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편집부 박 주임의 사무실에 차분하고 얌전해 보이는 청년 하나가 들어왔따. 사장의 소개를 통해 박 주임은 그 청년이 신참 기자 B라는 걸 알게 됐다. 회사 관례상 신입 기자는 편집부에서 보름 이상 실습을 한 후 취재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박 주임이 B를 맡기로 했다.
며칠간 함께 지내면서 박 주임은 B가 겉보기와 달리 유약하지 않으며 야망이 큰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B가 편집부에서 실습을 한 지 1주일이 된 어느 날 사장은 웃으며 박 주임을 찾아왔다. "보아하니 B가 일을 아주 잘 하나 보군. 물론 자네 같은 뛰어난 선배가 도와줬으니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말이야. 요 며칠 내게 보고 올린 프로그램 주제 선별 기획서와 취재 계획서가 아주 괜찮던걸? 더 실습을 시킬 필요 없이 바로 실전에 내보내도 되겠어. 자네 생각은 어떤가?" 박 주임은 사장의 얘기를 듣고 당황했다. 요 며칠간 B는 박 주임 곁을 한 번도 떠난 적이 없었고 주제 선별에 관해 자신과 상담을 하거나 취재 계획 관련 보고서를 올린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영리한 박 주임은 금세 상황을 간파했지만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다 사장님의 안목이 뛰어난 덕분이지요. 그런데 주제 선별과 취재에 관한 계획서를 제겐 언급한 적이 없어서 그러는데 제게도 좀 보여 주실 수 있을까요? 후배들이 정말 무섭습니다. 긴장을 늦추지 말고 같이 공부해야겠어요. 하하하." 라고 태연하게 대답했다. 박 주임의 예상은 적중했다. B가 사장에게 올린 주제 선별 기획서와 취재 계획서에는 박 주임이 다른 기자와 나눈 전화 통화 내용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B는 그것을 기록해 뒀다가 자신의 계획서인 양 사장에게 보고를 올린 것이다. 하지만 B는 사장이 직접 면접을 보고 고용한 직원이기 때문에 그 앞에서 대놓고 B의 잘못을 지적하는 건 사장의 안목을 비난하는 것 밖에 되지 않았다. B의 보고서를 보면서 박 주임은 대책을 세웠다. 그리고는 미소를 지으며 사장에게 대답했다. "기왕 제 의견을 물으셨으니 저도 편하게 대답하겠습니다. B를 일주일만 더 제가 데리고 있으면 안 될까요? 요 며칠 뉴스가 너무 많아서 저 혼자 감당이 안 되니 B가 좀 도와줬으면 합니다.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사장은 박 주임의 요구를 흔쾌히 허락했다.
다음날 아침, 박 주임은 B 앞에서 지방 취재 기자와 주제 선별에 관해 의논하는 척 전화 통화를 하면서 엉터리 기획안 두 개를 언급했다. B는 옆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듣고 있었다. B가 그 내용을 사장에게 보고했을 거라 판단이 드는 그때, 박 주임은 조언을 구한다는 핑계로 사장을 찾아갔다. "사장님. 오후에 Z기자, E기자와 함께 두 가지 기획안을 냈는데 홍보 방향이 안 잡혀서요. 사장님의 혜안이 필요합니다. 처음 기획안은 이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검토를 하다 보니 실행 가능성이 좀 낮은 것 같더군요. 사장님 생각엔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요?" 사장이 받아보니 그것은 분명 방금 전 B에게 보고 받은 내용이었다. 사장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어떻게 이 기획안이 여기에?" "왜 그러십니까? 사장님." "아닐세, 계속 해보게." "이 부분이 좀 문제가 있죠? 그래서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 하는데요." 그렇게 대화를 한참 나눈 후 사장도 지난 상황과 B의 사람됨을 알게 됐다. 사장은 다른 핑계를 찾아 B를 해고했다.
여기에서 박 주임은 B의 비겁한 도둑 행위를 알았음에도 여러 사람 앞에서 폭로하거나 B를 찾아가 따지지도 않고 소리 없이 B를 응징했다. 사실상, B나 사장 앞에서 폭로하는 것도 일종의 응징이다. 하지만 B가 반발할 수도 있고 자칫하면 사장의 심기도 건드릴 수 있다. 그래서 박 주임은 조용한 방법을 택했다.
샐러리맨 회사에서 살아남기 中 (왕홍메이 지음ㅣ한민영 옮김)
월요일 아침, 편집부 박 주임의 사무실에 차분하고 얌전해 보이는 청년 하나가 들어왔따. 사장의 소개를 통해 박 주임은 그 청년이 신참 기자 B라는 걸 알게 됐다. 회사 관례상 신입 기자는 편집부에서 보름 이상 실습을 한 후 취재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박 주임이 B를 맡기로 했다. 며칠간 함께 지내면서 박 주임은 B가 겉보기와 달리 유약하지 않으며 야망이 큰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B가 편집부에서 실습을 한 지 1주일이 된 어느 날 사장은 웃으며 박 주임을 찾아왔다.
"보아하니 B가 일을 아주 잘 하나 보군. 물론 자네 같은 뛰어난 선배가 도와줬으니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말이야. 요 며칠 내게 보고 올린 프로그램 주제 선별 기획서와 취재 계획서가 아주 괜찮던걸? 더 실습을 시킬 필요 없이 바로 실전에 내보내도 되겠어. 자네 생각은 어떤가?"
박 주임은 사장의 얘기를 듣고 당황했다. 요 며칠간 B는 박 주임 곁을 한 번도 떠난 적이 없었고 주제 선별에 관해 자신과 상담을 하거나 취재 계획 관련 보고서를 올린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영리한 박 주임은 금세 상황을 간파했지만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다 사장님의 안목이 뛰어난 덕분이지요. 그런데 주제 선별과 취재에 관한 계획서를 제겐 언급한 적이 없어서 그러는데 제게도 좀 보여 주실 수 있을까요? 후배들이 정말 무섭습니다. 긴장을 늦추지 말고 같이 공부해야겠어요. 하하하."
라고 태연하게 대답했다.
박 주임의 예상은 적중했다. B가 사장에게 올린 주제 선별 기획서와 취재 계획서에는 박 주임이 다른 기자와 나눈 전화 통화 내용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B는 그것을 기록해 뒀다가 자신의 계획서인 양 사장에게 보고를 올린 것이다.
하지만 B는 사장이 직접 면접을 보고 고용한 직원이기 때문에 그 앞에서 대놓고 B의 잘못을 지적하는 건 사장의 안목을 비난하는 것 밖에 되지 않았다. B의 보고서를 보면서 박 주임은 대책을 세웠다. 그리고는 미소를 지으며 사장에게 대답했다.
"기왕 제 의견을 물으셨으니 저도 편하게 대답하겠습니다. B를 일주일만 더 제가 데리고 있으면 안 될까요? 요 며칠 뉴스가 너무 많아서 저 혼자 감당이 안 되니 B가 좀 도와줬으면 합니다.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사장은 박 주임의 요구를 흔쾌히 허락했다.
다음날 아침, 박 주임은 B 앞에서 지방 취재 기자와 주제 선별에 관해 의논하는 척 전화 통화를 하면서 엉터리 기획안 두 개를 언급했다. B는 옆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듣고 있었다.
B가 그 내용을 사장에게 보고했을 거라 판단이 드는 그때, 박 주임은 조언을 구한다는 핑계로 사장을 찾아갔다.
"사장님. 오후에 Z기자, E기자와 함께 두 가지 기획안을 냈는데 홍보 방향이 안 잡혀서요. 사장님의 혜안이 필요합니다. 처음 기획안은 이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검토를 하다 보니 실행 가능성이 좀 낮은 것 같더군요. 사장님 생각엔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요?"
사장이 받아보니 그것은 분명 방금 전 B에게 보고 받은 내용이었다.
사장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어떻게 이 기획안이 여기에?"
"왜 그러십니까? 사장님."
"아닐세, 계속 해보게."
"이 부분이 좀 문제가 있죠? 그래서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 하는데요."
그렇게 대화를 한참 나눈 후 사장도 지난 상황과 B의 사람됨을 알게 됐다. 사장은 다른 핑계를 찾아 B를 해고했다.
여기에서 박 주임은 B의 비겁한 도둑 행위를 알았음에도 여러 사람 앞에서 폭로하거나 B를 찾아가 따지지도 않고 소리 없이 B를 응징했다.
사실상, B나 사장 앞에서 폭로하는 것도 일종의 응징이다. 하지만 B가 반발할 수도 있고 자칫하면 사장의 심기도 건드릴 수 있다. 그래서 박 주임은 조용한 방법을 택했다.
- 출처 : 샐러리맨 회사에서 살아남기 (넥서스)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