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치콕과 같은 거장으로 성장해 한국 영화계를 이끌게 될 것이라고, 또 충분히 될만하다는 기대를 벌써부터 감추지 않고 있다.
아무리 한국 영화계가 긴 부진을 헤어나오지 못하고, 추격자라는 영화가 영화계 자체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유망한 작품임에는 틀림없지만, 이러한 평가는 신인에 대한 찬사치고는 대단한 것이라 생각된다.
그만큼 추격자는 보기드물게 잘만들어졌고, 신인감독이 데뷔작에서 보여줬던 그 영화적 잠재력은 충분히 앞을 기대할만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보다도 '혜성처럼'이라는 수식이 가장 적절히 어울린,
갑자기 나타나 주목을 받는 나홍진이라는 신인 감독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떠오르지만,
그 가운데 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생각이 있다면
약간 빗나간듯하지만, 화려한 주목을 받으며 등단했던 어느 작가의 모습과 지금의 그의 모습이 조금은 오버랩된다는 것일까..
#
1992년 프랑스 팔리시 상을 수상한 작품은 바로 '개미'이다.
1991년 발간 즉시 '개미'는 베스트 셀러로 등극하며 매스컴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찬사를 받았다고 해도 무방할만큼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프랑스와 전 세계는 이처럼 기묘한 상상력을 발휘하며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보여준 천재적인 신인작가를 주목했다.
그가 바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이다.
어릴때부터 가져왔던 개미에 대한 관심과 글에 대한 희망이 83년 콘테스트를 위해 개미에 대한 리포트를 준비하면서부터 현실화되어,
8년간의 준비와 120번에 걸친 개작끝에 내놓은 장편소설이 바로 개미이다.
개미와 함께 그는 엄청난 찬사를 받았고 그와 동시에 스타덤에 올랐다.
그가 내놓은 책들마다 모두 불티나게 팔렸고 그의 작품들은 전세계적인 밀리언셀러, 그리고 그는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북파워를 지닌 인기작가로서 명성을 날렸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이후로 베르나르는 무언가 정체된 느낌이다.
그는 개미 이후로 많은 책을 내놓았고, 그가 내놓은 뇌, 타나토노트, 천사들의 제국, 나무 등 다른 책들 또한 전세계적으로 성공하며 엄청난 판매량을 올렸다.
그의 작품이 새로 발간될 때마다 그의 문학적 성과와 수사적 표현이 발전하고, 데뷔작 개미에서 보였던 그 어설픔은 이후 작품에서 점점 나아지고 세련되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많은 작품 가운데서 어떤한 작품도
개미에서 베르나르가 보여줬던 그 열광적인 무언가가, 그리고 그 무언가를 넘어서는 것을 찾을 수 없었다.
물론 그의 작품마다
베르나르 그만이 보일 수 있는 시각, 독창적 소재와 재해석은 독자로 하여금 특유의 재미를 느끼게 했지만, 그것으로는 역시 부족했다.
분명 작품의 외형적, 문학적 틀은 더욱 세련되게 갖춰짐에도
개미 이후 그의 작품에선 개미만큼의 책을 읽는다는 희열감,
읽는 이를 벅차오르게 만드는 문학적 카타르시스가 분명 부족했다.
물론 나 또한 베르나르 베르베르에 반해
그의 소설들은 모조리 사서 모았던 독자 중 하나로서,
지금도 베르나르의 팬이고 그의 책은 좋아한다.
다만 내가 느끼기에 베르나르가 보이는 한계가 그렇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는 개미만큼의, 개미 이상의 작품을 다시 쓰지 못하는 것일까.
작가 본인이 아닌 이상,
그리고 작가 본인 또한 그것을 확실히 알 수는 없을 것이다.
더불어 문학적 분석과는 거리가 먼, 어설픈 독자 하나가 그에 대해 추론하기란 더더욱 우스운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치더라도 짧게나마 내 개인적 생각을 말해보자면,
글을 쓰는데 있어 그가 너무나 성급했지 않았나 싶다.
어린아이는 순수하고 열정적이다. 어린아이가 보이는 순간적인 몰입과 열정은 어른들을 경탄시킨다. 하지만 그만큼 순수하고 쉽게 흥분하기 때문에 자신과 그 대상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바라봐야한다는 것을 잊곤 한다.
그의 글에서 느껴지는 어린아이적 순수성과 동화적 동심만큼이나
베르나르 그 자신도 순수하고 그만큼 열정적인 인물일 것이다.
때문에
어린아이들이 가지는 사물에대한 순수한 몰입과 그에 대한 열정만큼, 베르나르 또한 순수한 열정으로 독자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더욱 더 많이 전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개미 이후 그의 작품은 거의 대부분 1~2년 사이에 발간되어 나왔다. 이것은 상당히 짧은 기간 동안 그가 작품을 내놓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베르나르가 정체되었던 원인은
순간마다 그의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기막히고 아름다운 이야기들.
자신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그 끝없는 소재들과 그 멋진 생각을
독자들에게 하나라도 더 많이, 더 빨리 전달하고자 했기 때문에
너무나 여러 이야기를 다작을 하며 빠르게 작품을 내놓기 때문이아닐까 싶다.
물론 이야기에 있어 그 소재도 중요하지만,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말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고,
준비한 것에 따라 다른 것 처럼.
그의 이후 작품들이
개미만큼의 몰입도와 글을 이끌어가는 힘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그의 외적, 내적 요인에 의한 준비기간이 부족해서라고 생각된다.
인기작가로서 베르나르 본인에 대한 사회적 부담과
자기 스스로 떨칠 수 없는 이야기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흥분 때문이랄까.
그것이 개미와 다른 작품간의 차이이며
그같은 부담과 흥분이 베르나르 스스로 가지게 된,
너머는 보이지만 결코 넘을 수 없는 유리천장이 되어버린 듯 하다.
물론 이후로도 베르나르는 계속해서 책을 낼 것이고 그는 여전히 인기작가로 인정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이 세대를 지나 다음 세대에까지 이름을 남길만큼 문학적 대가가 되기란 어렵다고 생각된다.
물론 지금까지만 봤을때 말이다. 이 이후로 그가 한층 더 성숙되고 완성된 작품을 내놓는다면 이 말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뭐 어디까지나 이것은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고 추론이다.
베르나르를 욕보이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
나홍진 감독은 분명 특출난 능력을 지닌 신인 감독임이 틀림없지만,
그의 작품이 성공할 수 있었던 까닭은 그의 영화적 능력에 앞서 영화 자체의 시나리오가 탄탄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 시나리오 또한 5년간의 준비기간과 32번의 수정이라는 긴 시간 끝에 걸쳐, 장고 끝에 나온 산물이다.
때문에 신인감독의 데뷔작으로써 보이는 약간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추격자'는 그 부족한 것을 완벽히 압도할만한 영화적 재미, 영화에만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냈고 그것은 약간의 연출적 실수들이 눈에 거슬리지않도록 덮어두고 관객들을 끌어가기 충분했다.
개인적으로 스릴러에 대해 전혀 문외한인데다
더불어 살인과 관련된 소재는 꽤나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요 며칠동안 영화의 장면이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 것과 관련하여
추격자가 탄탄하게 잘만들어진 영화라는 미디어의 전반적 평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다만 내가 영화를 보고난 이후 정말 바라는 것은
그가 이 영화 이후로도 그의 재능을 유감없이 계속해서 발휘하는 것 이다.
지금까지 많은 신인감독과 작가들이 한편의 데뷔작으로 화려한 주목을 받아왔지만, 또 그만큼이나 빠르게 잊혀져가고 정체되었다.
순간적으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그가 겹쳐보인 것은
단순히 그 커리어의 시작과정이 비슷했기 때문만이었기를 바라며.
그에게 쏟아질 사회적 요구와 부담에,
또 그 자신이 품게될 창작적 욕구에,
너무 많은 것을 카메라에 담으려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는 분명 재능을 지녔고 또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큰 그릇으로서
많은 것을 넓게 담은 상대적으로 두꺼운 백과사전과
많은 것을 깊게 담은 상대적으로 얇은 저술서의 가치가 다르듯.
거장에게 필요한 것은 흥행된 다작이 아닌 일련의 명작이라는 것을,
외형적 완성를 넘어서는 작가의 고통과 그 열정을 넘어서는 시간의 속에서만이 베어나는 영화적 아우라를, 그리고 그것을 통해 관객에게 감정적 공명을 일으킬만한 내면적 완성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 또한 잘 알고 있으리라 믿고,
지금까지 그가 힘들게 행해온 길들을 계속해서 걸어갔으면 좋겠다.
순간적 환호와 박수소리에 흥분하여 갑자기 페이스를 올리지않고
지금까지 뛰어왔던 것 처럼, 긴 마라톤 속에서 그 중심을 잃지않고 그가 목표한 바까지 계속해서 달려나가기를..
그리고 이 추격자라는 영화가 그가 꿈꾸는 한국 영화계의 거장으로 가는 길에서 그 역사적 첫걸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또한 이처럼 좋은 영화가, 좋은 감독이 한국영화계에서 나왔다는 것에서 꽤나 지나버린 새해지만, 새로운 한해 한국영화계의 새로운 중흥기의 시작점이 될 것 같다는 기분좋은 예감이 어김없이 맞아떨어졌으면 한다.
추격자와 그 감상, 그리고 개미
#
얼마 전 본 영화가 '추격자'이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며 300만 관객을 넘어선 바로 그 영화.
2월 말, 200만 관객 돌파하기 직전에 영화를 봤으니,
열흘여만에 100만여명이 더 추격자를 관람한 것이다.
더불어,이대로 특별한 경쟁작이 없는 한
천만 관객도 노려볼만하다는 분석 또한 나오고 있다.
제작비 30억원의 저예산작품인데다 비인기 장르,
더불어 특별한 영화 홍보 또한 없었음에도
이처럼 추격자가 엄청난 흥행하게된 것에 대해 여러 해석이 있지만,
무엇보다 대부분 그 바탕으로 꼽는 것은
나홍진이라는 걸출한 신인의 역량과
그가 내놓은 시나리오의 탄탄함이다.
한동안 한국영화의 침체기가 계속되고
그에 따라 영화산업의 위기론까지 불거져 나왔던터라
이같은 예상외의 수작과 이를 만든신인감독에 대해
사람들이 보내는 찬사와 관심어린 시선은 대단하다.
그리고 미디어는 이 신인에게 한국이 낳은 새로운 스릴러 감독으로
히치콕과 같은 거장으로 성장해 한국 영화계를 이끌게 될 것이라고, 또 충분히 될만하다는 기대를 벌써부터 감추지 않고 있다.
아무리 한국 영화계가 긴 부진을 헤어나오지 못하고, 추격자라는 영화가 영화계 자체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유망한 작품임에는 틀림없지만, 이러한 평가는 신인에 대한 찬사치고는 대단한 것이라 생각된다.
그만큼 추격자는 보기드물게 잘만들어졌고, 신인감독이 데뷔작에서 보여줬던 그 영화적 잠재력은 충분히 앞을 기대할만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보다도 '혜성처럼'이라는 수식이 가장 적절히 어울린,
갑자기 나타나 주목을 받는 나홍진이라는 신인 감독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떠오르지만,
그 가운데 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생각이 있다면
약간 빗나간듯하지만, 화려한 주목을 받으며 등단했던 어느 작가의 모습과 지금의 그의 모습이 조금은 오버랩된다는 것일까..
#
1992년 프랑스 팔리시 상을 수상한 작품은 바로 '개미'이다.
1991년 발간 즉시 '개미'는 베스트 셀러로 등극하며 매스컴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찬사를 받았다고 해도 무방할만큼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프랑스와 전 세계는 이처럼 기묘한 상상력을 발휘하며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보여준 천재적인 신인작가를 주목했다.
그가 바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이다.
어릴때부터 가져왔던 개미에 대한 관심과 글에 대한 희망이 83년 콘테스트를 위해 개미에 대한 리포트를 준비하면서부터 현실화되어,
8년간의 준비와 120번에 걸친 개작끝에 내놓은 장편소설이 바로 개미이다.
개미와 함께 그는 엄청난 찬사를 받았고 그와 동시에 스타덤에 올랐다.
그가 내놓은 책들마다 모두 불티나게 팔렸고 그의 작품들은 전세계적인 밀리언셀러, 그리고 그는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북파워를 지닌 인기작가로서 명성을 날렸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이후로 베르나르는 무언가 정체된 느낌이다.
그는 개미 이후로 많은 책을 내놓았고, 그가 내놓은 뇌, 타나토노트, 천사들의 제국, 나무 등 다른 책들 또한 전세계적으로 성공하며 엄청난 판매량을 올렸다.
그의 작품이 새로 발간될 때마다 그의 문학적 성과와 수사적 표현이 발전하고, 데뷔작 개미에서 보였던 그 어설픔은 이후 작품에서 점점 나아지고 세련되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많은 작품 가운데서 어떤한 작품도
개미에서 베르나르가 보여줬던 그 열광적인 무언가가, 그리고 그 무언가를 넘어서는 것을 찾을 수 없었다.
물론 그의 작품마다
베르나르 그만이 보일 수 있는 시각, 독창적 소재와 재해석은 독자로 하여금 특유의 재미를 느끼게 했지만, 그것으로는 역시 부족했다.
분명 작품의 외형적, 문학적 틀은 더욱 세련되게 갖춰짐에도
개미 이후 그의 작품에선 개미만큼의 책을 읽는다는 희열감,
읽는 이를 벅차오르게 만드는 문학적 카타르시스가 분명 부족했다.
물론 나 또한 베르나르 베르베르에 반해
그의 소설들은 모조리 사서 모았던 독자 중 하나로서,
지금도 베르나르의 팬이고 그의 책은 좋아한다.
다만 내가 느끼기에 베르나르가 보이는 한계가 그렇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는 개미만큼의, 개미 이상의 작품을 다시 쓰지 못하는 것일까.
작가 본인이 아닌 이상,
그리고 작가 본인 또한 그것을 확실히 알 수는 없을 것이다.
더불어 문학적 분석과는 거리가 먼, 어설픈 독자 하나가 그에 대해 추론하기란 더더욱 우스운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치더라도 짧게나마 내 개인적 생각을 말해보자면,
글을 쓰는데 있어 그가 너무나 성급했지 않았나 싶다.
어린아이는 순수하고 열정적이다. 어린아이가 보이는 순간적인 몰입과 열정은 어른들을 경탄시킨다. 하지만 그만큼 순수하고 쉽게 흥분하기 때문에 자신과 그 대상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바라봐야한다는 것을 잊곤 한다.
그의 글에서 느껴지는 어린아이적 순수성과 동화적 동심만큼이나
베르나르 그 자신도 순수하고 그만큼 열정적인 인물일 것이다.
때문에
어린아이들이 가지는 사물에대한 순수한 몰입과 그에 대한 열정만큼, 베르나르 또한 순수한 열정으로 독자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더욱 더 많이 전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개미 이후 그의 작품은 거의 대부분 1~2년 사이에 발간되어 나왔다. 이것은 상당히 짧은 기간 동안 그가 작품을 내놓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베르나르가 정체되었던 원인은
순간마다 그의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기막히고 아름다운 이야기들.
자신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그 끝없는 소재들과 그 멋진 생각을
독자들에게 하나라도 더 많이, 더 빨리 전달하고자 했기 때문에
너무나 여러 이야기를 다작을 하며 빠르게 작품을 내놓기 때문이아닐까 싶다.
물론 이야기에 있어 그 소재도 중요하지만,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말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고,
준비한 것에 따라 다른 것 처럼.
그의 이후 작품들이
개미만큼의 몰입도와 글을 이끌어가는 힘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그의 외적, 내적 요인에 의한 준비기간이 부족해서라고 생각된다.
인기작가로서 베르나르 본인에 대한 사회적 부담과
자기 스스로 떨칠 수 없는 이야기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흥분 때문이랄까.
그것이 개미와 다른 작품간의 차이이며
그같은 부담과 흥분이 베르나르 스스로 가지게 된,
너머는 보이지만 결코 넘을 수 없는 유리천장이 되어버린 듯 하다.
물론 이후로도 베르나르는 계속해서 책을 낼 것이고 그는 여전히 인기작가로 인정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이 세대를 지나 다음 세대에까지 이름을 남길만큼 문학적 대가가 되기란 어렵다고 생각된다.
물론 지금까지만 봤을때 말이다. 이 이후로 그가 한층 더 성숙되고 완성된 작품을 내놓는다면 이 말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뭐 어디까지나 이것은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고 추론이다.
베르나르를 욕보이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
나홍진 감독은 분명 특출난 능력을 지닌 신인 감독임이 틀림없지만,
그의 작품이 성공할 수 있었던 까닭은 그의 영화적 능력에 앞서 영화 자체의 시나리오가 탄탄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 시나리오 또한 5년간의 준비기간과 32번의 수정이라는 긴 시간 끝에 걸쳐, 장고 끝에 나온 산물이다.
때문에 신인감독의 데뷔작으로써 보이는 약간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추격자'는 그 부족한 것을 완벽히 압도할만한 영화적 재미, 영화에만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냈고 그것은 약간의 연출적 실수들이 눈에 거슬리지않도록 덮어두고 관객들을 끌어가기 충분했다.
개인적으로 스릴러에 대해 전혀 문외한인데다
더불어 살인과 관련된 소재는 꽤나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요 며칠동안 영화의 장면이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 것과 관련하여
추격자가 탄탄하게 잘만들어진 영화라는 미디어의 전반적 평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다만 내가 영화를 보고난 이후 정말 바라는 것은
그가 이 영화 이후로도 그의 재능을 유감없이 계속해서 발휘하는 것 이다.
지금까지 많은 신인감독과 작가들이 한편의 데뷔작으로 화려한 주목을 받아왔지만, 또 그만큼이나 빠르게 잊혀져가고 정체되었다.
순간적으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그가 겹쳐보인 것은
단순히 그 커리어의 시작과정이 비슷했기 때문만이었기를 바라며.
그에게 쏟아질 사회적 요구와 부담에,
또 그 자신이 품게될 창작적 욕구에,
너무 많은 것을 카메라에 담으려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는 분명 재능을 지녔고 또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큰 그릇으로서
많은 것을 넓게 담은 상대적으로 두꺼운 백과사전과
많은 것을 깊게 담은 상대적으로 얇은 저술서의 가치가 다르듯.
거장에게 필요한 것은 흥행된 다작이 아닌 일련의 명작이라는 것을,
외형적 완성를 넘어서는 작가의 고통과 그 열정을 넘어서는 시간의 속에서만이 베어나는 영화적 아우라를, 그리고 그것을 통해 관객에게 감정적 공명을 일으킬만한 내면적 완성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 또한 잘 알고 있으리라 믿고,
지금까지 그가 힘들게 행해온 길들을 계속해서 걸어갔으면 좋겠다.
순간적 환호와 박수소리에 흥분하여 갑자기 페이스를 올리지않고
지금까지 뛰어왔던 것 처럼, 긴 마라톤 속에서 그 중심을 잃지않고 그가 목표한 바까지 계속해서 달려나가기를..
그리고 이 추격자라는 영화가 그가 꿈꾸는 한국 영화계의 거장으로 가는 길에서 그 역사적 첫걸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또한 이처럼 좋은 영화가, 좋은 감독이 한국영화계에서 나왔다는 것에서 꽤나 지나버린 새해지만, 새로운 한해 한국영화계의 새로운 중흥기의 시작점이 될 것 같다는 기분좋은 예감이 어김없이 맞아떨어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