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으로.....(9)

로_렌2006.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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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진은 계속 조바심만 났다.사실상 재혁의 가족은 다나왔으나 실상 주인공인 재혁이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며칠전부터 연락이 두절되긴 했었다....당분간은 연락 못할 것 같소...불안했다.설마 그사이 은아와 무슨일이 있지는 않았는지 초조하고 애문 손톱만 망가뜨렸다.

 

“재혁이가 많이 늦네요”

 

재혁의 어머니 이여사는 시간을 쳐다보며 긴장하려는 모습을 애써 감추고 있는듯했다.

 

“제가 전화 해볼께요”

 

휘진이 핸드폰을 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걸어나오면서 버튼을 누르는데 자꾸 불길한 생각만 들었다.....자기가 이런일을 제안했으면서...나보고 어쩌라고....휘진은 못내 아쉬운 심정으로 버튼을 누르며 투덜거렸다.신호음이 서너번 정도 울리자 건너편 너머로 저음의 목소리인 재혁이 부드러운 음성으로 얘기했다.

 

“차가 많이 막히고 있소,”

 

덤덤한 투로 얘기하는 재혁이 왠지 미워보였다.

 

“전화라도 주시지 그러셨어요..어른들 걱정하시는데...”

“십분정도면 도착하니 그사이 휘진씨가 분위기좀 이끌어 줬으면 좋겠는데..”

 

안도의 한숨을 쉰 휘진이 알았다고 끊었다.제자리로 돌아간 휘진은 어른들께 그가 오고 있다고 얘기했고,재혁이 올때까지 휘진은 재혁과의 약속을 잘지켜주었다

 

“호호호,휘진이가 아버님을 닮아서 이렇게 재밌군요..호호호”

 

휘진아버지 사투리와 휘진이 서로 얘기하는 모습을 본 이여사가 흐뭇한 모습으로 둘을 번갈아보며 얘기했다.

 

“근디....이라고 우리가 계속앉아 있기가그런디..둘이 같이있을시간을 내주면 좋겄는디...”

 

휘진 아버지는 휘진과 재혁을 보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선본 자리도 아닌데 뭘그러세요”

 

순자씨가 휘진 아버지 옆구리를 찌르며 눈짓을 줬다.

 

“맞아요..우리가 너무 눈치 없이 굴었네요.데이트 할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일어나는게 도리일 것 같군요”

 

이여사가 백을 들며 자리에서 먼저 일어났다.나머지 어른들도 하나둘 일어나 결국은 둘만 남게 되었다.......어색.......침묵..........의시간이 몇분정도 흘러갔다.........재혁의 첫마디.....

 

“술한잔 할수 있겠소?”

 

술?지금이 대체 몇신데...휘진은 시간을 보며 아직 여섯시도 채되지않았다는걸 확인한후 선 듯 대답하지 못했다...그러고보니 재혁의 얼굴이 그동안 며칠새 많이 야위었다.......

 

“좋아요,대신에 많이 마시기는 없기에요”

 

대답대신 재혁은 고개만 움직였다.둘은 재혁이 잘알고 있는 지하에위치한오렌지하트란 빠로 들어갔다 .간판답게 초저녁인데도 불구하고 오렌지빛으로 도배가 되있어서 실내분위기가 굉장히 화사하고 밝아보였다.재혁은 단골인양 자연스럽게 자신이 항상 앉은 자리로 자연스럽게 걸어 들어갔다.웨이터와 마주보아서 그런지 휘진은 그런분위기가 낯설었다.재혁은 시키지도 않는 양주 그리고 휘진에게는 레드와인을 건네주는 웨이터였다.그리고 재혁은 웨이터가 주는즉시 벌컥벌컥 양주 한잔을 단숨에 들이켰다.내려논 잔위에 손힘이 들어간걸 느낄수 있었다.

 

“석준이,은아와 늘 왔던 곳이오”

 

그랬을거라 생각한 휘진이었다.웨이터가 재혁의 빈잔에 붉은 양주를 따라주었다.조그만 양주잔에 붉은색이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그사이 재혁은 바로 양주를 한입에 털어넣었다.거뭇거뭇한 자신의 턱부분을 만지며 빈 양주잔만을 바라보고 있는 재혁이었다.

 

“은아가......그녀가.....흔들리고 있소...”

 

그말에 휘진이 들었던 자신의 와인잔을 내려놓았다.

 

“은아씨가 왜요?무엇때문에요”

 

기다리기가 힘든 휘진이었다.마음도 점점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무엇때문일 것 같소?”“

 "네?”

 

..무엇?물건은 아닐테고....사람때문에?그럼 그사람이라면...혹시....실장?!!입술을 깨물며 휘진이 물었다.

 

“혹시....김석준씨 때문인가요?”

 

말이없었다.아니라고도 대답을 하지 않는 재혁이었다.냉정해 질려고 하는 휘진이었다.설마...아닐꺼야...무언가....재혁씨가 착각하고 있을거야.......

 

“며칠째 술만 마시고 있소”

 

 어느덧 재혁의 눈이 조금씩 풀려 가고 있었다.흥클어진 앞머리 아무렇게나 걷어올린 와이셔츠 소매...확연히 힘든기색이 역력했다.

 

“석준씨 때문이라고는 생각안해요...진짜 이유가 그거라면 그건 은아씨가 진짜 나쁜거죠...하지만 제가 본 은아씨는 절대 그럴분이 아닌 것 같아요”

 

휘진이 목이 긴 와인잔을 손으로 만지작 거렸다.

 

“내가...내가....나쁜놈이요.”

 

갑자기 고갤 숙이며 울고 있는 재혁이었다.휘진은 당황했다.어떻게 해야 될지..뭐라고 무슨 말이라도 해야되는데...머릿속에서는 윙윙 맴돌뿐이었다.어깨를 들썩거리며 우는 재혁이 안쓰러웠다.휘진은 자신의 손으로 재혁의 어깨를 만져주었다.

 

“뭐가 나쁘다는 거죠?하나도 안나빠요.아직 모르잖아요.은아씨 얘기부터 들어봐야 하는 거잖아요.”

 

목이 메어오는 휘진이었다.....은아씨 나빠이.....왜...중심을 서지 않는거야?...재혁씨가 불쌍하잖아....재혁은 휘청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재혁씨!”

 

놀란 휘진이 휘청거린 재혁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 나갔다 오겠소”

 

손짓으로 나갔다 오겠다고 하자 휘진은 그제서야 자리에 앉았다.재혁이 나가자 테이블 위에 놓여져 있는 재혁의 전화기가 눈에 들어왔다.형광등처럼 번뜩하고 휘진의 머리에 불이들어왔다.그녀가 재혁이 휴대폰을 들고 단축키 일번을 눌렀다.역시 은아였다.몇번의신호음이떨어지자 건너편에서 은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일이야?”

 

여보세요 아니고...무슨일이야?

 

“저 은아씨 저에요”

 

당황한듯한 은아였다.

 

“누구시죠?”

“서휘진이에요.여기 오렌지하트에요.재혁씨가 술을 많이 드신 것 같아요.은아씨가 좀 나와주시면 안될까요?”

“제가 왜 나가야 하죠?그리고 휘진씨가 이시간까지 재혁씨와 있는게 이해가 안가네요”

“오늘 상견례 있었잖아요.그래서 한잔 한거에요”

 

.......내가 봐온 은아씨가 아닌네?왜이렇게 썰렁 하지

 

"상견례는 상견례구,이시간까지 구지 같이 남아서 술을 먹는게 당연한건가요?”

 

답답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못내 휘진이 양소매를 걷어 올렸다.

 

“저희가 누구 때문에 이러는데요.다 은아씨와 재혁씨 때문에 그러는 거잖아요.그러니까...못 나오시겠다는 건가요?”

“........”

 

말이 없는 은아였다.

 

“알았어요 제가 전화를 잘못한 것 같군요”

 

신경질적으로 휘진은 폴더를 닫아버렸다....괜히 전화했다..전화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왜 이렇게 엉뚱한 일만 저지르니....어휴....그래...은아씨가 재혁을 아직까지 좋아하니까..질투를 하는걸거야....그런걸꺼야......괜한 걱정했잖아...근데..뭔가....이상하다........

 

다음날 휘진은 밤새내 뒤척이다 출근을 했다.사무실 안에는 실장이 보이지 않았다.궁금하지도 않는 휘진이었지만..항상보이던 실장이 보이지 않자 내심 견딜수가 없었다...

 

“최대리님...저기...실장님 오늘 안나오셨어요?”

“아니,나오셨는데...아~아 오늘 쎄이 백화점으로 외근나가셨어..근데..애인이 그런 것 도 몰라?”

 

머리를 긁적이며 휘진이 헤헤헤 웃는다.

 

“오후엔 오시겠죠?”

“아마 그러시겠지?”

 

펜을 굴리다 문득 휘진은 석준의 빈자리를 쳐다봤다.툴툴대던 석준의 목소리가 그리웠는지 사무실안이 텅빈듯한 느낌을 받았다.한숨이 여러번 나왔다....내가 ...왜이러지....밥도 못먹는 사람처럼...왜이렇게 힘이 하나도 없는 거지?......설마...그 재수씨가 보.고.싶........아니야....아닐꺼야.....자신의 머리를 한대 쥐어박은 휘진이었다.

퇴근시간이 되도 실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휘진은 백을 들고 엘리베이터앞으로 갔다.기다리고 있는데 유리가 휘진옆으로 바싹 붙어섰다.

 

“땅 꺼지겠어요 언니”

“그랬니?꺼지든지 말든지”

 

띵하고 엘리베이터가 멈추자 둘은 들어갔다.

 

“언니 그거 알아요?서울시내백화점중에서 쎄이백화점에 미인들이 제일 많이 있는거?”

 

휘진은 가방을 뒤척이며 일부러 못들은척 했다.

 

“거기서 미녀들하고 회식하나 보죠뭐”

“나랑 뭔상관이야?회식을 하든 회사를 차리든 관심 없거든?.....어?...어쩌지?”

 

백을 뒤지며 휘진이 유리에게 의미심장한 미소를 날렸다.

 

“갑자기 왜이래요 징그럽게?”

“유리야 너 차 가져왔어?”

“차는 왜요?”

“지갑을 놓고 왔지 뭐야”

 

유리는 차갑게 휘진을 노려보았다.

 

“그런다고 째려볼건 또 뭐냐?”

 

...지지배 눈깔 빠져 나오겠다...내가..지갑만 가지고 왔어도 저 천년묵은 여우한테 이런부탁은 하지 않는건데..............우이씨............

 

밖으로 나온 휘진은 검은색차를 발견하자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야 한유리 가라가”

 

...졸졸졸 뛰어가며...검은색 차안으로 들어갔다.그모습을 본 유리는 눈을 흘겼다.

 

“대체 저 언니 매력이 뭐야?흥”

 

재혁이 웃으며 휘진을 맞았다.

 

“어젠 미안했소”

“아니에요.속은 괜찮아요?”

“아침에 해장했더니 속은 편하고 좋소.드라이브 할건데 같이 가겠소?”

“드라이브요?좋죠..그럼 덤으로 드라이브 끝나고 우리집까지 바래다 주실꺼죠?”

 

한결 기분좋아진 재혁을 보자 덩달아 휘진까지 기분이 좋아졌다.차는 외곽쪽으로 빠져가고 있었고,하늘엔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처럼 보였다.

 

“비올 것 같아요”

“소나기 온다고 했었소”

“아아”

 

베실베실 거리며 휘진이 옆눈으로 재혁을 보자 선그라스 낀 모습이 매력적으로 보였다...복받은 여자.....당신 은아씨가 너무 부럽소....유우...휘진은 재혁을 다시한번 보며 조심스럽게 웃었다

 

“저기요...은아씨와는 얘기가 잘되셨나봐요...훗..역시 은아씨더라구요...우리에게 질투심 느낀걸 보니까 영낙없이 재혁씨를 아직까지는 좋아하는 것 같더라구요”

 

그말에 재혁이 차를 멈추고 휘진을 돌아봤다.

 

“무슨말이오?”

“어제요?은아씨하고 통화했었어요”

“어떻게 통화했다는거지?”

“네?재혁씨 잠깐 나간사이 재혁씨 핸드폰으로.....제가 뭘 잘못했나요?”

“왜 멋대로 행동하는 거요?!!”

“아니..전...재혁씨 생각해서...”

“당신이 뭔데 날생각한다는거요”

“제가 뭐냐구요?...글쎄요...미래에 재혁씨 와이..”

“정말 맘에 안드는군?!”

“전화 한게 그렇게 잘못인가요?그래요..전화하니까 은아씨가 좋아하지 않았어요.왜 이시간이 같이 있냐구 그러기에 제가뭐라좀 했어요”

 

갑자기 재혁이 일어나더니 차안에서 내리고는 휘진이 있는 쪽으로 걸어와 차문을 열었다.

 

“여기서부터는 나혼자 가겠소?!”

“아니..그런다고...이렇게 먼데까지...와서..세상에 저보구..어쩌라구...”

 

꿈쩍도 않는 휘진의 팔을 재혁이 잡아 당겼다.할수없이 밖으로 끌려나오다시피한 휘진이 재혁을 노려봤다.

 

“그러니까 은아씨가 흔들리는거에요..은아씨를 믿고 있지 않는거잖아요!!”

 

재혁은 휘진의 말에도 대꾸도 없이 차를 몰고 가버렸다.....나쁜놈.....

 

하늘에서 휘진을 비웃기라도 하듯 우르르 꽝하고 비가 쏟아졌다.나무밑에 간신히 피한다고는 했지만...마구마구 쏟아져내린비에는 속수무책이었다....돈 없다고 얘기라도 할걸.....휘진은 핸드폰을 꺼내들었다.....이럴때 생각나는 사람이 왜 하필 그사람이지?휘진은 석준의 번호를 눌렀다.........지금저희고객전화기의전원이 꺼져있습니다.잠시후..........휘진은 전화기를 닫았다.



석준은 회의가 끝나자 꺼져있던 휴대폰을 켰다.폰이켜지자마자 전화기가 울렸다.은아였다.

 

“무슨일이야?”

“........”

 

석준은 이마에 내려온 머리를 손으로 슬어넘겼다.타이트한 은회색정장이 석준에게 잘어울렸다.

 

“석준씨.....여기 오렌지 하트에요...나올수 있어요?”

 

그녀의 말이 석준의 귓전에 맴돌았다.거절해야하는데....석준은 그러지를 못한 자신을 스스로 꾸짖었다.

 

“알았어”

 

끊자마자 서류를 정리하며 책상 끝 언저리에 걸터 앉아 턱을 검지손가락으로 문질렀다.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또다시 울리는 전화벨이었다.

 

“바쁘니?”

 

재혁이었다.

 

“휘진씨가 지금 일산쪽에 있을거야...”

 

석준의 인상이 점점 구겨졌다.

 

“잘하는 짓이다.....그리고 너.......은아 지금 오렌지 하트에 있다 ”

 

뚝 끊어버리는 석준이었다.석준은 서둘러 백화점을 빠져나갔다.밖에는 비가 언제부터 왔는지는 몰라도 물이 도로에 흥건히 고여 있었다....제기랄.....욕짓거리를 내뱉으며 석준은 서둘러 차에 올라탔다.적어도 1시간은 걸릴것이다...설마....없겠지...멍청한 여자가 아닌이상.....140을 밞으며 석준은 재혁이 가리켜준 위치대로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인적이드물었다.내심 안심이 되었다.....내가 바보지..택시타고 갔을거라는 생각을 왜 못했지?석준은 핸들을 꺾으려다 나무밑에 쭈구려 앉아 있는 휘진을 보았다.젠장...미쳤군....석준은 얼른 휘진앞에다 차를 멈추었다.그리고 성급히 내려 엎드려 있는 그녀의 양어깨를 잡고 일으켜세워주었다.

 

“너 바보냐?!!아이큐가 두자리수야?왜 이렇게 모자라?엉?비 쫄딱 맞고 뭘어쩌겠다는거냐구?어휴~천치같은게”

 

어깨를 들썩 거리며 휘진이 고개를 들었을때는 빗물인지 눈물인지는 몰라도 휘진의 얼굴에는 물기가 하나가득 차있었다.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석준이 답답함에 못이겨 다시한번 툴툴거렸다.

 

“옆에사람 피곤하게 하는게 니 특기냐?나 비맞는거 젤 싫어해!얼른타”

 

휘진은 부들부들떨며 석준을 쳐다보다 드디어폭발해버리고 말았다.

 

“아앙~으으윽아앙~”

 

서럽다는 듯 온몸을 들썩 거리며 우는 휘진을 보며 한심하다는 듯 쳐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