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료계에 바란다!

허남주2008.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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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대생 친구와 한국 의료계에 대해 몇 차례 토론을 하면서 나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무조건적인 비판이 아니라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비판을 위해 자료도 찾고, 신문기사도 찾아보고 이 글을 썼습니다. 의대생도 아니고 의료계 종사자도 아닌 문외한이 쓴 글이니만큼 잘 못된 부분도 많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이성적인 비판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1. 의료사고에 대하여...


  우리나라에서 의료사고가 있을 시, 이를 입증하는 것은 전적으로 '환자'의 몫이다. 의료 지식이 전무하고, 의료사고와 관련한 정보도 하나 없는 환자가 이를 입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어렵게 기초적인 의료기록을 입수한다손 치더라도, 어려운 의학용어러 쓰여진 기록을 분석하여 진료과정에서의 오류를 찾아내는 것은 일반인의 지식수준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법적 대응을 포기한다.


 이를 구제하기 위한 법률이 무려 '20여년'동안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바로 '의료사고피해구제법안'이다. 이 법안은 현재 의료사고 발생 시 사고 원인을 피해자가 입증해야 하는 것을 의사가 자신으 무혐의를 입증하도록 하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아울러 의료분쟁조정위원회를 신설해 조정위에서 결정된 내용은 재판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법안은 벌써 3차례나 폐기된 전례가 있다.
 왜 하나의 법률이 통과되는데 20여년이 걸리는지는 뻔하지 않은가? 의협 어르신들이 핏대를 세우고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의견에도 타당성은 있다. 의사가 자신의 소신데로 진료를 할 수 없고 불필요한 검사과정이 늘어날 수도 있는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피해자 측에 압도적으로 불리한 현 체제를 유지할 수는 없지 않은가? 어차피 환자를 마취시키고 강간을한 의사도 몇 년후 면허를 재취득하는 것이 현 상황인데 자신의 무죄를 입증치 못한다고 해도 피해자의 슬픔에 비해 얼마나 큰 고통을 느끼는 것이냐 말이다. 몇 년 후면 면허를 다시 취득하고 다시 영업을 할 수 있을텐데 말이다.


 여기서 내가 주장하고 싶은 바는 의료사고 시 피해자들을 도와줄 수 있는 법적수단을 한 시 바삐 마련하고, 나아가 '가능하다면' 명백한 과실과 윤리적으로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의사에 대한 중징계도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와 같은 솜방망이 처벌로는 결코 그들이 죄를 반성하지 않을 것이다.

 

2. 의료수가와 의료보험 그리고 Top Class 학과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오늘날 의대에서는 메이저학과인 외과/내과를 제치고 마이너학과였던 안과/피부과/성형외과 등의 학과가 Top Class로 등장하였다. 의대 내부에서 뛰어난 성적을 받은 이들이 사람의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학과보다는 마이너학과로 몰려가고 있다. 결국 중위권 의대생들이 사람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외과/내과로 진로를 잡게된다. 물론 성적만으로 그들의 미래실력을 절대 예측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성적이 높은 학생들이 높은 잠재력을 높은 비율로 보유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이런 유망주들의 유출은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의학발전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간단하다. 외과/내과는 위험부담에 비해 의료수가가 낮은 반면 마이너학과들은 크게 위험하지않은 시술을 하면서 높은 수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의료수가이다. 의협은 의약분업 사태 이후 밥벌이인 약값마진과 리베이트를 잃은 대신 높은 의료수가 상승을 요구하고 처절한 그들의 위협에 못이긴 정부는 급격한 인상을 허락한다.(우리나라의 의료수가가 매우 낮다는 의견은 대부분 이 당시 형성된 것으로 본다.) 의약분업이후 2001~2년 사이 동네의원의 개업러쉬가 이어졌고 대학병원은 큰 타격을 입었고 여론은 악화되었다. 정부는 여론에 힘입어 다시 수가 인상율에 손을 대기 시작하였고 (인하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하위권 개인병원 일부는 임대료/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주저앉기 시작한다. 이 후 의협과 정부는 계속해서 대립하고 있다. 이렇듯 의료수가는 의사들의 돈줄을 쥐고있기에 매우 민감한 문제다. 그런데 이 의료수가에 영향을 받지 않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앞에서 언급한 마이너학과이다. 마이너학과들은 수가와 무관한 시술이 대부분이고 (즉 보험이 적용안되서 정부가 외면하는 시술들), 그렇기에 여전히 큰 돈을 벌 수 있다. 치대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면 내가 여기 안 있는다. 벌써 정치인 밑으로 들어갔지. 그러나 의견은 내본다. 현실적인 의료수가를 책정하고 (지금은 조금 과하지만 너그러이 여겨서 적당하다고 보자) 그 적용범위를 마이너학과에게까지 넓히는 것이다!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치과라니 듣기만 해도 멋지지 않은가? 비판하려면 비판해 나도 더이상의 해결책은 모르겠다구...

 

3. 모든 것이 수도권 과잉


  수도권 과잉 현상은 이제 의료계에도 극심하게 나타난다. 서울 내에 개인병원은 벌써 몇 년 전 부터 포화상태이다. 반면 지방이나 공중보건소에서는 의사 가뭄에 허덕이고 있다. 그런데 이를 비판하기에는 다른 분야의 수도권 과잉 현상이 너무나 뚜렷하기에 비판하기 차마 힘들다. 의사의 양심에 기대여 그들이 높은 수익을 포기하고 진정한 봉사를 위해 시골로 내려가거나 보건소로 들어가길 바라는 것은 오늘날 사회에서 교과서에서조차 나오지 않을 이야기이다. 그들을 낚을 건덕지가 필요한데...사실 별로 없다. 그네들이 필요로하는 것은 돈이고 돈은 도시에 모이기 마련이니...전체적인 수도권 과잉을 해소하지 않는 이상 이 문제를 풀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4. 미스테리한 의대정원


  의료계 인사들은 말한다. 우리나라는 충분한 의사를 보유하고 있고 몇 년 있으면 의사과잉으로 인해 의사들이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반면 시민단체는 말한다.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의사 1인당 국민수가 턱없이 높다고.


  어렵다 어려워. 사실 객관적인 자료를 보면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유럽에 비해 2, 3배정도...그런데 전문가이자 당사자들인 의료계에서는 반대로 말한다. 몇 년 전부터 이제 곧 의사과잉 시대가 올 것이라 말하며...의대 공급은 10년 주기이기 때문에 90년대 초, 중반부터 우후죽순처럼 돋아난 의대들에서 배출된 의사들이 2000년대 중, 후반부터 사회에 공급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의대정원을 줄이고 의학전문대학원을 실시한다. 정말 어렵다. 누구의 말이 진실이지?


  사실 병준이와 토론하던 초창기에만 해도 나는 햇병아리 경영학도 답게 단순하 수요/공급 그래프에 기대어 의사 수를 늘리면 의료비가 내려갈 거라 예상하고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곧 현실성이 결여된 생각인 것이 드러났다. 우선 의사 수를 늘리려면 의협이라는 난공불락의 성을 점령해야 하며, 의사 수를 늘린다 손 치더라도 시장의 특성상 수요그래프의 변화 폭은 거의 없을 것이다. 즉 공급의 가/감에 상관없이 수요는 일정한 것이다!(이런 간단한 이치를 이제야 알다니!!! 바보인가 -_-)


  하지만! 의료비와 상관없이 의사 수가 충분히 확보되어야지 보다 질 높은 의료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아무래도 의사가 한 명의 환자에게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을 테니깐...그리고 아쉬움없이 강간의사 같은 놈들 도덕성이 의심받는 의사들을 의료계에서 퇴출시킬 수도 있고 말이다.

 

5. FTA에는 침묵하다가 의료시장개방에는 핏대 세우는 그들


  개인적으로 의료시장개방에 찬성한다. 그 이유는 서민들에게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득이 될 것이다. 의료계의 특성한 강대국이라고 박리다매를 통해 후진국의 시장을 점령하기 어렵다. 기본적인 인건비와 약품비가 상당하기 때문이고 보험이라는 장벽이 있기때문이다. 그러하기에 외국병원이 싼 가격에 의료서비스를 대량으로 지급하리라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돈 많이 버는 이들을 타겟으로 삼을 것이다. 이름있고 실력있는 병원의 지사가 한국에 설립되고 이들은 비싼 가격에 고품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당연히 그런 곳은 돈 많은 이들이 주로 찾을 것이다.


  또한 미국의 의료수준이 우리나라보다 앞선 것은 기명사실이다. 의료시장이 개방되면 우리나라 의학수준으로 고칠 수 없는 병들을 치료받을 수 있지 않을까? 이건 물론 일반인의 시각이다. 의대친구들의 비판은 겸허하게 수용하겠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보다 많은 노하우와 우수한 장비가 있다. 의료진의 수준을 배제하더라도 이 정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치료받지 못하던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돈의 문제를 떠나서 속절없이 죽어가던 생명을 살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6. 마지막, 성분명 처방 추진


  의약분업사태 때 정부가 추진하던 방안이 결국은 의협에 백기를 듬으로써 왜곡된 것이 바로 이 성분명 처방이다. 성분명 처방이란 현행의 상품명 처방과 대립되는 개념이다. 현재는 의사가 처방전에 '어떤 회사의 어떤 약을 써야한다'라고 명시하지만 초창기 의약분업 때 추진되던 성분명 처방에서는 '어떤 성분의 어떤 효과의 약을 쓰라'고 명시하여 약사가 소신을 가지고 조제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어떤 차이가 있기에 못 잡아 먹어서 난리일까? 상품명 처방에서는 그 유명한 리베이트가 가능하다. 즉 의사가 제약업체에게 뇌물을 먹는 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 의사들의 큰 수입원 중 하나였다. 반면 성분명 처방을 할 경우 이 뇌물은 고스란히 약사에게 갈 가능성이 크다.(이 땐 보통 '빽마진'이라고 한다더라) 결국 즈그들 밥그릇 싸움인기라.


  하지만 이런 부패를 감안하더라도 성분명 처방이 추진되어야 하는 이유는 제너릭(Generic 복약제품) 때문이다. 외국의 비싼 약을 복제한 제너릭들을 씀으로 인해서 약값은 혁신적으로 낮출 수 있다. 제너릭의 원가의 경우 오리지널의 1/7~1/6 수준으로 무지하게 저렴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약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간섭해서 약값이 1/2 수준으로 높지만 성분명 처방이 시행되면 이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 Brav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