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 우리는 사랑일까

박애신2008.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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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는 사랑하는 남자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했다. 그 남자의 행동은 여전히 수수께끼였다. 에릭은 처음 만난 날과 똑같이 복잡해 보였다. 그 첫 만남에서 그녀는 그 남자를 '안' 줄 알았지만 이제는 그렇게 주장할 수 없었다. 그 남자는 멀리서는 잘 보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백만 개나 되는 파편으로 나뉘어 있었다.

엘리스는 이토록 서로 화해할 수 없는 요소들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신기했다. 그리고 예상할 수 없고, 끊임없이 질문과 해석이 뒤따르는 불안정 상태에 힘이 빠졌다.

 

‘관계’라는, 의사 불소통의 우스운 연속을 익히 잘 알면서도, 인정할 수 없을 정도로 열정에 대한 믿음을 지니고 살아왔다.…분석이나 해석 따위가 불필요하고, 물을 필요도 없이, 상대가 자연스레 존재하는 상황을.

 

D. H. 로렌스의 정의에 따르면 그녀는 다른 사람, 다른 나라, 다른 연인 같은, ‘다른 것에 향수를 느끼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낭만주의자였다―그것은 랭보가 청춘 시절 “la vie est ailleurs(인생은 다른 곳에 있다)”라고 했던 말의 메아리와 같다.

 

객관적인 눈으로 자신을 들여다보면 자기가 측은해지고, 자기연민이 고개를 드는 법이다. 그럴 때에는 이런 생각이 든다. ‘모르는 사람이라도 이런 경우라면 안쓰럽게 느끼겠구나.’ 자신의 불행은 자기연민을 더욱 부추기고, 슬픔이 슬픔을 부른다. 그 말에 각인된 경멸적인 관념은, 고민을 과장하고 진실한 동기없이 동정을 남발하기 쉬운 역사적인 성향으로 연결된다.

 

행복이란 즐거운 상태가 아니라 고통이 없는 상태라고 정의하던 자신이 아닌가. 괜찮은 직장이 있고, 건강하고, 살 집이 있는 마당에 왜 주기적으로 아이처럼 울고 짜고 난리람?
불만이 있다면 자신이 타인에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것 뿐이었다. 지구상에서, 그리고 거기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녀 자신은 불필요한 존재 같았다.
아마 눈물 뒤에는, 그녀가 어느 날 지구 밖으로 미끄러져 떨어져도 그 빈자리를 1분 이상 생각해주는 이가 없으리라는 서글픈 의심이 웅크리고 있을 것이었다.

 

 

이렇게 지적인 연애소설이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