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노(Juno)

박명관2008.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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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노(Juno)

 

 

 

*이건 의자에서 시작된 이야기. (It started with the chair.)

 

영화 는 고등학생인 16세 소녀 주노가 임신을 하며 시작한

 

다. 남자친구 블리크와 처음으로 의자 위에서 섹스를 하고는 두 달

 

뒤 임신사실을 알게 되고, 그녀는 낙태를 하려다 그 아기도 손톱이

 

달려 있을 것 이라는 친구의 말에 마음을 바꾸게 된다.   

 

 

여기서 임신이 일어난 아니 더 정확히 이야기 속 주인공 남녀가 섹

 

스를 하는 장소가 의자 위라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 의자라는 장

 

소는 그 섹스가 아주 충동적인 그러니까 전혀 계획되지 않은 사건인

 

것을 암시하는 동시에 그 이후의 사건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암시하

 

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여 주인공의 끔찍한 시련을 암시하기

 

도 한다. 

 

(영어로 chair 는 ‘책임 있는 자리-의장직을 맡다’ 라는 뜻과 ‘사형용

 

전기의자’라는 뜻도 있다.) 

 

즉, 주노에게 그 의자는 생애 처음으로 경험한 섹스가 바로 책임을

 

전제로 한 유희였으며, 그 유희는 그 이후 뒤 따라올 시련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물건인 것이다. 그래서 남자친구에게

 

임신사실을 통보 할 때에도 그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다. (봐! 난 이

 

제 엄마라는 의장 직에 앉게 되었어!) 

 

하지만 주노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지 않고 담담하게 그 자리를 필

 

요한 누군가에게 전해주려한다. 임신은 분명 그녀에게 뜻밖의 일이

 

지만 비극의 서막을 알리는 사건이 아니기에. 그리고 또 다른 누군

 

가에게 그 엄마라는 자리는 너무나도 소중한 자리가 될 수 있기에

 

말이다.

 

 

* 완벽한 부모는 어디에…(Who is perfect parents?)

 

주노는 현실을 빨리 직시하고 친구와 함께 양부모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그들은 신문구인광고란에서 입양을 원한다는 마크와 로레사

 

부부를 발견한다. 5년간이나 노력했지만 아기를 갖지 못했다는 부

 

부. 그들은 주노가 기대하는 완벽한 부부상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

 

야기가 중반부로 치달아 가는 도중 아주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된다.

 

그러니까 마크가 로레사랑 이혼 할 것이라는 것. 마크는 주노에게

 

더 이상 로레사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고백하고 곧 시내에 있는 집으

 

로 이사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 부분은 이 영화가 단지 미혼모가 좌충우돌 시련과 고난을 겪으며

 

이겨내는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며, 이 영화를 정말인지 특별

 

한 작품으로 만든다. 이 세상에 정말 완벽한 부모가 있는가 하는 것,

 

그리고 동시에 영원히 서로를 사랑하는 커플이 존재하는 가에 관한

 

질문을 던지면서. 이 질문에 관한 답은 주노의 아빠가 해 주지만, 그

 

싱거운 답변보다 주노가 행하는 이후의 행동이 Best answer이 될 것

 

이다. 이것은 사랑이든 아이이든 무엇이 되었든 커플간에 일어나는

 

일은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책임지거나 혹은 껴안아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서로간의 이해와 얼마간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

 

며 그것이 무척 힘들다는 것 또한 보여준다. 어느 누구도 완벽하지

 

않으며, 완벽한 커플이 없듯 완벽한 부모는 있을 수 없다는 것. 단지

 

아이에게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아니 사랑을 줄 준비가 되

 

어있는 사람이라면 엄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사실! 아이가 부모의 식은 애정을 되돌려 주지는

 

않는 다는 점 또한!

 

 

 

* 가슴 뛰는 설레임 하나면 괜찮아. (That’s all I can ask for you.)    

 

이 영화의 베스트 컷은 누가 뭐라 해도 주노가 만삭의 몸으로 남자

 

친구 블리크에게 고백하고는 운동장 트랙에서 서로 키스하는 장면

 

일 것이다. 임산부가 되었어도 주노는 여전히 평소 좋아하는 다소

 

과격한 락 음악을 즐겨 듣고 고전 호러 영화를 보며 흥분하고, 남자

 

친구의 행동에 질투하는 등 그 이전의 여고생의 모습을 잃지 않는

 

다. 그리고 자신의 변화된 몸을 괴물처럼 여기는 아이들과 달리 자

 

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자신만의 사랑을 찾는다.(He is cheese t

 

o my macaroni.-천생연분 혹은 찰떡궁합) 이처럼 아기를 낳고 나서

 

사랑을 찾는 평범하지 않은 이 커플이 정말 사랑스러운 이유는 그들

 

이 큰 사건을 겪고 나서도 괜시리 어른다운 포즈를 취하지 않기 때

 

문이다. 그대신 그들은 미성숙하며 준비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있

 

는 그대로 사랑할 줄 아는 법을 알게 되었다. 책임 그리고 시련을 이

 

겨내는 법? 그건 또 그때 알게 될 것이니까. 미리 겁낼 필요 없다. 지

 

금은 가슴 뛰는 10대이니까. 그리고 사랑에 빠진 17세 소녀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