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재즈가 어렵다고요? 여기 산뜻한 멜로디가 있소이다!"

플럭서스2008.02.14
조회119

"재즈가 어렵다고요? 여기 산뜻한 멜로디가 있소이다!"

데뷔앨범 낸 재즈 밴드 윈터플레이,
절로 따라 흥얼거리게 되는 '팝 재즈'

정훈희 음색 닮은 신예 문혜원 돋보여

 

[조선일보 / 한현우 기자]

한국에서 재즈는 여전히 변방의 음악이다. 사람들은 재즈의 변박(變拍)과 즉흥연주엔 관심 없고, 감미로운 멜로디만 좇는다. 오므라이스 주문해서 케첩만 먹는 격이다. 아방가르드는 물론, 비밥과 쿨 재즈는 만날 찬밥이다. 잘 나가는 재즈클럽은 '최고의 맞선 2차 장소'란 비아냥을 듣는다.

재즈 트럼페터 이주한의 프로젝트 밴드 '윈터플레이(Winterplay)'가 내놓은 첫 음반 '초코 스노우볼'은 작심하고 이런 음악대중에게 '미끼'를 던진다. "여기 멜로디가 있소이다(옜다, 케첩이다)!"

작년 11월 27일 밴드 멤버 첫 미팅. 그리고 13일 만인 12월 10일 녹음 완료. 이주한을 비롯, 소은규(콘트라베이스) 최우준(기타) 문혜원(보컬) 나머지 멤버들은 '번개' 수준의 작업으로 뚝딱 11곡이 담긴 음반을 만들었다. 그 중 8곡이 창작곡. 이주한은 "흥얼거릴 수 있는 멜로디에다 즉흥연주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이 음반은 팝에 가깝다"고 했지만, 최우준은 "이런 음악을 해보자고 한 것도, 모여서 후다닥 녹음한 것도 모두 즉흥적이란 면에서 이 음반은 매우 재즈적"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그래미상이 있다면 이 음반은 팝과 재즈 부문에서 모두 최우수 앨범 노미네이트 감이다. 노라 존스가 그랬듯이.

[기사]"재즈가 어렵다고요? 여기 산뜻한 멜로디가 있소이다!" ▲ 달착지근하고 보송보송한 재즈 음반‘초코 스노우볼’을 내놓은 밴드 '윈터플레이'.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주한 소은규 최우준 문혜원. /플럭서스뮤직 제공

 

이주한의 '쿨한 척' 하는 트럼펫이야 이미 재즈 동네에선 잘 알려져 있지만, 문혜원은 진실로 감동적인 발견이다. '핫 소스'나 '멜론 맨' 같은 창작곡들에서 그녀의 노래는 두툼한 붓으로 난(蘭)을 치는 것과 같다. 뱃속 벼루에서 적신 그녀의 붓은 성대를 통과하면서 난의 아랫줄기를 단단하게 찍고, 점차 호(毫)를 들어 결국 펜촉처럼 가느다란 잎끝으로 수렴된다.

패티김의 명곡 '못잊어'를 삼바 기타에 맞춰 부를 땐, 한창 때의 정훈희 음색을 들려준다. 문혜원은 단국대 생활음악과에서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을 사사했고 재즈클럽에서 활동해왔다. 한때 "그래야 노래를 하는 줄 알고" 기획사에서 댄스그룹 훈련을 2년이나 하다 접었다니, 그 망한 댄스 프로젝트에 감사를 해야 할지.

노래들은 2분35초에서 길어야 4분13초. "일부러 짧게, 따라 부르기 쉽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7곡을 작곡한 명실상부 리더 이주한의 트럼펫은 나서지 않는다. 쳇 베이커의 그것처럼 몇 마디씩 희멀겋게 뿌리고 또 사라진다. 최우준의 기타와 소은규의 베이스도 행여 튈까 조심스럽게 '반주' 영역에 머문다.

지난 4일 청담동 재즈음반매장 '애프터 아워즈(After Hours)'에서 열린 이들의 쇼케이스에서도 멤버들은 '오버'하지 않았다. 곡마다 엔딩에서 약간의 변화를 줬을 뿐, 즉흥연주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문혜원의 라이브는 음반과 거의 다르지 않았다. "즉흥연주가 없어도 재즈랄 수 있는가"하고 물었더니 이주한은 "그렇게 만든 음반이니까 라이브도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겨울이니까 윈터플레이, 여름엔 서머플레이를 한 장 낼까 하고 있다"며 씩 웃었다.

<embed src="http://play.tagstory.com/player/TS00@V000157472" width="400" height="345" name="V000157472" allowScriptAccess="always" allowFullScreen="true"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pluginspage="http://www.macromedia.com/go/getflashplayer"> 첫 음반 '초코 스노우볼'을 내놓은 재즈 프로젝트 밴드 '윈터플레이(Winterplay)'가 지난 2월 4일 서울 청담동 재즈음반샵 'After Hours'에서 쇼케이스를 열었다. /한현우 기자 hwh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