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정은, 그녀의 눈물과 영광

이강섭2008.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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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정은, 그녀의 눈물과 영광

[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그녀는 스타다. 그리고 스타인 그녀에게도 무명과 신인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일부 대중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의 광휘만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그녀의 인기의 절정의 결과물에만 시선을 집중시키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스타가 되기까지 눈물도 한숨도 그리고 말할 수 없는 고통도 있었다. 바로 김정은이다.

연예계 종사자들과 대중매체 종사자들은 말한다. 신인 때와 스타가 될 때 연예인들이 너무 많이 변한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는 사람도 있다. 바로 김정은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김정은의 신인 무명시절의 문양과 그리고 스타로 비상하는 과정, 스타의 자리에서의 상황을 지켜봤다. 그 과정에서 김정은의 눈물도 보았고 김정은의 웃음도 보았다.

그녀는 연예기획사가 연예인 신인들을 발굴하고 교육시켜 연예계에 데뷔시키는 스타 시스템의 핵심역할을 하기 전 방송사가 그 역할을 하던 때 연예계에 데뷔했다. 지금 영화계와 방송계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상당수 스타들처럼 MBC의 탤런트 공채 출신(1997년) 연예인이다.

상당수 사람들은 그리고 일부 연예계 지망생들은 방송사 탤런트 공채에 합격만하면 스타가 됐다는 착각을 한다. 하지만 정작 경쟁은 이때부터다. 수많은 탤런트 공채 연예인들이 적지 않은 기간 감내해야하는 단역과 무명을 견디지 못한 채 연예계를 떠난다. 탤런트 공채중에 활동하는 연예인보다 연예계를 떠난 사람이 훨씬 많다는 것은 탤런트 공채가 결코 스타로의 비상을 보장하는 길이 아니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정은도 마찬가지였다. 단역을 수없이 하다가 그녀에게 온 기회를 잡았다. 바로 1998년 의학 드라마'해바라기'였다. 안재욱, 차태현, 김희선 등 이미 스타 대열에 오른 연예인들이 나온 드라마다.

'해바라기'를 모니터하다 눈길을 강하게 잡은 연기자가 있었다. 병원복도를 걸어가는 모습이 나오는데 그녀는 한 걸음 한 걸음을 걷는데 모양새가 달랐다. 평범한 걸음걸이에도 치밀한 계산과 연기에 열정을 보인 것이다. 그녀는 이 드라마에서 김정은은 주연이 아니었다. 하지만 최소한 김정은의 연기에 대한 열정만큼은 안재욱이나 김희선 등 주연들을 압도했다. 그런 열정이 있다면 무슨 일을 못하겠는가라는 생각이 미치면서 연출진에게 그녀의 연락처를 알아 인터뷰 요청을 했다.

그녀는 당시 매니저도 소속사도 없는 신인이었다. 신문사로 찾아온 김정은은 말했다"주연들을 인터뷰 하지 않고 신인인데 저를 인터뷰 하세요. 인터뷰 요청을 받고 많이 의아했어요"라고 먼저 물었다.

연기에 대한 열정이 한 사람의 시청자(기자)에게 강하게 남겨서 인터뷰 요청을 했다는 말을 하자 얼굴을 붉힌다.

그녀는 말했다."MBC공채로 탤런트가 됐는데 동기들이 모두 연기전공을 한 사람들이라 주눅이 들었다. 나는 연기와 무관한 공예과를 다니고 있었으니. 좋아하는 배우 연기동작을 수십번 반복했다. 나중에 어머니가 머리가 어떻게 된 것 아니냐고 걱정할 정도로."

이러한 성실성을 끝까지 견지한다면 좋은 연기자가 될 것이라는 격려를 한뒤 인터뷰를 마쳤다. 그녀는 황송해 했다. 그리고 낯선 신문사 분위기에 부담스러운 듯 자꾸 얼굴을 내리 깔았다. 그녀는 "시청자의 눈과 가슴을 적시는 연기를 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신문사를 떠났다.

그리고 그녀는 '해바라기'이후 인기의 탄탄대로를 걷기 시작했다. 유명 연예기획사의 매니지먼트도 받기 시작했다.

그녀의 몇 장면의 연기를 보고 속으로"저 친구 뜨겠네"라는 느낌이 들어 인터뷰를 한뒤 얼마 안 돼 김정은이라는 이름석자는 대중의 뇌리에 박히기 시작했다.

물론 김정은을 인터뷰 한 것은 스타, 그것도 신세대 스타에게 쏠려있는 대중매체의 무차별적 관심을 분산하려는 개인적인 의도가 다분히 있기는 했지만 무명이나 신인에게 조그마한 관심을 기울여 그 연기자가 스타로 떠오르는 것을 목도하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다.

김정은은 2000년대 들어 인기의 척도라고 하는 광고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모델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라마, 영화 그리고 각종 프로그램에서 캐스팅 1순위로 자리 잡았다. 그녀의 인기의 수직 상승 곡선의 끝이 어디일 지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묻지마! 다쳐" "여러분! 부자 되세요, 꼬오옥" "딱 좋아" 등 그녀가 광고에서 외치는 광고 카피는 다음날 유행어가 되고 버전까지 달리하며 유포의 속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또한 전혀 성격이 다른 드라마에 동시에 출연하면서도 상이한 색깔의 연기로 새로운 느낌의 인물을 동시에 연출해 낸다. 또한 스포츠지 뿐만 아니라 일간지, 텔레비전의 연예정보 프로그램에서도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이 기사화되고 주요 아이템으로 방송되고 있다.

그녀의 연기에 대한 열정과 성실함이 가져온 결과였다. 그녀는 인기를 얻으면서도 새로운 드라마와 영화에 대한 열정과 성실성은 일관되게 유지했다. 그리고 스타라는 명성을 얻으면서도 신인때 견지했던 자세를 흩트리지 않았다.

그녀의 급상승하는 인기를 지켜보면서 특집 기사를 마감하고 숨을 돌리고 있을 때인 2001년 추석 전날 "선생님"하고 부르며 신문사에 들어오는 여자가 있었다. 첫 인터뷰때 수줍고 부끄러워하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들어서는 김정은의 모습이 시선에 들어온다. 한과 하나를 사들고 추석 잘 보내라는 인사를 하러 왔다고 했다.

김정은 연기자의 영역을 넘어 이 당시 연예정보 프로그램 SBS '한밤의 TV'MC로도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었다.

"어떻게 달려왔는지 모르겠어요. 힘들 때는 오기로 버텨냈지요. 맡고 싶은 배역도 많고 프로그램 진행도 잘 하고 싶지요. 시청자들에게 욕먹지 않기 위해 그만큼 노력도 합니다"고 김정은은 각종 연예 활동으로 바쁜지만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몇 번 그녀가 진행자로 나선 SBS '기분 좋은 밤' 과 '한밤의 TV 연예'를 보다가 그녀가 대중에게 사랑을 더 받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녀가 두 개의 프로그램에서 전혀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화장톤, 헤어 스타일을 철저히 달리하고 멘트 스타일과 분위기도 다르게 하는 노력을 엿보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정은은'기분 좋은 밤'은 밝고 귀여운 이미지를 유지하는 대신 '한밤의…'는 섹시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보라 빛 계열의 화장을 한다. "겹치기 출연을 해도시청자들에게 식상함을 주지 않기 위해 머리에서 발끝까지 차별화해야죠."

성실함은 연예계에서 필요조건은 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전쟁터인 연예계에선 수많은 연예인들이 브라운관, 스크린,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 죽기 아니면 살기다. 그 전쟁터에서 김정은의 무기는 첫째가 성실함이고 두 번째가 독창성을 발휘할 줄 안다는 것이다. '여인천하' 의 김재형PD는 김정은에 대해 "스스로 연기 플랜을 내놓는 드문 배우로 순발력과 창의력을 지녔다"고 말한다.

그러기에 발전의 속도가 빨랐던 것이다. 겹치기를 잘 하지 않는 그녀가 동시에 두 드라마에 얼굴을 내민적이 있다. 사극인 '여인천하'와 정통 홈드라마인 '아버지와 아들' 이었다. 그녀는 '여인천하'에선 털털한 남성성마저 보이는 능금 역을, '아버지와 아들'에선 어머니의 반대를 극복하고 한 남자를 사랑하는 지순한 여교사 역을 맡았다. 브라운관에서 보여지는 두 인물은 전혀 달랐다. 두 캐릭터에 김정은의 창의력이 녹아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처럼 승승장구하던 김정은에게 큰 위기도 있었다. 김정은은 좀처럼 울지 않는다. 힘들어도 그냥 웃음으로 대신한다. 하지만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연예인으로서 생명이 좌우될 정도로 강력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바로 김정은을 둘러싸고 마약투약설이 나돈 것이다.

2002년 3월 20일 그녀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검찰에 출두해 마약검사를 받은 뒤, 음성이라는 결과를 통보받은 뒤였다. 김정은은 이날 회견에서 "검찰측으로부터 '검사결과 음성으로 밝혀졌으니 안심해도 좋겠다'는 전화통보를 받고 마음을 놓았다. 그러나 이후 언론보도는 '마약성분이 오차범위 내에 있다'며 아직 혐의가 남아있다는 식으로 이어져 막막하다. 진실이 잘못 알려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너무 많은 고통 시간을 보냈다"며 눈물을 흘렸다.

기자회견후 만난 김정은은 "전 결백한데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너무 힘들어요"라며 그녀의 큰 두눈에서 눈물을 쏟아낸다. 그런 그녀에게 "진실은 언제가 밝혀진다. 그 진실의 힘을 믿고 더 열심히 연기를 했으면 한다"는 위로를 했다.

최종 수사결과 김정은의 마약투약설은 사실무근으로 밝혀지고 그녀는 연기자로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김정은 그녀는 한동안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했지만 약간의 푼수기가 버무려진 코믹 캐릭터를 많이 맡았다. 이 때문에 그녀가 나오면 재미있다 라는 느낌이 먼저 다가왔다. 그녀의 첫 영화 데뷔작인 패러디 영화 '재밋는 영화'에서 유감없이 코믹 연기의 정수를 선보였다. 그래서 당시 주위에서 코믹한 이미지로 굳을 것을 우려했다.

김정은은 말했다. "왜 모든 여배우가 심은하가 돼야하느냐? 누군가가 한길을 만들어 놓으면 그 길만을 바라본다. 하지만 여자 송강호, 여자 박중훈도 있어야 되지 않겠느냐." 당찬 입장이었다. 맞는 말이다. 인기가 있는 장르가 있다면 우르르 그 장르만 제작하고 한 소재와 형식이 시선을 끌면 정신없이 그쪽으로 몰려간다. 다양성은 포기해 대중문화의 획일성을 초래하는 원인이다. 가수는 물론이려니와 연기자도 마찬가지다. 자기 색깔로 승부를 걸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김정은은 자기 색깔이 분명한 연기자다. 그런 색깔을 가지면 다른 색깔도 연출할 수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지난 2005년 '사랑니'에서 김정은은 코믹한 캐릭터와 거리가 먼 고도의 심리적 묘사를 잘 드러내야하는 캐릭터를 맡아 기막히게 소화를 해 찬사를 받았다. "많이 고민하고 노력했어요. 이전과 전혀 다른 성격의 캐릭터인데 자연스러운가요"라며 시사회 직후 걱정어린 질문을 던졌다. 비록 영화 '사랑니'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그 영화의 작품성과 김정은의 연기력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평가를 했다.

그녀는 2004년'파리의 연인'으로 50%대의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하며 연기대상을 거머쥐기었다. '파리의 연인'이 끝난 직후 영화와 드라마 섭외가 100편에 이를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듬해 출연한 드라마 '루루공주'로 추락하기도 했다. 그녀는 간접광고로 얼룩져 연기자들의 연기에까지 영향을 미친 최악의 드라마로 지적당한 '루루 공주'를 하면서 말없는 고통을 감내해야했다. 김정은의 두 번째 눈물을 본 것이 이때였다."'루루공주'는 제가 선택한 드라마이기 때문에 힘들어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지만 너무 힘들어요..."

그녀는 이후 드라마 '연인'으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고 연인인 이서진과 만났다. 그리고 올해 흥행돌풍을 일으킨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주연으로 400만 관객을 동원하는원동력 역할을 했다.

최근 김정은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결혼을 언제 할 거냐고 사적인 질문을 던졌다. 김정은은웃으며"서진씨도 저도 일을 좀 더 한 뒤 (결혼을)생각하자고 했어요. 두 사람 모두 연기를 너무 좋아해요"라고 말한다.

김정은을 지난 10여년간 지켜보면서 그녀의 강력한 무기 하나를 발견한다. 그녀는 사람들의 경계심을 무장해제 시키고 특유의 편안함과 친화력으로 자기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무기를 갖고 있다.

신인에서 스타까지 한결같은 성실함으로 일관하는 김정은을 보는 것은 그리고 "인기라는 사다리를 타고 올랐고 언제 내려와야 할 지 모르겠지만 내려갈 때 후회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라는 그녀의 말을 브라운관에서 스크린에서 실천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