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말하다 #493

김미선2008.02.14
조회51
사랑을 말하다 #493

거의 1년이 되어가는데 그녀에게 연락이 왔다

그는 망설였다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그 전화를 받게 되면 그는 다시 다치게 될 것이다

 

'그래도 받자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지도 모르니까'

 

하고 생각했다

자신을 속이기는 남을 속이기 보다 쉬운 법이다

 

'안녕'

 

그녀는 마침 새벽 2시까지 통화를 하다가

'잘자요' 란 인사를 했던 연인처럼 다정하게 말한다

 

'보고싶어 내일 만나고 싶어'

 

다음날 그들은 만났다

그는 약간 허둥댔고 그녀는 잘 깎은 생밤같은 얼굴로

그동안 잘 지냈냐고 물었다

 

'니가 그런 말할 자격있어?'

 

그는 마음속으로는 화를 냈지만

겉으로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말했다

늘 그렇듯이 그녀는 그에게 미소를 지어보이고 차를 조금 마시고

입술을 훔치고 그 도톰한 입술로 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번 속으로 말했다

 

'아니 나 더이상 너한테 속지 않을거야

넌 지금은 그렇게 말하지만 곧 날 지겨워하게 될거고

또 날 떠나겠지.. 한번도 단 한번도 넌 날 사랑한 적 없어

넌 날 쇼핑과 쇼핑 사이에 잠깐 쉬어가는 쇼파 정도로 여겼던거야

너에겐 사랑이 쇼핑이었지.. 나한텐 종교였고..'

 

하지만 실제로 나온 말은 훨씬 간단했다

 

'주말에 만날 사람이 없었던 모양이네..'

 

그녀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넌 그렇게 쿨한게 매력이야'

 

그는 그녀에게 말하고 싶었다

심장이 멎을때까지 그녀에게서 달아나고 싶었다고

하지만 그는 그녀가 원하는 것만 하도록 태어난 사람이었다

진심은 호주머니속으로 넣어든 채고

휴대폰만 꺼내서 그녀의 사진을 찍었다

 

'이번엔 언제 떠날거니?'

 

라고 말하면서..

 

 

#사랑을 말하다_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