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떠나자 "그림" 잡으러

이희창2008.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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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CoverStory] 자~ 떠나자 '그림' 잡으러 자~ 떠나자 "그림" 잡으러

찰나의 수묵화 안면도 귓소골 저수지

안면도 여행을 하는데 눈이 온다. 펑펑 내리는 함박눈이다. 눈 오는 날은 흐린 데다 쌓인 눈과 내리는 눈의 색감이 같아 사진으로 표현하기가 만만치 않다. 조급한 마음에 발만 동동 구르다 발견한 곳이 귓소골 저수지다. 저수지 건너편엔 눈옷을 입은 나목이 줄지어 섰고, 어두운 물빛엔 나목의 반영이 고스란히 비친다. 게다가 어두운 물빛에 대비된 눈은 사진으로 표현하기 적당하다. 밝은 낯보다 어두운 밤에 하얀 눈이 더 잘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얼마 뒤 그 저수지에 다시 갔다가 한 번 더 놀랐다. 너무 볼품이 없어 그냥 지나쳐 버리고 만 게다. 역시 사진은 시간과 상황에 따라 작품이 되기도 하고 그저 스치는 풍경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게 '삽시간의 황홀'이 아닐까.



■가는 길 = 77번 국도를 타고 안면도 끝자락으로 내려가다가 장곡리 버스정류소를 지나면 오른쪽에 작은 저수지가 나타난다.

■TIP = 차를 길 옆에 세우고 차 지붕 위에 올라가 찍은 사진이다. 길섶의 개나리 덤불이 시야를 가려 저수지가 제대로 보이지 않은 탓이다. 그 차이라곤 고작 키 높이지만 또 다른 세상을 볼 수 있다. SUV차량이 아니라면 사다리를 항상 준비하는 게 좋다.

자~ 떠나자 "그림" 잡으러"사진은 삽시간의 황홀이다."

사진을 생의 화두로 삼고 살다간 작가 김영갑(1957~2005)의 말이다. 하지만 그가 담아낸 '삽시간의 황홀'은 정지된 시간이 아니다. 그의 사진에선 구름이 흐르고 햇살이 비춰들며 바람이 불고 있다. 황홀했던 찰나의 순간은 사진 속에서 영원히 살아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김영갑의 사진만 그런 게 아니다. 어떤 사진이든 마찬가지다. 가끔 들춰보는 앨범 속의 빛바랜 사진이 때마다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던가. 한때 카메라가 집안의 가보로 모셔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인 요즘은 카메라 없는 이를 찾기 힘들 정도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고, 심지어 예닐곱 남짓한 꼬마 손에도 카메라가 들려 있다. 바야흐로 여행과 사진을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시대가 됐음이다.

우리 땅 곳곳을 카메라에 담고 신문에 소개한 지 십 년이 훌쩍 넘었다. "그 많은 시간 전국을 누볐으니 더 이상 가 볼 곳이 있느냐"고 묻는 이가 더러 있다. 답은 항상 "아직 못 본 것이 더 많다"이다. 같은 장소라도 계절에 따라, 시간에 따라 모습이 달라진다. 한 그루 나무조차 싹트고 우거지며, 단풍 들다 낙엽지지 않는가. 결단코 자연은 단 한번도 같은 모습을 보여 주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 땅의 속살은 다양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품고 있다.

함박눈에 그 자체로 수묵화가 되는 저수지, 햇살에 온몸으로 물드는 겨울 나목, 물안개 피어오르는 새벽 호수, 첫발자국조차 그림이 되는 순백의 설원, 겨우내 까치밥을 남겨둔 이의 살가운 마음….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있을까. 이 모두는 그 앞에서 조용히 지켜보는 이의 몫이다. 이번 주말 '삽시간의 황홀'을 찾아 사진 여행을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글·사진=권혁재 기자 <shotgun@joongang.co.kr">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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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능선 미시령 울산바위

동틀 녘 미시령 고갯길에서 울산바위를 마주하면 어둠 속에서 산이 깨어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동해의 첫 햇살이 비춰들면 늠름한 기상의 울산바위와 치마폭처럼 펼쳐진 산 능선이 꿈틀대며 장엄한 모습을 드러낸다. 게다가 능선 마루에 선 나목들은 온몸으로 빛을 받아 꽃불인 듯 붉게 타오른다. 광각렌즈로 울산바위와 능선 모습을 담는 것도 좋지만 망원렌즈로 산 능선과 나무들을 클로즈업하면 빛의 대비가 적절히 어우러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촬영 포인트 = 미시령 옛길을 타고 속초 방향으로 내려가다가 시야가 트이는 곳은 어디나 포인트가 된다. 새로 개통한 미시령 동서 관통도로의 전망대 근처에서는 좀 더 근접촬영을 할 수 있다.

■TIP = 사진을 구성하는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빛이며, 그 빛에는 성질이 있다. 강한 빛, 부드러운 빛, 흐린 빛, 붉은빛, 푸른빛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그 빛의 성질을 이해하고 조화롭게 이용하면 같은 장소에서도 수만 가지의 사진을 만들 수 있다. [week&CoverStory] 기다림의 미학 자~ 떠나자 "그림" 잡으러

어머니의 가슴 대관령

겨울 대관령은 눈 세상이다. 영동.영서 지방에 겨울비가 내려도 대관령엔 눈이 내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고랭지 채소밭은 끝없이 펼쳐진 순백의 설원이 되고, 부드러운 곡선의 목장은 어머니의 젖가슴처럼 뽀얗다. 예서는 소나무.전나무.낙엽송뿐 아니라 이름 모를 잡목도 그 자체로 눈꽃이 되어 눈부시게 빛난다. 아무도 걷지 않은 하얀 눈밭에 디딘 첫발자국이며 우연히 마주친 여행자도 그대로 풍경이 된다.



■추천 포인트 =옛 영동고속도로 휴게소 주변에는 눈밭과 전나무 숲, 양떼목장, 삼양목장, 대관령 고령지 농업시험장, 황태덕장 등 둘러보면 사진에 담아야 할 곳이 널렸다. 여유롭게 시간을 내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은 죄다 훑어보는 게 좋다.

■TIP = 이것저것 아까워 많은 것을 한 컷에 담다 보면 주제가 드러나지 않는다. 이는 초보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다. 사진을 '뺄셈의 미학'이라고 하지 않는가. 위 사진에서처럼 목장의 아랫부분을 과감히 잘라내고 푸른 하늘과 대비시키면 부드러운 곡선이 더 강조되는 시각효과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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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바다 붕어섬 임실 옥정호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를 꼽으라면 옥정호라 할 수 있다. 첩첩 산들로 둘러싸인 호수 한가운데엔 붕어 모습을 꼭 빼닮은 붕어섬이 둥둥 떠 있고 호수에선 안개가 무시로 피어난다. 운해가 가득한 날은 호수가 아니라 숫제 구름바다가 된다. 거대한 운해가 살아 움직이듯 산봉우리를 넘실거리다 홀연히 사라지며 붕어섬의 모습을 드러내는 광경은 선경이다. 구름바다에서 섬이 나타나는 순간까지 한 순간도 놓칠 수 없는 풍경이다. 위 사진은 운해가 거의 사라질 무렵 망원렌즈로 붕어섬의 꼬리 부분을 클로즈업한 것이다.



■가는 길 = 전주 ~ 순창 간 27번 국도에서 운암 방향 749번 지방도를 타고 가다 보면 전망대 못 미쳐 주차장이 나온다. 여기서 산(오봉산 국사봉)으로 난 계단을 10여 분 오르면 사진 촬영을 위한 전망대가 나타난다. 찾는 이들의 숫자에 비해 전망대가 좁은 편이니 이른 시간에 올라야 시야가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TIP = 일기예보에 귀를 기울여라. 운해가 없는 날은 사진의 느낌이 약할 수 있다. 일교차가 적어도 10도 이상 차이가 나면서 맑은 날, 혹은 비 온 뒤 맑은 날을 택해야 헛걸음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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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나무 눈꽃 터널 부안 내소사

부안 내소사의 자랑거리는 무엇보다 숲길이다. 빼곡히 들어선 아름드리 전나무 사이로 난 길만도 아름다운데 눈마저 쌓인다면 더할 나위 없다. 더욱이 일주문 앞의 나목들은 눈꽃터널이 되어 길손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또 경내엔 흰 고깔모자를 머리에 인 홍시가 먼 발치서도 발갛게 아롱거리며 눈요기를 돋운다. 그 까치밥엔 까치뿐만 아니라 오색딱따구리. 청딱따구리는 물론 청설모까지 찾아오니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터이다.

■추천 포인트 =부안에선 내소사뿐 아니라 등대와 고깃배가 고즈넉이 어울린 곰소항, 노을의 반영이 고운 곰소염전, 해넘이로 아름다운 솔섬 등을 둘러보면 다양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TIP =사진을 '기다림의 미학' 이라고 한다. 먹구름을 비집고 새어나와 눈꽃에 물드는 한줄기 햇살, 전나무 가지에 쌓인 눈덩이가 '추락'하며 흩날리는 눈가루,덩그러니 매달린 까치밥을 찾아 날아오는 날짐승은 기다린 이에게만 주어지는 자연의 선물이다.

[week&CoverStory] 빛의 수사학 자~ 떠나자 "그림" 잡으러

한국의 나폴리 삼척 장호항

삼척 장호항은 '한국의 나폴리'로 불린다. 동틀 녘 언덕에 올라 장호항을 내려다보시라. 여명에 고스란히 물든 동해바다, 파도를 마중하듯 두 팔 벌려 바다로 달려 나온 듯한 포구, 두 등대 사이를 오가는 고깃배의 긴 파문에 이내 마음을 뺏긴다. 해돋이도 일품이지만 굳이 집착하지 않아도 좋다. 떠오르는 해에 노출을 맞추면 상대적으로 어두운 바다의 색감이 짙어질 수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의 색과 그 하늘빛에 물든 바다의 색을 놓치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추천 포인트=7번 국도를 타고 장호항에서 삼척방향으로 이동하다 오른편에 나타나는 휴게소 언덕, 그리고 좀 더 북쪽에 위치한 전망대가 포인트다.

■TIP =해는 정확히 동쪽에서 뜰까? 물론 아니다. 여름에서 겨울로 갈수록 해 뜨는곳은 동쪽에서 동남쪽으로 이동한다. 같은 이치로 해가 지는 곳은 서쪽에서 서남쪽으로 이동한다. 해가 뜨고 지는 방향을 미리알면 상황을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다.

자~ 떠나자 "그림" 잡으러굽이굽이 바닷길 안면도 황도

바다로 길이 났다. 길은 갯벌 사이를 휘감아 돌며 아득히 먼 바다로 이어진다. 길을 따라 나들이 나선 한 가족. 바다로 향하는 그들의 발걸음에 햇살이 곱게 떨어진다. 안면도 동쪽, 황도에 있는 길이다. 황도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섬이지만 섬이 아니라 할 수도 있다. 차 한 대 겨우 지날 수 있는 황도교가 섬과 육지를 연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 사람들은 이 길을 따라 먼 바다로 나가 바지락을 캔다. 요즘은 추운 날씨 탓에 그 모습을 볼 수 없지만 3월이면 경운기를 타고 가는 어부들의 행렬이 장관이다. 해마다 음력 1월 2일이면 열리는 붕기풍어제를 사진에 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가는길 =안면도로 진입하다가 창기 삼거리에서 좌회전해서 계속 직진하면 마을이 나타난다. 바다를 마주 보고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바다로 가는 길이 나타난다. 펜션이 있는 언덕에서 내려다보면 길이 잘 보인다.

■TIP =서해안이지만 갯벌이 동쪽을 향해 있다. 해 뜰 즈음 물이 빠지는 날을 택하면 노을빛 물든 갯벌과 함께 바다로 나가는 어민들 모습을 촬영할 수 있다. 일출시간은 한국천문연구원(kasi.re.kr), 밀물 썰물은 국립해양조사원(nori.go.kr) 홈페이지에서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