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친구의 편지

김태혁2008.02.29
조회234

제가 생각하기에도 아까운 제 여자친구가

 

저에게 쓴 편지입니다...

 

매일매일 볼때마다 감동이구요...

 

근데 그런그녀에게 잘 못 해주는거 같아서 마음이 아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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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기억나?

 

 

2년 전.... 우리가 재수라는 힘든 결정을 내리고

서로가 서로를 모르던 남남이었던 상태로

그렇게 정말 우연처럼 우린 만났고

명랑했던 나는, 말수가 적었던 너에게 말을 붙였고

그렇게 우린 친한 친구가 되었는데 그치?

 

 

 

한 여름 밤.

용기를 담아 땀을 뻘뻘 흘리며

나에게 진심을 고백했던 그때의 니 모습과

돌아서던 날 꽉 안아줬을때 머리가 핑글핑글 어지러웠던 그때를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

 

 

 

그렇게 우린 서로에게 첫사랑으로

수능 100일전부터 가슴졸이며 밀애를 시작했고

재수할 때 사귀었던 커플은

대학가면 깨진다는 징크스마저도 보란듯이 깨보이며

더 알콩달콩 유별나게 사랑했지

1년 동안의 원거리 연애에도 서로 믿고 잘 했잖아

 

 

 

그런데 나는 참 힘들었어...

원거리 연애를 하면서

매번 너와 헤어지고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나는게 반복되어도

무뎌지기는 커녕 한결같이 속상하고 아프더라

 

 

 

니가 서울에 온다고 하면 난 며칠전부터

수업시간에조차 교수님몰래 녹음기를 틀어놓고

강의가 속절없이 녹음되고 있는동안

데이트 코스를 짜고 무얼 입을까 고민을 했어 

 

 

 

친구들에게 설문조사까지 하면서

어떻게 하면 너와 더 많은 추억을 나눌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너에게 더 예쁜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귀걸이 하나 머리핀 하나에도 고민을 했었어...

 

 

니가 오기 전날밤이면..

늦은 새벽까지 친구들에게 타박과 지적을 당해가면서

패션쇼만 몇 번을 했는지몰라...

입고가게 될 옷을 벽에 고이 걸어두던 그때의 설렘을

넌 아마 모를꺼야...

 

 

 

너와 만나서 하루종일 재밌게 놀때에도

몇시간 후면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에

노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어...

 

 

 

어느덧 밤이 되고 니가 돌아갈 시간이 되어

센트럴시티에서 너는 대전행 버스를 탔고,

넌 눈물이 많은 나인걸 너무나 잘 알기에

아쉬운 굿바이 키스 뒤에 가라고 가라고 등을 떠미는

니가 그땐 너무 야속했어.....

 

 

 

그래서 니 앞에서는 일부러 매몰차게 돌아서고

플랫폼 뒤에 몰래숨어 니가 앉은 자리를 바라보면서

니가 탄 차가 내 눈에 보이지 않게 멀리멀리 사라질 때까지

엉엉 울면서 바라보곤 했어....

너 그거 몰랐지?...

 

 

 

혼자 터덜터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엔

왜그렇게 연인들이 많은지

깜깜한 한강을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창피한 줄도 모르고

막 울고 그랬었어...

 

 

지금...

 

또 다시 우리는 헤어질 준비를 하고 있구나

 

만나는 시간은 더디게 오더니
헤어지는 시간은 너무 빨리 온다..그치

 

 

 

사랑하는 나의 태혁아...

 

 

 

누군가에게 익숙해진다는게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또, 그 익숙함에 낯설어져야 한다는게
얼마나 잔인한 것인지

 

나는 너로 인해서 너무나 잘알게 되었어


 

나...

어제까지만해도 너한테 좋은 모습만 보이고 가려고

진짜 잘하겠다고 축구안내방송도 하구

내 애교속에 널 빠뜨리겠다고 두 주먹 불끈쥐고

볼엔 바람을 빵빵하게 집어넣고,

혀는 돌돌말아 짧게하고,

코는 만성비염 환자처럼 꽉 막고

현영도 울고갈만큼 나 진짜 애교여왕이었는데...ㅜㅜ 히히

 

 

 

헤어짐에 하루가 또 가까워진 오늘.

난 너무 심난하고 속상하고

넌 힘들지도 않은거 같아서

괜히 미워서 너한테 투정도 부리고 아까 전화도 그렇게 끊었어..

애교여왕 작심하루네...ㅜ 미안해....ㅜㅜ

 

 

근데 나 지금 심술보가 덕지덕지 붙어있는거 모르지?

 

 

너 진짜 조심해야 될꺼야...

 

 

내가 너 대전에 못생긴 얼굴로 가라고

잘때 몰래 머리랑 눈썹을 밀어 놓을지도 몰라 !!

 

그래도 잘생겼다면

얼굴에 박명수가면을 우드락본드로 붙여놓을지도 몰라

 

신발이 없으면 못갈지도 모르니까

니 운동화 신발장에 다 가둬 버리고

니네 집에 내 하이힐만 잔뜩 가져다 놓을꺼야

떼똑떼똑해서 넌 걸음마도 못할껄?

 

아니면 볼에 내꺼라고 스티커를 붙여 놓을까?

 

 

 

 

사실...  나 지금 너무 불안해

니가 거기가면 나 잊어버릴까봐....

나 되게 바보멍청이또이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