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애처가와 공처가의 차이...

수원나그네2006.08.04
조회1,602

2006년 08월 03일.. 목요일..

 

바쁜 회사업무로 인해

일찍 퇴근하길 기대하는 아내의 소망은

오늘도 여지없이 깨지고 만다.

 

밤 10시 40분...

 

집에 들어서면서 부터 시작된 집안 일.

하루종일 더위와 함께 두 아이와 씨름하느라

집안 살림에는 거의 손을 대지 못했을 아내...

싱크대에 어지럽게 널려진 설겆이꺼리들과

수민이 분유먹이느라 사용한 젖병들...

날씨가 더워 물 먹는 식수량도 늘었는지

이틀에 한번씩 끊여서 냉장고에 보관하던 보리차가

빈 병으로 나뒹굴고 있다.

 

가방을 벗어던지고 가장 먼저 수민이 목욕부터 시킨다.

하루종일 더위에 지쳤을 수민이...

땀냄새가 폴~폴~ 난다.

미지근한 물에 담궜더니 한숨 한번 길게 내쉬고는

목욕을 즐기기 시작한다. 녀석~ ㅋㅋㅋ

머리도 감기고 몸에 비눗칠도 하고...

안정감을 찾기위해 허공을 항해 휘젓던 두 손에

내 손가락을 대어봤더니 손아귀 힘이 대단대단...

 

장군~~~~!!! 의지가 대단하십니다~~~!!!! ㅋㅋㅋ

 

시원스레 목욕 후 옷 갈아입히고...

피곤했던 수진이는 금새 안방으로 건너가 잠을 청한다.

수민이 분유타서 먹이는 동안

아내는 그제서야 긴장을 풀고는

땀과 소금기에 쩔었던 몸을 씻기 시작한다.

 

이윽고 샤워를 마친 후,

아내는 젖병 소독을... 난 스팀청소기를 들고다니며

일주일동안 묵은 먼지를 닦아낸다.

그리곤,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에 밀린 설겆이도 말끔히 씻는다.

혹여나 물이 부족할까 싶어 주전자 한 통을 더 끊이고

그제서야 평온한 일상의 분위기로 돌아온 우리집..

스팀청소기 까지 사용해서 깨끗해진 집 안을 보고

기분까지 상쾌하다며 좋아하는 아내...

유쾌한 아내의 모습을 보며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

 .

 .

 .

 

새벽 1시...

이제 우리집에도 조용한 정적이 흐르기 시작한다.

수진이와 함께 아내를 안방에 재우고

수민이와 함께 거실에 남겨진 나...

오늘도 수민이는 내 몫이 되었다.

3일에 한번씩 돌아오던 불침번 역할이..

이제는 하루걸러 아내와 교대를 하고 있다.

그만큼 아내의 체력이 바닥난 것 같아 걱정스럽다.

 .

 .

 .

 

내 주변 사람들이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지는 모르겠으나,

덜하지도 더하지도 않으며 꾸미지도 않은

평소의 내 모습임에는 틀림없다.

 

때론 나 또한 게으름을 피워

아내에게 혼나기도 하고

내 몸이 피곤할때면 만사 귀찮아 질때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집안에서 내가 해야할 일에 대해

찾아서 하는 편이다.

 

어쩌면 여느 가정의 남편의 모습에 비해

사뭇 다를지는 모르겠으나,

그건단지 마음가짐의 문제일 뿐이다.

내가 힘들면 내 아내는 더 힘든 법이요

내가 귀찮으면 아내 또한 귀찮을 것이다.

꼭 맞벌이 부부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가정 주부로써 집에서 이루어지는 가사노동은

그 노동량이 가히 살인적임을 알고있다.

원만한 가정생활과 부부생활을 위해서

가사노동은 공동의 책임이며 공동의 몫 임을 알기에

퇴근 후 피곤하다는 이유로 손 놓고 구경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난 분명히 '애처가' 이다.

하지만, 애처가든 공처가든

그건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스스로의 마음가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애처가가 될 수도.. 공처가가 될 수도 있는 문제이다.

 

예전에 교회 설교 중 김승겸 목사님이 말씀하셨던

공처가와 애처가의 차이에 관한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애처가는 자신이 먹은 밥그릇을 설겆이 하면서,

 아내의 밥그릇도 함께 닦아주는 것이고,

 공처가는 아내의 밥그릇을 닦으면서

 자신의 밥그릇을 덤으로 닦는 것이다' 란 말..

 

목사님의 그 말씀을 듣고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었다.

 

사실 나 또한 목사님의 말씀에 많은 공감을 하고 있었다.

애처가와 공처가의 차이가 아내를 사랑하고 두려워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사랑의 표현방법이 능동적이냐 수동적이냐에 따라

달라지며 얼마나 다양한 사랑표현을 하느냐에 달린 문제라

생각하고 있다.

 

표현하는 사랑이야말로 아름다운 것이며,

사랑을 일방적으로 주거나 무조건적으로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닌,

서로간에 주고받는 가운데 싹트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내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아내를 위해

헌신과 봉사를 해야하고.. 아내 또한 그로 인해

나를 향한 믿음과 신뢰를 보낸 것일 게다.

.

.

.

 

아내를 사랑한다는 것이

단순히 열정적인 키스와 포옹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

일상 속에서 서로간의 작은 배려와 함께

소박한 행동의 실천을 통해서도 교감을 얻을 수 있음을 믿는다.

 

 

- 수원나그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