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말하다 #482

김미선2008.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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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하다 #482

하늘은 텅 비어있다

내가 사랑하는 어떤 남자 나를 떠날..어떤 남자

그 나머지는 내 앞뒤의 일이든 내 전후의 일이든 나와 무관하다

나는 널 사랑해

 

[이게 다에요]중에서 마르크리트 뒤라스

 

첫 데이트 장소로 택한 놀이공원에서

솜사탕을 베어물며 여자가 말했다

 

'솜사탕은 사랑 같아'

 

남자가 그녀를 쳐다보며 물었다

 

'사랑이 달기만 할까?'

 

여자는 회전목마의 매표소로 걸어가며 말했다

 

'아니 허무해서..

솜사탕은 가득 베어물어도 입안에선 달콤한 즙 한방울로 남잖아

사랑이 시작할땐 모든 것이지만 지나고 나면 몇장의 사진이었어'

 

두 사람은 그런 대화를 나누다가 회전목마에 탔고

회전목마가 도는 동안 세상도 빙글빙글 돌았다

지루한 반복

성인에게는 더 찌릿한 롤러코스터가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여자는 회전목마에서 내리고 난 후에 이렇게 말했다

 

'나 어릴때 회전목마에타면 엄마는 출입구쪽에 서서 기다리셨거든

한바퀴 돌때마다 엄마가 기둥에 가려서

사라졌다가 나타났다가 했어

난 엄마가 사라질때 살짝 불안해졌어

갑자기 엄마가 없어지면 어떡하나 생각이 들었거든'

 

그녀가 솜사탕 막대를 휴지통에 버리고 말을 이었다

 

'근데 말이야 너도 언젠가 날 떠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난 회전목마에 타면 항상 불안해져..

사랑이 시작할때도 불안하지.. 지금 우리처럼..

그래도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니까 그게 전부니까..

난 널 사랑해..'

 

남자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처음이었다

 

내 손을 꼭 잡아봐..느껴지니?

우리가 잡은게 바로 사랑이야

 

 

#사랑을 말하다_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