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았니...?(161)

원영순2008.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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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았니...?(161)

그남자...어떻게... 살았니...?(161)

 

하필이면 남자끼리 영화를 보러간 날...

극장 계단에서 그녀를 만납니다...

나는 영화를 보고 내려가는 길,,,

그녀는 이제 막 올라가는 길...

폭이 좁고, 가파른 그 계단에서 오가는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밀리면서...

우리는 2년만에 마주 합니다...

 

난, 그녀가 그냥 가버릴까 하는 마음에, 일단 아무 말이나 하고 봅니다...

"난, 저기~ 허~ 저, 저 친구랑 보러 왔어~

아이... 난 보기 싫은데 저 자식이 자꾸 보자 그래서...

어, 야 근데 너 좋아 보인다~ 내가 한번 전화했었는데 너 안 받더라고~

요즘도 많이 바쁘지~?"

허겁지겁 한 내 말에 그녀는 그저 잘 지냈다고 웃어 보입니다...

그리고 한 10초쯤? 그보다 더 길었을 거 같지만,

어쩌면 더 짧았을지 모르는 그 시간동안 우리는 마주 서있었고,

그러다 그녀가 먼저 인사를 했죠...

위에서 친구가 기다리고 있다고...

그만 올라가봐야겠다고...

"그래~ 영화 재밌게 잘 봐~"

나는 그 말을 하고 서둘러 몸을 움직입니다...

 

혹시 휘청하는 마음에 계단에서 구르지나 않도록 조심조심 계단을 내려갑니다...

그제서야 많은 질문들을 떠올리면서

'그동안 왜 그렇게 마주치기 힘들었니... 서울에는 있었니... 먼 곳에 갔었어...?

생일날 전화했었는데 왜 전화 안 받았니...?

 어떻게 살았니...? 어떻게... 살았니...?

 

 

 

 

그여자...어떻게... 살았니...?(161)

 

 

하필이면 화장도 하지 않은 날...

무릎 나온 청바지 입은 날, 그 사람과 마주쳤네요...

한번쯤 꼭 보고싶었던 그 사람을 이런 모습으로 마주쳤네요...

와락 반가웠다가 이내 내 꼴을 생각해내고는,

어디론가 피해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어요...

너무 좁은 계단에서, 너무 가까이에서 고개를 들었을 때

놀란 얼굴의 그 사람이 있었거든요...

 

꼭 오늘 이 영화를 봐야겠다며 나를 이곳까지 끌고 온 친구가,

부끄럽게 커다란 팝콘봉지를 들고 있는 내 손이 갑자기 야속해집니다...

'우리 다음에 만날까? 내 꼴이 지금 너무 이상하지~?'

하지만 금방 튀어나올 거 같은 그 말은 끝내 입에서 떨어지지도 않고,

그 사람이 하는 말도 하나도 들리지가 않고...

 

정신을 차리니 계단 위에서 내 이름을 부르며 손짓하는 친구...

어떻게 어떻게 인사를 하고 후들거리며 계단을 오릅니다...

어쩐지 뜨거워진 눈두덩이와 목구멍...

'나 그동안 여행 갔었다...?

너 전화했었지...? 받고 싶었는데 겁이 났었어...

너 무슨 말을 하려고 전화했었니...? 왜 다시 전화 안 했니...?

다른 누굴 사랑하게 되었니...?

 어떻게 살았니...? 어떻게... 살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