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말하다]『이 다음에 우리가 헤어지면.. 』

전정희2008.02.21
조회126
[사랑을 말하다]『이 다음에 우리가 헤어지면.. 』

이십분째 서로 말없이 걷고있던 두사람.. 

남자가 갑자기 걸음을 멈춥니다. "어..?  저거.."
덩달아 멈춰서는 여자.
명동 한 백화점앞을 걷고있던 두사람 옆으로

오래된 자동차가 한대 지나갑니다.
이젠 거리에서 찾아보기도 힘든 십년은 족히 넘은 자동차.
남자는 반색을 하며 말하길..

 

"저거 병민선배가 타고 다니던 건데.. 

그때 동아리에 차있던 사람이 그 선배 딱 한명이었거든. 

그래서 어디 놀러갈때면  늘 저 차에 막 구겨타고 그랬었어.

그때 생각나네."

 

여자는 '그렇구나.. ' 멀어지는 자동차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난듯 혹은 오래전부터 준비되어 있던 질문인듯

남자에게 가만히 물어봅니다.

 

"있잖아.. 그렇게 누구를 기억하게 해주는 물건이나 노래가 그런거..
말하자면 지금 저 자동차와 그 선배처럼.. 우리사이엔 어떤게 있을까?
이 다음에 서로 그것만 보면 너는 나를, 나는 너를 떠올릴만한 그런거.."

 

여자의 이 말로 알고 있었지만

모르고 싶었던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 남자.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해. 니가 그러니까 우리 꼭 헤어질거 같잖아."

남자의 말에 여자는 고개를 조금 더 떨구었다가

잠시 남자를 바라보았다가 다시 시선을 내리며..
"그냥.. 그냥 궁금해서 그래.  그냥 궁금해서.. 

넌 어떤것들로 나 기억해낼거야?"

 

여자가 다시 걸음을 옮기자 남자도 따라걸으며

그 힘든 질문에 대답을 시작합니다.

"너무 많지. 너무 너무 많지..
좁은 이마, 잔머리가 많은 이마를 가진 사람,
어떤 사람의 못생긴 엄지손톱, 다 풀린 파마머리,
우스꽝스러운 통굽구두, 분식집, 

잔뜩 시켜놓고 반도 못먹고 남긴 음식들, 비 오기전에 아주 옅은 비린내..
비개인 오후 혼자 버려져 있는 우산, 유난히 붉은 노을,
밤 늦은 시간 택시의 뒷모습, 그리고 백화점 불빛..
아마 백화점 불빛을 본다면 니가 갑자기 내게 이상한 질문을 던졌던

지금 이 순간이 생각날거야. 하지만 난 그런일이 없길바래.
니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묻고 싶지만.. 묻지 않을래."

 

-


똑같이 사랑하는 두 사람에게 이 다음은 행복입니다.
『이 다음에 우리가 결혼하면.. 』

『이 다음에 우리에게 아이가 생기면..』

하지만 사랑이 기울어진 두 사람에게 이 다음은 그렇지 못하죠.
『이 다음에 우리가 헤어지면.. 』

『이 다음에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없으면..』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