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절한 정원-미셸 깽

엄민지2008.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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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사랑하기 보다는 친절한 '처절한 정원'

60페이지 남짓의 짧은 소설이지만

마지막 장을 넘기는 그 순간

가슴에 찌르는 듯한 통증을 남기는 역작.

 

이 짧은 소설속에 이토록 세밀한 묘사와

어디로도 도망갈 수 없는 치밀한 구성을 만날수 있는건

역시 프랑스 소설이어서일까?

 

내가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면 나는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로 대답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나는 북부지방 태생입니다.

나의 일은 현실을 바꾸고 일상 속에 숨어 있는 균열을 창조하고 일상의 주름을 만들고, 걸레질하고, 때로는 일상을 찢어버리는 것입니다.

즉 일상에 의심을 품게 하는 일이죠.

거기에 바로 소설의 검은 색깔이 깃들어 있는 것입니다.

인물들과 독자들에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을 품게 하는 것입니다.                                                             / 작가의 말 중

 

 

인간의 목숨이 얼마나 하잘것 없는 것인지,

우리가 품게되는 증오나 질투심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불러일으키는지,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너무나 처참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어쩌면 이렇게 핀셋으로 집듯 콕 집어 낼 수 있는지.

그리고 이 모두를 아우르는

인간이 가진 최대의 힘은 바로 '용서'임을 가르쳐 주는

무지로 가득한 세상의 단 하나 남은  판도라의 상자.

 

 

피고의 이름이 뭐냐고요?

마치 갑자기 들려온 메아리처럼, 또는 갑자기 얻어맞은 따귀처럼

그의 이름은 거의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내일이 되면 그 이름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싶습니다.

다만 그가 앗아간 생명들의 이름만 기억속에 간직하고 싶습니다.

 

역사에 대한 냉철한 자기반성.

나치의 과오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도 없다는 그들의 생각처럼

스스로의 과거를 진솔하게 바라보고 진심으로 반성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렇게 해서 피고의 이름은 잊고

그로 인해 고통받은 자들의 이름만 영원히 기억할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