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K

권용하2008.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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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K

그 얼굴을 기억하지만 차마 그릴 수는 없었습니다.

이제는 전처럼, 손이 외우고 있질 못했기에.

아무리 그려도 그때와 비슷한 그림조차 나오지 않았습니다.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내가 못해준 것들,

아직 어리디 어렸던 나,

너무 많은 것을 요구했던 병신같은 자신.

헤어지자는 순간에도 나는, 그녀를 아프게만 했어요.

 

나의 여신이었던,

그리고 지금도 나의 이상형인,

그 사람.

그 아름다웠던 시간을,

빛나던 그 사람의 모습을,

내 손끝에, 최대한, 최대한 담아...

 

등이 조금 굽어있었던 그 사람.

손이 참 예뻤던 그 사람.

긴 치마가 어울리던 그 사람.

하얀색 옷을 입으면 너무 빛나던 그 사람.

이마에 난 잔털을 놀리면 수줍게 화내던 그 사람.

담배를 끊으라고 해도, 결국에는 피고, 고백하던 그 사람.

그림을 잘 그렸던 사람.

현재의 내 주 비밀번호를 알고있는 세상 유일한 한 사람.

생일이 1월 25일이던 그 사람.

함께 걸으면 어디든 아름다웠던 그 사람.

성은 김이요, 이름은 정은이었던 그 사람.

조금 오타쿠같았던 그 사람(큭큭).

히데를 좋아하던 그 사람.

처음 만나던 날, 향기가 짙은 샴푸로 머리를 감고왔던 그 사람.

내가 지금도 좋아하는, 새까만 후드점퍼를 사준 그 사람.

입술이 도톰하던 그 사람.

매일 내 무릎을 베고, 자기 무릎을 빌려주던 그 사람.

내가 첫키스라며 수줍게 웃던 그 사람.

헤어지자는 말을 하면서도 미안해하던 그 사람.

언젠가 화를 내면서도 우리의 사랑을 걱정하던 그 사람.

 

그 사람.

그 사람...

김정은씨...

 

 

 

문득,

기억나면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요.

 

어쩌면 나는 아직도...

 

 

 

여자의 사랑은 헤어지고 나면 순식간에 꺼진다죠? :)

네, 내가 어떻든, 그 사람은 이제 나를 남이라고 생각할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