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말하다.. 5%

범용원2008.03.25
조회49
사랑을 말하다.. 5%

남자의 방에 놀러온 친구는

책장에서 뭔가를 발견하곤 짐짓 놀란 얼굴로 그걸 집어 들면 말하빈다.

 

- 오호, 네가 진정 이런 감성덩어리를 소장하고 있단 말이야

야, 여기 외계인도 안 나오고 헐벗은 여자들도 안 나오는데 웬일이야?

야, 근데 이 낙서는 뭐냐? 하여튼 초등학생도 아니고

 

친구가 집어든 것을 일본영화 러브레터의 비디오테이프.

하얀 눈밭을 배경으로 여주인공의 얼굴이 보이는데 어떻게 된건지

여배우의 얼굴에는 온통 낙서가 돼 있습니다.

애꾸눈에, 영구 앞니에, 도깨비 뿔에, 머리엔 땜빵까지.

 

친구의 말에 그 비디오를 받아든 남자는 얼굴에 미소가 차오릅니다.

 

- 너, 걔 기억나니? 나 1학년 때 사귀었던,,..

그래, 이거 그 친구가 준겨야. 낙서도 지가 한거고,

 

그리곤 남자는 단숨에 기억 속으로 빠져듭니다.

왜 걔가 키는 작았어도 워낙 단단해서 잘 아프진 않았는데,

딱 한번 감기에 제대로 걸린 적이 있었다.

근데 죽어도 약을 안 먹겠다는 거야. 너무 아프다면서도, 내가 속해서 그랬지.

 

'먹어, 왜 약을 안 먹어? ' 근데도 안 먹겠대.

열 때문에 눈까지 빨개져 가지곤.

하여튼 그 꼴을 하고 끝까지 '안 먹어 안 먹어, 난 원래 약 먹어.'

이게 처음엔 걱정도 돼서 그랬는데 나중엔 화가 나더라.그래서 내가 그랬지.

 

'좋다. 그럼 거울을 봐라. 거울보고 네가 예쁘면 약 안 먹어도 된다.

왜? 그러다 쓰러지면 지나가던 사람이 업고라도 병원에 갈 테니까.

왜? 예쁘니까, 근데 넌 약 먹어야된다. 왜냐? 못생겼으니까.'

 

그러면서 내가 이 배우 얘길 한거야

너랑 나랑 어제 러브레터 봤지? 거기 나오는 여자배우.

그런 여자는 감기약 안 먹어도 된다.

내 딴에 농담처럼 한 건대 그 말이 되게 서러웠나봐.

갑자기 막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나보고 막 집에나 가라고 그러더니

며칠 지나서는 갑자기 이걸 사가지고 왔더라.

길거리에 비디오 널어놓고 파는데 거기서 이거 찾았다면서,

네가 좋아한는 여자 실컷 보라면서.

 

진짜 유치하지? 낙서 좀 봐. 더 웃긴  건 여기 봐라?

안에 보면 빨간색 사이펜으로 이 배우 이름도 적어 놨다.

저주래, 얼마나 귀엽던지..

 

숨 쉴틈없이 이어지던 남자의 말이 이쯤에서 뚝 끊어집니다.

그리곤 조금 전과는 다른 톤의 목소리가 되어 추억을 떠올립니다.

 

정말 유치하고 지독하고 귀여운 척은 있는 대로 다 하고

질투는 정말 심하고 의심도 많고 고집은더럽게 세고 그랬었는데..

그런 여자 때문에 나는 한때 참 행복했었다고,

나 때문에 그렇게나 질투를 하던 사람.

내 앞에선 그렇게나 유치해졌던 사람.

세련되지 않았고 때론 부담스러웠지만 그렇게나 솔직하게 좋아함을 표현하던사람

그땐 우리 둘 다 스물살..,

 

그 때처럼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