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에 떠난 아찔한 세계여행 中 (박진영 지음)

이정애2008.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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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에 떠난 아찔한 세계여행 中 (박진영 지음)

6시에 일어나 짐을 싸고 체크아웃을 하고 기차역으로 가서 코인락커에 짐을 넣고 피요르드를 찾아갔다.
피요르드로 가기 위해서는 뮈르달까지 열차를 타고 다시 갈아타서 플롬까지 간다. 날씨는 따뜻한데 1시간 정도 지나니 바깥 풍경에는 믿을 수 없는 장면들이 펼쳐진다. 눈이 얼마나 많이 왔는지 지붕 꼭대기만 보여서 그곳에 사람이 갇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도 해 보게 한다. 지붕까지 쌓인 눈이 내린 기차역에서 백발의 할머니 두 분께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시더니 스키복 차림으로 직접 스키 장비를 들고 기차에서 내리신다.
백발 할머니들의 아무렇지 안흔 일상이 되어버린 취미 생활은 내 편협한 생각 속 불가능의 틀을 깨뜨렸다.

백발 할머니들 파이팅! 다치지 마세요!! 몸 조심하라는 내 말에 백발 할머니 두 분은 고글을 쓴 채로 뒤돌아서 손을 흔들면서 나를 배웅해주신다. 백발 할머니들이 내리고 나서 다음 정차역에서 대여섯 명의 촬영팀이 올라탔다. 내가 탄 칸에는 나와 촬영팀밖에 없었다. 친구가 없어서 아쉬운 대신, 이야기를 하다가 자칫 놓칠 수 있는 한 번밖에 볼 수 없는 풍경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고, 말을 하지 않는 대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상대방의 기분을 맞춰주려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나만의 시간에서 여유를 부리고 있는데, 촬영팀의 카메라맨이 어느새 두 좌석 건너에서 내 모습을 담고 있었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서로의 눈이 마주치자 카메라맨이 밝은 미소를 보인다.덕분에 나도 아무렇지 않게 웃을 수 있었다.
'설마 방송에 나가겠어~' 하는 생각에 음악을 들으며 바깥 풍경에 더 정신을 쏟고 있는데, 카메라맨이 내게 참 편안해 보인다는 말을 건넨다.^^

 

뮈르달에서 플롬까지 산악열차로 1시간 정도 걸리는데 가는 방향 왼쪽 편에 앉으면 더 좋은 풍경을 볼 수 있다.
작은 폭포수가 나오자 한 5분 정도 멈춰 서서 승객들이 나가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 주고 다시 경적을 울려서 출발을 알린다. 이제 플롬까지 왔으니 피요르드를 보는 유람선을 타기만 하면 되는데 출발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1시간 30분 정도를 기다린 후에야 유람선에 탑승할 수 있었다. 표는 유람선으로 들어가는 입구 선원에게 바로 구입할 수 있다. 들어가자마자 모두 배의 맨 위로 올라갔다. 나 또한 자리를 잡고 카메라를 꺼내서 준비를 마쳤는데 다들 처음에는 좋아하다가 점점 강해지는 바람 때문에 20분 후에는 다들 안으로 들어와 따뜻한 허브티를 마시며 나머지는 창문을 통해 감상한다. 세금을 피하기 위해 깎은 듯한 절벽 위에 집을 짓고 산다는데 어떻게 저런 곳에 집을 지었으며, 음식은 어떻게 조달할지 피요르드 구경보다 절벽집들 구경에 더 신경이 쓰인다. 이렇게 사회복지가 잘 되어 있는 나라에서도 어딜 가나 소외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가혹하게만 느껴진다. 간혹 한국어 안내 방송이 들린다. 북한방송같이 조금 촌스럽고 딱딱한 그 말투를 들으면서 풍경을 구경하는 것 또한 피요르드 관광의 재미다.

'피요르드'란 빙하의 압력으로 깎여진 유자형 계곡을 말하는데, 송네 피요르드는 노르웨이에서도 가장 길고(240km) 가장 깊은(1309m)피요르드이다. 물론, 이 피요르드의 시작부터 끝까지 가려면 2시간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지만, 극히 일부분만을 공개하고 있어 단편적인 부분이라도 볼 수 있었다. 피요르드의 풍경은 삭막하기 그지 없어 다소 실망스러웠다.
꼭 유명하다고 해서 다 마음에 드는 것이 아닌 것처럼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그 반값의 감동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때에는 머리를 싸매면서 후회하기보다는 툴툴 털어버리고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찾으려 노력하면 더 좋은 것을 발견하는 여행의 보너스가 뒤에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2시간의 여정 끝에 유람선에서 내리니 보스로 가는 버스 2대가 대기 중이다. 50분을 달려 베르겐역에 도착했고 오슬로까지 가는 기차 시간을 확인했다. 베르겐을 떠나기 전까지 3시간의 시간이 있어서 두말할 것 없이 짐을 맡겼다. 이미 바깥은 어둑어둑해지고 비까지 부슬부슬 내리지만 역에서 하릴없이 세 시간을 멍하니 있기보다는 차라리 비를 맞고 베르겐을 구경하는 편을 택했다. 우산 없이 베르겐역을 나와 무작정 앞으로 걸었다. 어둑한 밤에 가게들의 불빛이 비치고 베르겐 시내의 집들은 알록달록 파스텔톤의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느낌들을 준다. 눈을 들어보면 높지 않은 산에 온갖 색들의 집들이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어서 동화 속에 나오는 집과 거리가 바로 이곳임에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3시간 동안 마치 동화 속 마을로 들어간 착각을 불러일으키게끔 하는 비오는 베르겐은 유럽의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몽환적이면서도 환상적인 꿈을 꾸게 해 준다.

거친 비바람에 옷이 모두 젖고, 갈아입을 옷이 준비되지 않았던 나는 야간열차의 침대칸에 들어가서 옷을 다 벗어 손잡이에 걸어놓고는, 오슬로에 도착할 때까지 깊은 단잠에 빠졌다.

 

오슬로 역에서 피요르드에 간다고 하면 알아서 표를 끊어 준다.
그리고 대부분은 피요르드를 가는 길이고 열차도 딱딱 맞춰 있으니 길치더라도 헤매일 일이 없다.
돌아오는 것도 시간 맞춰 있다.
대신 피요르드는 운행하지 않는 계절도 있으니 반드시 확인해서 갈것!

 

피요르드 가는 길~!!

 

1. 오슬로-뮈르달(뮈르달에서 내려 건너편 산악열차 타기)
2. 뮈르달-플롬(산악열차, 1시간 정도)
3. 플롬-그드방겐(2시간 소요, 티켓은 유람선 타는 입구에서 선원한테 직접 삼)
4. 구드방겐-보스(버스, 운전기사 아저씨한테 직접끊기, 50분 소요)
5. 보스-베르겐(유레일 공짜 구간)
6. 베르겐-오슬로

 

 

- 출처 : 20살에 떠난 아찔한 세계여행 中 (넥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