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제 8 구단의 행보에 대하여...[프로야구]

이길호2008.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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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를 즐겨보는 팬으로써 무엇보다도 이번 현대 사태에서부터 시작해 제 8 구단의 창단과 그 행보에 대해서 참으로 유감이라고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하려고 한다.

내가 야구를 즐겨보게 된 것은 우리 아버지 덕분이었다. 어렸을 적 아버지는 두산 식품 쪽에서 근무를 하셨었고 - 지금도 두산에서 근무하신다. - 자연히 OB베어스의 펜이셨다.
나 역시도 그런 집안 분위기를 따라 아주 어렸을 때부터 다른 스포츠는 몰라도 프로야구 하나만은 ‘베어스’라는 확실한 응원하는 팀을 갖게 되었다. 사실 야구는 유일하게 경기를 챙겨보고 관심을 두는 스포츠이기도 하다.

각설하고 내가 본격적으로 펜이 된 것은 초등학교 4학년이던 1998년도. 야구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분들은 아실 것이다. 1998년은 영원한 홈런왕 장종훈의 종전 기록 41개의 벽을 용병 도입 첫해, 흑곰 우즈가 42개로 넘어버렸던 해였다. 그에 반해 야구를 보게 되었고 난 그 때부터 부모님을 따라 야구장을 찾게 되었다.

내가 야구에 관심을 갖게 된지 올해로 정확히 십년째가 된다. 그동안 참 신기한 기록들도 많이 보았고 또 그 기록의 순간에 그 현장에서 목이 터져라 함성을 질러본 적도 있었다.
야구를 보게 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또 많은 시간 즐거웠는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 것은 과거 프로야구 전성기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랄까.

야구 천재 이종범이 4할과 200도루에 도전하던 1994년을 비롯해 무등산폭격기라 불리던 선동열의 0점 방어율, 원조 고무팔 최동원선수의 한국시리즈 4승과 같은 그 짜릿한 순간들을 사진으로만, 글로만 접해야 한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그러나 다행히 나는 아시아의 홈런왕 이승엽의 55호 홈런이 터지는 순간 텔레비전을 보면서 마음껏 함성을 지를 수 있었으며 영원한 3할 타자 양준혁이 2000안타를 치는 순간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려 볼 수 있었고, 오승환-류현진-리오스라는 괴물투수들의 있단 강림을 현장에서 볼 수 있었다.

사실 이 글을 쓰고 싶었던 직접적인 계기는 이번 정민태 선수의 자유계약 공시가 직접적인 계기였지만 사람들의 ‘야구 베테랑들에 대한 시선들을 보면서’ 최근 1,2년간 써야지 써야지 하고 있었다.

최근 현대를 인수한 제 8 구단 우리 히어로즈가 “메이저리그식 흑자 운영”을 표방하고 고액 연봉자 중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선수들을 일방적으로 계약하지 않거나 터무니없는 금액을 제시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

사실 그 동안 선수의 권리를 신장시키기 위해, 프로야구의 재미를 위해 FA 제도가 도입된 이후 몸값 거품에 따른 선수들의 먹튀 현상 역시 항상 논란이 되어 왔었다. 뭐 속된 말로 “배때기가 부르니 열심히 안한다.”라는 말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한 순간 못한다고 어느 순간 천하의 역적을 만들어 버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야말로 한국인의 재미있는 - 그러나 정말 짜증나는 - 특성인 냄비근성의 발동하는 순간이랄까.
소위 말하는 FA 대박을 터뜨린 선수들을 보자면 60억의 심정수를 필두로 박진만, 박명환, 이호준, 진갑용, 조인성, 박재홍. 진필중, 마해영, 홍현우 등이 있다. 이들 중 박명환, 이호준 등은 최근 FA 계약을 했기 때문에 아직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할 선수들이고 그 외 진필중, 마해영 등은 먹튀로 찍혀 맹비난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 외에도 정민태라든가 이종범 선수와 같은 고액 연봉자이나 그에 준하는 성적을 보이지 못하는 선수들도 맹비난을 받고 있다.

과연 그들은 ‘천하의 역적’이 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나는 먼저 묻고 싶다. 구단에서 “우승”에 대한 집착으로 본래의 취지인 선수들의 권리를 신장하고 구단간에 자유로운 선수이동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FA제도를 악용한 적은 없었는가? FA제도가 생기고 나서 대부분의 구단들은 다음해 FA자격을 취득하는 선수의 연봉을 일부러 올리는 편법을 저질렀다. 그 돈은 다음해 FA 시장에서 있을지 모르는 전력의 이탈을 방지하는 한편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돈이라도 많이 건져보겠다는 속셈으로 선수에게 주는 돈이다. 한 마디로 구단의 결정은 구단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일지는 모르겠으나 전체 선수 연봉의 거품을 초래함으로써 결코 ‘도의적인 선택’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게다가 성적고과가 위주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성적 외적인 요소를 개입시킴으로써 선수간의 위화감을 조성했다는 점도 구단의 잘못이다. 그리고 일부 재정이 뒷받침되는 구단에서 스타 선수를 ‘독점’하는 것은 분명히 자유롭고 공평한 경쟁 원리에 어긋나는 행보이다. - 뿐만 아니라 오늘 네이버 스포츠 뉴스 기사를 보니 애초부터 FA의 계약금 및 다년 계약은 KBO에 규정된 야구 규약에 어긋나는 ‘불법 행위’라고 한다. 선수에게도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런 불법까지 동원해가면서 시장의 질서를 파괴하려했던 구단에게 1차적 책임이 있지 않을까.

물론 고액 연봉자 중에는 FA 계약은 아니지만 과거의 ‘명성’에 따른 ‘대접’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정민태와 이종범이 그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하지만 그들이 그만한 대접을 받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먼저 정민태의 경우에는 그가 일본에 진출함으로써 당시 재정난에 허덕이던 현대 구단에 재정상 큰 보탬이 되었다는 사실이 현대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한 공헌도, 다승왕 수상 등의 그의 화려한 경력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7억 원이라는 당대 최고 연봉까지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프로는 실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지만 이처럼 실력 외적인 요소도 연봉 협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임에 틀림없다. - 물론 현대 구단이 그처럼 자금난에 시달리면서도 정민태에게 7억 원이나 안겨준 것은 무리수였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겠다. 그러나 정민태는 솔직히 그 돈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구단 사정이라든가 그 외 시장 상황에 따라 그 액수가 좀 낮았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이종범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이종범이 일본을 진출했을 때는 내가 야구에 관심이 거의 없을 때 - 라기보단 너무 어렸다. - 라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주워들은 사실들을 토대로 보자면 당시 재정난에 시달리던 해태가 선동열, 이종범 등의 특급 선수를 일본에 ‘수출’해서 그 때 받은 돈으로 구단을 운영하는데 보탰다고 한다. 정민태의 케이스처럼 이종범의 연봉이 ‘고액’이 된 것은 그에 대한 보상 차원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이종범의 경우에는 해태를 인수해 새롭게 창단한 기아에서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더 좋은 대우를 해주려 했던 것이 더 크다. - 실제로 모 기업이 바뀐 이상 이종범이 해태에게 안겨줬던 그 막대한 이적료에 대해 직접적으로 기아에서 책임질 이유는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아래 두 기사는 각각 2001년 당시 재정난에 허덕이던 현대 구단에 관한 기사와 이종범과 이승엽의 연봉 대결에 관한 기사이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etc&oid=038&aid=0000099904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tg=news&mod=read&office_id=038&article_id=0000112419

이제 정민태 선수의 이번 기아행에 대해 잠깐 이야기 한 후 우리 히어로즈가 표방하는 ‘메이저리그식 흑자 운영’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정민태 선수가 이번에 자유계약선수가 되어 기아와 SK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것은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3월 7일) 기아와 계약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볼 수 있었다. 다들 정민태를 의리도 없는 나쁜 놈이니 돈만 밝히는 놈이니 욕을 하지만 나는 정민태 본인을 위해서 당연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돈이 아니라 ‘야구를 하기 위해서’라는 이유에서다.

현재 SK 팀의 선발진을 보자면 외국인 원투펀치인 레이번, 쿠비얀을 비롯해 김광현, 채병룡, 송은범, 이승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쿠비얀의 기량이 검증되지 못했지만 다른 선수들이 워낙 잘 하는 선수들인지라 선발 출신인 정민태가 끼어들 틈은 보이지 않는다. 반면 KIA 팀의 선발진을 보자면 서재응, 리마, 윤석민, 이대진, 김진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에 냉정하게 말해 제대로 올시진을 치러낼 보증수표는 윤석민 하나 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서재응과 리마는 국내 무대의 적응이라는 점이 관건이 될 것이고 김진우의 경우 운동을 오랫동안 쉰 터라 제대로 된 구위를 보이기 힘들 것이다. 자연히 정민태가 SK에 비해 KIA에서 선발로써 뛸 가능성이 더 높다. 물론 정민태가 선발이 아닌 어느 보직에서든 ‘백의종군’하는 심정으로 뛰겠다면 SK로 간다 해도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고향 연고팀’이라는 점에서 정민태에게나 SK에게나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상승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그리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보직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잡는 것은 프로선수라면 누구나 원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두산의 홍성흔이 좋은 사례일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승호나 쿠비얀을 불펜으로 돌려 정민태를 선발로 활용하자는 복안을 제시했는데 - 이는 SK 홈페이지에서 관련 자료를 조사하다가 읽은 글이다. - 그다지 설득력이 있어보이지는 않는다. 이승호나 쿠비얀 역시 선발용 투수라는 점에서 섣부른 보직 변경은 오히려 독이 될 뿐이다. 과거 KIA의 신용운이었던가. 불펜에서 한창 잘나가다가 선발 돌리는 순간에 처참하게 무너졌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물론 불펜에서 선발로 보직을 옮기는 것과 선발에서 불펜으로 보직을 옮기는 것은 비교할 수 없는 문제이긴 하나 쉽게 생각해서 될 문제는 아닌 것이다. - 사실 정민태를 선발로 쓰기 위해 확실한 선발 요원을 불펜으로 돌리는 모험을 SK로써는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보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민태가 KIA 행을 택한 것이 또 1억 5천만원 이상을 보장받았다는 것이 언론 플레이라든가 말과 행동이 다른 위선자라고 무차별적인 인신공격을 하는 것은 결코 옳지 못하다. SK에 비해 KIA의 움직임이 적극적이었고, 자신의 입지를 보다 확실히 할 수 있는 팀을 선택한 것은 분명 ‘프로다운 결정’이다.

아래 기사는 SK의 미온적인 움직임에 대한 기사이다. SK에서 1억 3천 정도의 연봉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과거 전례를 볼 때 그 수준에서 결정되지 않겠냐는 ‘추측성 보도’이며 기사 내에 SK 관계자가 “확답은 6일 이후에나 날 것.”이라 말했다는 점도 언급되어 있다.
http://www.sportsworldi.com/Articles/Sports/Baseball/Article.asp?aid=20080305003099

그리고 정말 마지막으로 우리 히어로즈의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나는 솔직히 ‘메이저리그식 흑자 운영’이 뭔지는 모른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구단들의 적자 운영이 결코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것을 잘 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히어로즈처럼 ‘메이저리그식 흑자 운영’을 표방하면서 선수들의 연봉만 대폭 깎는 것은 ‘적자 운영에 대한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다.
현재 선수들의 연봉은 상당히 높게 책정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연봉들이 적자 운영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는 볼 수 없다. 구단들의 적극적인 마케팅 부족이 보다 직접적인 원인일 것이다. 일본 야구나 메이저리그를 볼 때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차이가 있다. 그것은 바로 구단 명이다. 우리나라처럼 특정 기업이 그 구단을 운영하는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 아마 운영하는 것일 테지만 - 그들의 팀명은 ‘연고도시 + 상징’으로 되어 있다. ‘기업명 + 상징’으로 구성되어 있는 우리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와 달리 그들이 적자로 허덕이지 않는 것은 왜일까. 나는 가장 큰 이유로 나라 간의 환경 차이를 꼽고 싶다. 우리나라의 경우 총인구가 5천만이고 총 8개의 야구단이 운영되고 있다. 산술적으로 구단 당 400만의 인구가 있게 되는데 이는 메이저리그의 3억이 넘는 총인구와 총 30개의 야구단에서 나오는 구단 당 1000만의 인구에 비교해봤을 때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이다. 일본 역시 총인구 1억 3천만에 총 12개 구단이 운영되어 구단 당 인구수가 1000만이 넘는다. 다시 말해 공급(=야구경기)에 비해 수요(= 관중)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아직까지 야구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해서 구단의 1년 유지비라든가 수입 등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것이 없어 이 부분에서는 이 이상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지는 못하겠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처럼 기본적인 수요가 확보되지도 않은 시장에서 ‘메이저리그식 운영’을 운운하는 것은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올해는 선수들의 연봉을 주는 시늉만 하면서 어떻게 적자를 모면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과연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해야할 것이다. - 게다가 올 한 해 참으면 내년에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글을 마치면서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하자면 프로선수들이 잘나가는 거 같아도 정말 그야말로 ‘한 때’일 뿐이다. 연예인들이야 젊을 때 떴다가 지면 나중에는 ‘중견 가수’니 ‘중견 배우’니 해서 계속 일을 할 수 있지만 프로선수들은 그야말로 떴다가 지면 그대로 끝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후에 그들이 또 다른 삶을 알아보기에는 현실은 결코 만만치 않지 않은가. - 이미 웬만한 선수들이 사업이라든가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 억대 연봉이 어쨌느니 하면서 욕하는 것도 일부 사람들은 단순히 ‘시기심’에 욕하는 것 같다는 점에서 조금은 그들의 고충을 이해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