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y day..

김영익2008.03.10
조회35
Rainy day..

미경이라는 이름



그녀는
항상 자기의 이름이 불만이었습니다.
흔한 이름 미경이.


“학교 다닐 때
우리 반에 꼭 미경이가 두 명씩 있었어.
큰 미경이 작은 미경이,
나는 맨날 작은 미경이었어.”

키가 작은 그녀는
그 말을 할 때마다 입을 삐죽거렸죠.
그러고는 뒤꿈치를 들어 보이며
“딱 요만큼만 더 크면 좋겠다.”
그렇게 말하곤 했어요.

난 그럴 때마다
그녀의 머리를 살짝 누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넌 그대로가 제일 예뻐.
니가 오 센티미터만 더 컸어도
지금보다 훨씬 덜 예뻤을 거야.”

그렇게도 불만이라던
그녀의 이름 미경이.
이젠 그녀의 이름을
내가 원망하게 됐습니다.

그녀 말대로 세상엔
참, 너무 많은 미경이가 살고 있네요.

학교에도, 거리에도,
은행 창구에도, 병원 접수대에도..

헤어진 지 한 달이 지났는데
아직도 내 옆에는
온통 미경이뿐인 것 같습니다.
“미경아!”


복잡한 레코드 가게 안
익숙한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나를 부르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화들짝 돌아보면
나랑은 전혀 상관없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반갑게 웃으며 손을 마주 잡고 있네요.
저 여자도 미경인가 보죠..

학교 다닐 땐
누가 “미경아!” 하고 불러도
잘 돌아보지를 않았어요.

돌아보면
“너말고, 큰 미경이!”
그렇게 놀리는 친구들이 꼭 있었거든요.

작은 미경이라고 불리는 거
참 싫었는데
한동안은 싫은 것도 잊고 살았어요.

내 작은 키, 흔한 이름
그런 걸 사랑해 준 사람이 있어서..


그런데 다시
싫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미경아!”
그 소리만 들으면
그늘을 만들어 주던 큰 키와
안경 속 착한 미소
그런 게 자꾸 생각나서..


-그남자그여자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