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사는 마음

박종화2008.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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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이 생일이었다. 사실 생일인지 별로 신경 안쓰고 있었는데,

지난번에 9일 주일날 제단 꽃 당번을 신청해 놓은 게 생각나는 바람에 생일도 기억해 낸 것이었다. 그만큼 정신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 꽃 당번을 위해 꽃을 사러 갔다.

마트의 생화 섹션에서 이 꽃 저 꽃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다가

결국은 조화 섹션으로 발길을 돌렸다.

 

여기 와서 딱 한번, 식물을 산 적이 있다. 옆에 놓고 키워주고 싶었기 때문에 작은 화분을 샀었다. 물도 주고 햇빛도 잘 비춰주고, 아침에 밤에 인사와 다정한 말로 속삭여도 주고 하면서 키웠었다. 나중에는 꽃도 피워서 기특한 마음도 들었었다.

하지만, 방학 중 2개월 동안 비워야 하는 내 집에 그냥 놔둬서 죽게 할 수는 없었기에, 집 앞 교회 화단 한 켠에 허락을 받고 옮겨 심었다.

 

빈 화분을 가지고 돌아오면서 마음에 구멍이 난 것처럼 쓸쓸함을 느꼈었다. 그리고는 다시는 살아있는 것을 집에 들이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끝까지 같이 있어주고 돌봐주지 못하면서, 잠시 가지고 놀다가 버리는 것처럼 하는 건 생명을 가지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죄일 테니... 라고 생각하면서.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꽃을 사서 며칠 동안 예쁘게 장식해 놓을 것을 생각하면 무척 기뻤지만, 그 꽃이 죽어서 버리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마음 한켠이 저려오는 것에, 조화를 사기로 했다.

 

예쁘고 화려한 한 묶음 사서 나오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조화는 그들 나름으로 우리 마음을 위로해 준다고.

싱그러운 아름다움으로 마음을 잡는 생화는

시들거나 변할 때 아름다웠던 만큼 우리를 아프게 한다.

게다가, 버려진 후에는 기어코 우리의 기억에서조차 잊혀지는 것이다. 마음 한켠에 자취를 남기지조차 못한다.

 

하지만 조화는, 어쩌면 '만들어진 것'이라는 선입견을 통해 비춰질지는 몰라도 내가 변하지 않는 한, 영원히 내 곁에 있다. 모습은 변할지라도, 내 옆에 계속 있다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그 존재의 가치는 아름다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내가 여기 있어요'라고 말하는 듯, 항상 내 옆에서 때로는 먼지를 뒤집어쓴 모습으로, 때로는 반짝반짝한 모습으로, 그렇게 있어준다. 내가 마음을 써주는 만큼 아름다워진 모습으로 내 마음을 보람으로 실체화하여 돌려주는 것이다.

 

꽃을 사는 마음은,

아름다운 것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옆을 지킬 이 하나를 아름답게 가꾸는 그 기쁨을 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