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말하다] 거긴 니 숨결이 들어있으니까...

전정희2008.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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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하다] 거긴 니 숨결이 들어있으니까...

나... 이사간다... 이 작은 원룸이 가득찼거든... 처음 이집에 이사오던날, 너는 한쪽벽을 꼭 와인색으로 바르고싶다고 떼를 썼고 나는 그런집에는 절대로 살지않겠다고 했었지 결국 와인색 벽을 만들고 난 다음에 그 벽에 커다란 포스터를 붙였었어 근데 어느날 잠을 자는데 머리맡에서 '사각' 하는 소리가 나는거야... 포스터가 떨어졌어... 범인은 물론 중력이었지... 근데 포스터를 붙였던 종이테이프가 같이 떨어지면서 고운 와인색에 최초로 흠이 생기고 말았던거야... 사실은 너한테 미안해서 거기다가 비슷한색깔 크레파스로 칠했었어       조금전에 슈퍼에가서 100리터짜리 쓰레기봉투 사가지고 왔어... 근데 이거 하나론 부족하네... 버릴게 많아...   난 이제 이사가면 텅빈 방에서 우두커니 앉아있을거야... 그냥 커다란 통판으로 짠 탁자 하나만 두고... 거기서 밥먹고, 책도 읽고, 레포트도 쓰고 하면서... 너를 떠올리게하는 것들을 모두 버리기까지 사실 많이 망설였었어   한때는 조금 전에 니가 내 방에서 막 나간 것처럼 일부러 니 흔적 꾸며놓기도 했었어... 그래서 식탁위에다가 다 마신 캔 맥주를 딱 하나 놨었지... 너 항상 캔 맥주 하나마시고 집에 돌아갔었으니까...   이제야 버릴 용기가 생겼는데...   근데 조금전에 벽장문을 열어봤더니 풍선 하나가 나오는거야 내 생일날 니가 풍선으로 집안 장식했었잖아... 난 풍선 좋아하지도 않는데... 그중에 하나가 남아있더라... 근데 그건 차마 버리지 못하겠어... 새 집에 가지고 갈게...   거긴 니 숨결이 들어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