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92년 3월 검사로 발령받아 정확히 15년 2개월 근무하였다. 그 기간 중 약 10년을 형사부(7년 6월), 조사부(2년 6월)에서 근무하였다.
나의 일상은 다음과 같았다.
매월 약 200건 내지 600건의 사건을 배당받았다.
통상 8시 30분에서 9시 정도에 출근하여 9시가 조금 넘으면 그때부터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업무시간 중에는 주로 중요사건 직접 조사, 고소인 및 피의자 면담, 수사지휘, 변사검시 등 출장, 배당기록 검토 등을 하고, 업무시간이 끝나고 나면 주로 사무실에 혼자 남아 조사 종결된 기록검토, 결정문 작성을 한다. 업무시간 중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던 것이 복잡한 사건 직접 조사와 고소인 및 피의자 면담이었다.
나는 배당받은 기록 중 합의가 되지 않은 고소사건, 폭력사건 등에 대해서는 거의 예외 없이 고소인과 피의자를 모두 소환하여 상담을 하였다.
검사실은 민원인들로 항상 북적거렸다. 대부분이 혐의가 인정키 어렵거나 약식 사안이어서 구체적 조사가 필요 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아무리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사건이라도 당사자 본인에게는 매우 중대한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따라서 조사는 하지 아니하더라도 고소인의 주장과 피의자의 변소를 들어주었고, 각 주장의 쟁점들, 예컨대 차용금사기의 경우 왜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지, 폭력사건의 경우 피해자지만 입건되어 피의자가 될 경우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이유 등을 설명하여 주었다.
특히 교통사고 등 관련 진정사건에 대해서도 동일 사안에 대하여 수차 진정하여 기각 내지 각하되었음에도 진정서를 계속 제출하는 진정인의 경우에는 소환하여 그 사유를 설명하여 주었다. 종종 고소인이나 피의자들이 경찰로부터 송치받은 기록에는 언급되지 않은 새로운 증거를 제출하여 직구속이나 무고 인지 등을 하기도 하였다.
형사부의 경우 대부분 검사들의 하루 생활이 나의 일과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검사 간 개인차도 있는 것이어서 일반화할 수는 없을 것이나 내 주위에 보면 나처럼 검사생활을 보낸 동료들이 꽤 많다. 그래서 나를 ‘보통검사’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보통검사’로서 나의 희망사항은 수사절차에 있어서 검사의 역할과 관련된 것이다.
첫째, 통상 형사사건으로 불리는 사건들은 경찰을 지휘하여 수사한 후 기소 예정된 사건만 송치받고, 혐의가 인정되지 아니한 사건은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한 송치를 받지 않는다.
둘째, 검사의 직접 조사는 ‘특수사건’ 수사에 한정한다.
2004. 9. 검경수사권조정 담당 검찰연구관 직무대리 명령을 받기 전까지 나는 위와 같이 검사로서 하루하루 생활하면서 검사에게 가장 중요한 업무의 첫 번째가 직접 조사, 두 번째가 민원인 상담, 그리고 수사지휘는 세 번째로 중요한 업무로 생각하였다. 검사를 ‘준사법기관’이 아닌 단순한 수사기관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종종 나에게 부과된 임무 중 어떤 것 하나도 제대로 할 수 없는 내 자신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능력을 한탄을 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제도적으로 무엇인가 잘못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특히 경찰과 업무 중복이 너무 많았다.
검경수사권조정에 관여하면서 나는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의문들을 진지하게 고민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해답을 찾지는 못하였지만, 그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하여야 할 중요한 원칙들을 알게 되었다.
첫째, 국가 조직 전체적인 입장에서 보아야 한다. 경찰의 입장이나 검사의 입장에서만 수사권조정문제를 바라보는 것을 피해야 한다. 약 1,600명의 검사와 약 150,000명의 경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하여야 할 것인 지 생각하여야 한다.
둘째, 국민이 진정 검사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여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특히 주의하여야 할 것이 있다. 검사는 국민이 원한 것이라면 모든 것을 해 낼 수 있는 초능력인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검사에게 주어진 시간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하루 최소 9시간 최대 24시간 밖에 되지 않는다. 본인의 능력을 넘어 일을 하다보면 반드시 부작용이 생기게 된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검찰 위기’ - ‘수사지휘 부실, 형식적인 사건처리, 수사과정에서의 인권침해, 특수사건의 높은 무죄율 등’ 외부로부터의 비판 - 의 매우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인 것으로 생각된다.
나는 위와 같은 원칙들에 근거하여 향 후 검사의 바람직한 역할을 다음과 같이 그려보게 되었다.
검사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수사지휘 및 공소유지 그리고 ‘특수사건’수사이다.
1. 통상 형사사건으로 불리는 사건들은 경찰을 지휘하여 수사하고, 기소 예정된 사건은 송치받아 기소 후 공소유지 한다. 공소유지 과정에서 필요한 보완조사도 원칙적으로 경찰에 지휘하는 방법으로 한다. 검사 현원은 1,600명이 조금 넘는다. 게다가 일선에서 수사에 관여하는 검사들은 700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행 법 체계도 검사에게 전체 형사사건의 직접 조사업무를 부여할 의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당사자가 사건처리결과에 대하여 수긍을 하지 않는 경우가 아니라면, 혐의가 인정되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는 굳이 경찰로부터 송치 받을 필요가 없다. 재판에도 3심 제도가 있는 것처럼 수사과정에도 2단계 절차를 만들어 경찰 사건 처리 결과에 불복하는 사건에 한정하여 송치받아 조사한다. 이 경우 역시 수사지휘를 통한 조사를 원칙으로 한다.
내가 그동안 검사생활을 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던 형사사건 보완조사, 피의자 및 고소인 상담 등 업무는 경찰 초동 수사단계에서 적절한 수사지휘를 통해 충분히 가능한 일이고 오히려 더욱 효과적이 될 수 있다. 내년부터 재정신청제도가 전면 확대되면 수사과정에도 3단계의 점검 절차가 도입된다. 따라서 범죄혐의가 인정되지 않고 동시에 당사자가 이의도 제기하지 않은 사건을 모두 송치 받을 필요성은 더욱 없어진다.
2. 검사의 직접 수사는 ‘특수사건’ 수사에 한정되어야 한다. 특수사건이 형사사건보다 더 중요해서가 아니다. 한 기관에서 특수사건과 형사사건을 함께 담당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건의 성격상 형사사건은 민생치안과 직결되고 거의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데다 ‘신속한 처리’가 필수적이므로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반면, 특수사건은 대부분 그 파장이 심각하여 신속한 처리보다는 신중하고 정확한 처리가 요구되므로 전문화된 소수 정예 기관이 담당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현재 우리 실정을 보면 수사와 관련하여 검사와 사법경찰은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검사는 또 사법경찰을 지휘하고 있다. 뭔지 모순인 것 같다. 우리가 소수 정예 기관으로서 검사 제도를 도입하면서 경찰과 똑같은 임무를 부여하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 검찰청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보겠다.
먼저 형사사건을 보면, 통상 1년에 27명의 형사부 검사가 약 70,000건의 경찰송치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검사 1인당 평균 약 2,590건의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 모든 사건에 대해서 일부는 조사하고, 일부는 상담하고, 관내 7개 경찰서에 대해 수사지휘하고, 유치장감찰 및 변사지휘하고, 그러면서 관련사건 인지하고... 아무리 탁월한 능력을 가진 검사라도 불가능할 것 같다.
다음은 특수사건수사에 관해서다. 4명의 특수부검사가 관할구역인 수원, 화성, 안양, 과천, 오산, 의왕, 군포, 용인 등지의 고질적 비리사건을 전담하고 있다. 정말 탁월한 검사들이 배치되어 있지만 극소수의 인원으로 과연 위와 같이 광대한 지역에 대한 고품질 기획수사가 원천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다.
현재 특수사건 수사는 검찰의 특수부에서 뿐만 아니라 간헐적으로 검찰의 형사부와 경찰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수사기관에 대한 국민의 가장 큰 불만중의 하나는 특수사건 수사과정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털어서 먼지 안 나겠느냐”는 식의 접근이다.
예컨대 병역비리수사이던 정치자금 수사이던 사회에 만연된 고질적 비리를 없애기 위한 특수사건 수사에는 그 나름대로의 목적이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이 되면 당초의 목적은 어디론지 사라지고 수사목적과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 회사 장부들을 모조리 압수하여 탈세부분을 찾고 있는 모습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극소수 인원으로 하여금 단기간에 최대의 실적을 거두도록 기대한 결과 초래되는 심각한 부작용의 일례이다.
형사사건이든 특수사건이든 국민들은 품위있는 수사를 원하고 있다. 각 기관마다 전문분야는 따로 있기 때문에 각각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운용되어야 할 것이다.
‘검사는 모든 것을 하여야 하고, 무엇이든 잘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오직 국민의 입장에 서서 검사가 어떤 일을 정말 잘할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하여 보아야 할 것 같다. 국민들도 검사에게 모든 사건을 직접 그리고 완벽하게 처리하여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향후 검사제도가 한편으로는 수사지휘와 공소유지에 매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정교하게 기획된 고품질 특수사건 수사를 통해 많은 국민이 겪고 있는 고통을 치유해 주는 방향으로 그 지향점이 보다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검찰에 대한 국민불신이 위험수준을 넘어선 이 시점, “국민을 위한 검찰”, “국민의 사랑을 받는 검찰”이 공염불로 그쳐도 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우리에게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구두선의 차원을 넘어 우리가 이제까지 고민한 것을 실행에 옮길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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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수원지검의 부장검사인 이옥 검사님이 검찰동우회지 2007년 7월호에 기고한 글로 검경의 수사권독립과 검찰의 대국민신뢰 확립차원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여 이옥부장님의 승낙을 받아 전재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정부가 바뀌고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그리고 검찰의 고위간부들이 모두 자리바꿈을 하게 됩니다.
새로운 인물을 맞이한 검찰이
부디 국민으로부터 신뢰받고 존경받는 조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 두 사건에서 발생하는 의혹으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자 최선을 다 하는 수많은 검사님들의 열정과 정의감이 무력해지고,
한밤중까지 휴일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젊은 검사님들이 도매금으로 매도당하는 일이 절대로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보통검사님의 희망사항
「어느 보통검사의 희망사항」
나는 1992년 3월 검사로 발령받아 정확히 15년 2개월 근무하였다. 그 기간 중 약 10년을 형사부(7년 6월), 조사부(2년 6월)에서 근무하였다.
나의 일상은 다음과 같았다.
매월 약 200건 내지 600건의 사건을 배당받았다.
통상 8시 30분에서 9시 정도에 출근하여 9시가 조금 넘으면 그때부터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업무시간 중에는 주로 중요사건 직접 조사, 고소인 및 피의자 면담, 수사지휘, 변사검시 등 출장, 배당기록 검토 등을 하고, 업무시간이 끝나고 나면 주로 사무실에 혼자 남아 조사 종결된 기록검토, 결정문 작성을 한다. 업무시간 중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던 것이 복잡한 사건 직접 조사와 고소인 및 피의자 면담이었다.
나는 배당받은 기록 중 합의가 되지 않은 고소사건, 폭력사건 등에 대해서는 거의 예외 없이 고소인과 피의자를 모두 소환하여 상담을 하였다.
검사실은 민원인들로 항상 북적거렸다. 대부분이 혐의가 인정키 어렵거나 약식 사안이어서 구체적 조사가 필요 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아무리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사건이라도 당사자 본인에게는 매우 중대한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따라서 조사는 하지 아니하더라도 고소인의 주장과 피의자의 변소를 들어주었고, 각 주장의 쟁점들, 예컨대 차용금사기의 경우 왜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지, 폭력사건의 경우 피해자지만 입건되어 피의자가 될 경우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이유 등을 설명하여 주었다.
특히 교통사고 등 관련 진정사건에 대해서도 동일 사안에 대하여 수차 진정하여 기각 내지 각하되었음에도 진정서를 계속 제출하는 진정인의 경우에는 소환하여 그 사유를 설명하여 주었다. 종종 고소인이나 피의자들이 경찰로부터 송치받은 기록에는 언급되지 않은 새로운 증거를 제출하여 직구속이나 무고 인지 등을 하기도 하였다.
형사부의 경우 대부분 검사들의 하루 생활이 나의 일과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검사 간 개인차도 있는 것이어서 일반화할 수는 없을 것이나 내 주위에 보면 나처럼 검사생활을 보낸 동료들이 꽤 많다. 그래서 나를 ‘보통검사’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보통검사’로서 나의 희망사항은 수사절차에 있어서 검사의 역할과 관련된 것이다.
첫째, 통상 형사사건으로 불리는 사건들은 경찰을 지휘하여 수사한 후 기소 예정된 사건만 송치받고, 혐의가 인정되지 아니한 사건은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한 송치를 받지 않는다.
둘째, 검사의 직접 조사는 ‘특수사건’ 수사에 한정한다.
2004. 9. 검경수사권조정 담당 검찰연구관 직무대리 명령을 받기 전까지 나는 위와 같이 검사로서 하루하루 생활하면서 검사에게 가장 중요한 업무의 첫 번째가 직접 조사, 두 번째가 민원인 상담, 그리고 수사지휘는 세 번째로 중요한 업무로 생각하였다. 검사를 ‘준사법기관’이 아닌 단순한 수사기관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종종 나에게 부과된 임무 중 어떤 것 하나도 제대로 할 수 없는 내 자신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능력을 한탄을 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제도적으로 무엇인가 잘못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특히 경찰과 업무 중복이 너무 많았다.
검경수사권조정에 관여하면서 나는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의문들을 진지하게 고민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해답을 찾지는 못하였지만, 그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하여야 할 중요한 원칙들을 알게 되었다.
첫째, 국가 조직 전체적인 입장에서 보아야 한다. 경찰의 입장이나 검사의 입장에서만 수사권조정문제를 바라보는 것을 피해야 한다. 약 1,600명의 검사와 약 150,000명의 경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하여야 할 것인 지 생각하여야 한다.
둘째, 국민이 진정 검사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여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특히 주의하여야 할 것이 있다. 검사는 국민이 원한 것이라면 모든 것을 해 낼 수 있는 초능력인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검사에게 주어진 시간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하루 최소 9시간 최대 24시간 밖에 되지 않는다. 본인의 능력을 넘어 일을 하다보면 반드시 부작용이 생기게 된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검찰 위기’ - ‘수사지휘 부실, 형식적인 사건처리, 수사과정에서의 인권침해, 특수사건의 높은 무죄율 등’ 외부로부터의 비판 - 의 매우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인 것으로 생각된다.
나는 위와 같은 원칙들에 근거하여 향 후 검사의 바람직한 역할을 다음과 같이 그려보게 되었다.
검사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수사지휘 및 공소유지 그리고 ‘특수사건’수사이다.
1. 통상 형사사건으로 불리는 사건들은 경찰을 지휘하여 수사하고, 기소 예정된 사건은 송치받아 기소 후 공소유지 한다. 공소유지 과정에서 필요한 보완조사도 원칙적으로 경찰에 지휘하는 방법으로 한다. 검사 현원은 1,600명이 조금 넘는다. 게다가 일선에서 수사에 관여하는 검사들은 700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행 법 체계도 검사에게 전체 형사사건의 직접 조사업무를 부여할 의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당사자가 사건처리결과에 대하여 수긍을 하지 않는 경우가 아니라면, 혐의가 인정되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는 굳이 경찰로부터 송치 받을 필요가 없다. 재판에도 3심 제도가 있는 것처럼 수사과정에도 2단계 절차를 만들어 경찰 사건 처리 결과에 불복하는 사건에 한정하여 송치받아 조사한다. 이 경우 역시 수사지휘를 통한 조사를 원칙으로 한다.
내가 그동안 검사생활을 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던 형사사건 보완조사, 피의자 및 고소인 상담 등 업무는 경찰 초동 수사단계에서 적절한 수사지휘를 통해 충분히 가능한 일이고 오히려 더욱 효과적이 될 수 있다. 내년부터 재정신청제도가 전면 확대되면 수사과정에도 3단계의 점검 절차가 도입된다. 따라서 범죄혐의가 인정되지 않고 동시에 당사자가 이의도 제기하지 않은 사건을 모두 송치 받을 필요성은 더욱 없어진다.
2. 검사의 직접 수사는 ‘특수사건’ 수사에 한정되어야 한다. 특수사건이 형사사건보다 더 중요해서가 아니다. 한 기관에서 특수사건과 형사사건을 함께 담당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건의 성격상 형사사건은 민생치안과 직결되고 거의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데다 ‘신속한 처리’가 필수적이므로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반면, 특수사건은 대부분 그 파장이 심각하여 신속한 처리보다는 신중하고 정확한 처리가 요구되므로 전문화된 소수 정예 기관이 담당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현재 우리 실정을 보면 수사와 관련하여 검사와 사법경찰은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검사는 또 사법경찰을 지휘하고 있다. 뭔지 모순인 것 같다. 우리가 소수 정예 기관으로서 검사 제도를 도입하면서 경찰과 똑같은 임무를 부여하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 검찰청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보겠다.
먼저 형사사건을 보면, 통상 1년에 27명의 형사부 검사가 약 70,000건의 경찰송치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검사 1인당 평균 약 2,590건의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 모든 사건에 대해서 일부는 조사하고, 일부는 상담하고, 관내 7개 경찰서에 대해 수사지휘하고, 유치장감찰 및 변사지휘하고, 그러면서 관련사건 인지하고... 아무리 탁월한 능력을 가진 검사라도 불가능할 것 같다.
다음은 특수사건수사에 관해서다. 4명의 특수부검사가 관할구역인 수원, 화성, 안양, 과천, 오산, 의왕, 군포, 용인 등지의 고질적 비리사건을 전담하고 있다. 정말 탁월한 검사들이 배치되어 있지만 극소수의 인원으로 과연 위와 같이 광대한 지역에 대한 고품질 기획수사가 원천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다.
현재 특수사건 수사는 검찰의 특수부에서 뿐만 아니라 간헐적으로 검찰의 형사부와 경찰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수사기관에 대한 국민의 가장 큰 불만중의 하나는 특수사건 수사과정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털어서 먼지 안 나겠느냐”는 식의 접근이다.
예컨대 병역비리수사이던 정치자금 수사이던 사회에 만연된 고질적 비리를 없애기 위한 특수사건 수사에는 그 나름대로의 목적이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이 되면 당초의 목적은 어디론지 사라지고 수사목적과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 회사 장부들을 모조리 압수하여 탈세부분을 찾고 있는 모습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극소수 인원으로 하여금 단기간에 최대의 실적을 거두도록 기대한 결과 초래되는 심각한 부작용의 일례이다.
형사사건이든 특수사건이든 국민들은 품위있는 수사를 원하고 있다. 각 기관마다 전문분야는 따로 있기 때문에 각각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운용되어야 할 것이다.
‘검사는 모든 것을 하여야 하고, 무엇이든 잘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오직 국민의 입장에 서서 검사가 어떤 일을 정말 잘할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하여 보아야 할 것 같다. 국민들도 검사에게 모든 사건을 직접 그리고 완벽하게 처리하여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향후 검사제도가 한편으로는 수사지휘와 공소유지에 매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정교하게 기획된 고품질 특수사건 수사를 통해 많은 국민이 겪고 있는 고통을 치유해 주는 방향으로 그 지향점이 보다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검찰에 대한 국민불신이 위험수준을 넘어선 이 시점, “국민을 위한 검찰”, “국민의 사랑을 받는 검찰”이 공염불로 그쳐도 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우리에게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구두선의 차원을 넘어 우리가 이제까지 고민한 것을 실행에 옮길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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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수원지검의 부장검사인 이옥 검사님이 검찰동우회지 2007년 7월호에 기고한 글로 검경의 수사권독립과 검찰의 대국민신뢰 확립차원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여 이옥부장님의 승낙을 받아 전재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정부가 바뀌고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그리고 검찰의 고위간부들이 모두 자리바꿈을 하게 됩니다.
새로운 인물을 맞이한 검찰이
부디 국민으로부터 신뢰받고 존경받는 조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 두 사건에서 발생하는 의혹으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자 최선을 다 하는 수많은 검사님들의 열정과 정의감이 무력해지고,
한밤중까지 휴일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젊은 검사님들이 도매금으로 매도당하는 일이 절대로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글의 전재를 흔쾌히 수락하신 이옥 부장검사님에게 감사드립니다.
(‘08. 2. 최영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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