구 매입임대 역시 기본적인 접근권 자체가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현재 가장 많이 보급되고 있는 국민임대의 경우 기본적으로 보증금이 1천만 원이 넘으며, 관리비를 제외한 월세가 최하 15만원 이상이기 때문에 주거빈곤층을 위한 주거대책이라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즉 현재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접근성의 미비, 보증금과 임대료․관리비등의 부담 등으로 실질적인 장애인 주거 대책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을 전환시킬 수 있는 기본적인 방안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외국의 경우 임대주택쿼터제라는 것이 존재한다. 임대주택쿼터제란 공공이 자치구 내 총 주택(가구)수의 일정비율을 임대주택으로 확보하여 서민의 주거복지를 실현시키고자 하는 제도이다. 프랑스는 도시기본법(1991) 및 이후의 사회연대및도시재개발법(2000)을 통해 일정규모 이상의 지자체는 공공(임대)주택의 비율이 전체주택의 20%이상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으며, 영국 런던의 경우 공공임대주택 35% 할당제를 도입하기도 하였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는 장애인에 대한 임대주택 쿼터제 도입을 요구할 수 있다. 2005년 말 현재 임대주택의 비율이 전체주택의 3%밖에 되지 않는 우리나라의 경우, 소유하지 않더라도 안정적인 점유가 보장되는 임대주택이 전반적으로 확대되어야 하며, 확대되는 임대주택의 일정량(예를 들어 장애인 출현율 10%를 기준으로)이 장애인을 위한 주거공간으로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에도 국민임대 및 각종 공공임대에서는 일정비율 이내에서 장애인을 우선공급대상자로 지정하거나, 입주자격에서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우선순위부여와 쿼터제의 차이는 무엇일까?
핵심적인 차이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건설단계부터 장애인이 접근가능한 주거형태로 건설하고 다가구 매입임대와 같은 기존주택의 경우 사전개조를 통해 접근성을 확보하여, 장애인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원천적으로 보장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렇게 확보된 주택에 대해서는 보증금 문제 때문에 입주가 불가능하지 않도록, 보증금을 없애거나 보증금지원이 의무적으로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장애인 주거권 확보를 위한 기본 방향과 과제

사진 출처 : 장애인차별철폐연대


주택개조지원의 권리성 확보 및 주택관련 법제의 정비

현재 한국사회에서 시행되고 있는 주거권 관련 정책은 크게 각종 임대주택과 임대차자금 지원, 그리고 주택개조 지원 등 3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주택개조 지원은 주거의 공간 자체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사회의 주택 대다수가 장애인의 접근성 및 편의성이 보장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는, 주거 공간의 획득 자체와도 ‘연동’되는 중요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저소득 장애인의 경우 자신의 경제력으로 매입이나 임차가 가능한 저렴주택이 있더라도, 접근성과 편의성의 문제로 주거가 불가능한 경우가 매우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인 주택개조 지원사업은 너무나 많은 한계를 지니고 있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사업지역이 농․어촌에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2005년 장애인실태조사에 의하면 전체 장애인의 25.7%가 불편하다고 응답하였으며, 18.3%가 주택개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다수의 주택, 특히 저렴주택일수록 장애인의 접근성과 편의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주택개조의 요구와 필요성은 농․어촌 지역에 한정되지 않고 매우 광범위하게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장애인 주택개조 지원사업은 2004~2005년에는 도시까지를 포함하여 지역구분 없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2006년부터는 재원 마련의 불안정성과 예산 축소를 이유가 농어촌 지역에 한정하여 이루어지게 된다. 즉 장애인 주택개조 지원사업은 애초부터 일반회계가 아닌 복권기금 71억(지자체 예산 포함 140억 규모)을 통해 추진되었으며, 2006년부터는 중앙 예산이 한 해 20억 규모로 축소되었을 뿐만 아니라 농어촌특별세관리특별회계(현 농어촌구조개선특별회계)에서 예산이 확보됨에 따라 사업이 농어촌으로 한정된 것이다.

현재의 주택개조 지원사업이 갖는 두 번째 문제는 그 대상을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에 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택개조는 장애로 인한 일종의 추가비용의 성격을 지니며, 이러한 추가비용적 성격에 대한 지원은 공공부조적 범위를 벗어나 보편성을 지니는 방향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세 번째 문제는 현재의 지원사업이 주택이 주택의 소유자 및 공공임대주택 거주자를 기본적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자가가 아닌 가구의 경우 ‘지자체 장(長)의 판단’에 의해서만 지원이 가능하다). 그러나 도시지역, 특히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경우 저소득 장애인이 자신의 주택을 소유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자가가 아닌 임차한 주택의 경우라도, ‘임대인(주택 소유주)의 동의’가 이루어진 경우라면, 차별 없이 같은 수준의 지원 자격이 부여되어야 한다.

네 번째 문제는 우리나라의 주거지원 프로그램이 결혼을 하여 소위 ‘정상 가족’을 구성한 다수인 가구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있으며, 주택개조 지원사업 역시 장애인 다수가구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사회의 많은 장애인들은 다양한 차별로 인해 ‘결혼 및 가족을 구성할 권리’에서부터 배제를 당하고 있다. 또한 시설에서 나와 자립을 원하는 장애인의 경우 주거는 가장 1차적인 문제이다. 이러할 경우 당연히 1인 가구를 구성할 경우가 많으나, 현 제도상으로는 지원의 대상에서 원천적인 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기준이 유지된다 하더라도, 일정한 비율 내에서 1인 가구를 위한 할당제가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택개조 지원사업은 이미 완성된 주거공간에 대한 사후적 보완의 성격을 지닌다. 따라서 보다 근본적으로는 주택의 건립 단계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의 적용을 통해 장애인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는 정책이 보다 강화되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현 주택법에는 장애인 및 노약자를 위한 주거의 편의성 및 접근성에 대한 내용이 명시되지 않고 있음. 따라서 주택법 제3조(국가 등의 의무), 제5조(주거실태조사), 제7조(주택종합계획의 수립)및 제8조(주택종합계획)등의 조항에서 장애인 및 노약자를 위한 주거 편의성 및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의무, 주거실태조사, 주택종합계획을 명시한 조항이 삽입되어야 한다. 그리고 주택법 시행령 제7조에서 정하고 있는 최저주거기준에도 장애인 등의 주택 접근성 및 주거 편의성 보장하기 위한 최소 기준이 함께 포함되어야 하며, 이 밖에도 건설교통부 소관의 각종 주택․건축 관련 법률의 포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또한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편의대상 시설로 명시된 공동주택을 10세대 미만의 다세대주택이나 연립주택도 포함하도록 개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장애인 당사자가 통제권을 갖는 실질적인 자립홈의 도입․확충

현재 정부는 장애인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적인 삶을 지원한다는 취지아래 그룹홈(공동생활가정)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그룹홈은 장애인의 자립적 주거공간이 아닌,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보다 작은 시설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해왔다.
그룹홈 사업은 2005년부터 지방이양 사업에 포함되어 지방자치단체의 권한과 지침아래 운영이 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2006년도에 마련한 ‘장애인 공동생활가정 설치․운영지침’에서 그룹홈을 교육형, 영구거주형, 자립형 등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체험형도 그 한 형태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의 자립형은 영구거주형과 실질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으며, 교육형 역시 주거기간이 5년 미만으로 실질적으로는 세 형태 모두 아무런 차별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핵심적으로 자립형이 실질적인 자립홈의 의미를 지니려면, 상주하는 직원(사회재활교사)이 거주인을 지도․감독하는 형태가 아니라, 입주하여 거주하는 장애인이 직접 통제권을 갖는 형태로 전환되어야 한다. 즉, 기본적인 지원인력은 장애인 당사자의 필요와 욕구에 따라 상근 활동보조인이나 유급 가사도우미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현재의 사회재활교사는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외부 순회인력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서울시그룹홈지원센터가 2006년 9월부터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시범운영하고 있는 자립그룹홈이 이와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으나, 이 역시 아래와 같은 추가적 조치가 수반되어야 한다.

우선 주거 인원을 다른 형태의 그룹홈과 같이 4인 이상으로 일률적으로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 인원 제한이 아예 없거나 2인 이상이면 충분하며, 파트너 구성 역시 동성․이성․결혼․동거․비장애인 등 다양하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주거 공간 자체를 마련하는 비용 역시 일정비율(예를 들어 50% 이상)을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보조하도록 명시하거나, 주택 자체를 정부와 지자체가 확보하여 무상에 가까운 저렴한 비용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김도현 님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 입니다

* 출처 및 링크 : 진보복덕방 http://www.culturalaction.org/webbs/view.php?board=houseagent&id=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