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가는 등록금.. 경제학으로 대응하겠다.

김명진2008.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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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등록금 인상문제로 인한 여파가 굉장히 크다.

이것은 현실관계로써 우리의 피부에 직접 와닿는 고통현상이다.

그들의 등록금 인상에는 여러가지 이유를 내세우며 합리화를 위한 대상으로 세계많은 강대국들의 대학교 재정 규모를 내세운다. 사실 한국 대학의 재정 규모는 경쟁국가의 대학들과 비교하면 낯뜨거울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합리적인 등록금 인상을 위해서는  투명성 문제가 제기 될 수 있다.

ㅡ돈이 어디로 새는지도 모르는데 더 내라니, 말이 되는가ㅡ선결되어야 할 것이며, 교육시장 개방과 관련해 교육의 공공성과 경쟁력이란 복잡한 이슈도 얽혀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단일 포스트에서 이런 광범위한 문제들을 한꺼번에 다루는데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우선은 '대학교육 시장'의 대표적 수요자인 '학생'과 공급자인 '대학'을 중심으로 등록금 인상에서 고려되어야 할 점들을 분석하고 '선진국형 등록금 인상론'의 문제점을 제기해보려 한다.

 

먼저 '수요·공급의 가격 탄력성' 이라는 개념부터 설명하려 한다.

우선 '탄력성(elasticity)'은 수요량이나 공급량이 그 결정변수의 변화에 대해 반응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개념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면 탄력적 그렇지 않으면 비탄력적이라 한다. 마찬가지로 '수요의 가격탄력성(price elasticity of demand)'은 어느 재화의 '가격'이 변할 때 그 재화의 수요량이 얼마나 변하는지를 나타내게 된다. 대체적으로 필수품에 대한 수요는ㅡ병원진료비 등ㅡ비탄력적이며, 사치품에 대한 수요는ㅡ고급자동차ㅡ탄력적인 경향이 있다.

 

수요의 가격 탄력성은 밀접한 대체재의 존재 여부에도 영향을 받는데, 어느 재화에 밀접한 대체재가 있으면 소비자들은 그 재화 대신 다른 재화를 사용할 수 있으므로 그 재화의 수요는 탄력적이게 된다. 예를 들어 비슷한 수준의 효용을 제공하는 대학 A와 B가 있을때, A 대학이 등록금을 12% 인수하면 B 대학에 가면 그만인 것이다. 반면, 대학교육 전체로 봤을때, 대학 전반의 등록금이 인상된다고 해서 대학교육을 포기할 수험생은 적을 것이기 때문에 이 경우 대학교육에 대한 수요의 가격탄력성은 비탄력적인 것이다. 등록금 논의는 대학의 전반적인 등록금 수준을 논하는 것이기 때문이 후자의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공급의 가격탄력성((price elasticity of supply)'는 특정 재화의 가격이 변할 때 재화의 수요량이 얼마나 변하는지를 나타내는데, 곡선을 그리는 수요의 경우와는 달리 직선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는 수요자의 경우 가격이 낮으면 구매량이 늘어나고 가격이 높으면 구매량이 줄어들지만ㅡ생필품의 경우엔 예외ㅡ공급자의 입장에선 공급이 초과하거나 부족하면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최적화된 양만큼을 공급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학의 공급에 대한 가격탄력성을 살펴보자. 만약 대학 전반의 등록금을 내리라고 정부나 학부모·학생들이 압력을 넣어 이전 '가격'을 받을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막말로 학생 안 받으면 그만이다. 당장 올해 입학을 못하면 재수냐 삼수냐 군대냐로 절박한 학생들의 입장과는 달리 대학들의 입장은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때문에 대학(공급자)의 가격탄력성은 탄력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경제학적으로 설명하면 단기에서 장기로 갈 수록 수요·공급의 가격탄력성은 커지게 되는데 수요자(학생)에겐 시간이 없고 공급자(대학)에겐 시간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앞의 두 경우를 종합하여 등록금 인상의 경우를 살펴보면 어떻게 될까. 아래 그림과 같이 등록금이 일정 수준 인상되었다고 가정하자. (P → P') 앞에서 살펴봤듯, 수요자의 가격탄력성은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수요는 그다지 변하지 않는다. 반면 공급자는 오른 가격 그대로 공급하면 그만이다. 그 결과, 수요는 둘의 탄력성이 동일할 때보다 덜 감소하게 된다. (X → X')

그 결과로 전체 학생들이 부담하는 총 비용은ㅡ총비용=수요×가격; 아래 그림에서의 '면적'이다. 보라색은 겹치는 부분이다.ㅡ 증가하게 된다. 반면 공급자 입장에선 탄력성이 동일할 때보다 공급의 감소가 줄어드므로 총 수익(공급×가격)은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왼쪽 수요공급곡선의 최적점에서 구해지는 '면적'을 오른 쪽에서 비교해보면 증가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등록금 인상분은 대학보다 학생쪽이 더 많이 부담하게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대학교육이 사회적으로 중요할 수록 이 차이는 더 벌어지게 되는데, 학생과 대학 사이의 협상력 불균형이 더욱 심화되기 때문이다. 불균형이 심하면 심할 수록 인상분의 대부분은 학생이 부담하게 된다. (소득세를 인상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국가의 노동시장이 만성적인 공급초과라는 점을 감안하면 소득세 부담은 기업보다는 노동자가 지게 된다. 호황기의 극장산업도 마찬가지다. 영화관람에 문예진흥기금이니 뭐니를 부과하면 관객들의 부담이 훨씬 크게 된다.)

결국 별다른 대안 없이 대학 등록금을 인상한다면, 그 폭이 크면 클 수록 대학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불공정한 게임이 되는 것이다. 더구나 1000만원 이상이라니. 현행 등록금 평균의 2배가 넘는 액수 아닌가.

달리 고려되어야할 부분은 등록금의 '지렛대 효과(leverage effect)'이다. 지렛대효과는 간단히 말해 전체 대학 재정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으면 적을 수록 '단위 등록금의 효용(benefit)'은 높아지며 '단위 등록금 증가분의 학생 부담분'은 감소하게 된다는 것이다. (학생과 대학이 마주앉아 있는 '시소'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재정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 수록 학생은 시소의 중심에서 더 멀리 앉는 것과 같은ㅡ또는 시소의 중심을 대학쪽으로 옮기는 것과 같은ㅡ효과를 누리게 되는 것이다. 같은 무게, 즉 같은 액수의 등록금으로도 같은 효용을 누릴 수 있게 된다.)

대학의 재정을 구성하는 주요 재원은 등록금, 재단전입금, 기부금, 국고보조금이라고 할 수 있다. 재단전입금과 기부금, 국고보조금의 비중이 크면 클 수록 등록금 인상은 설득력을 가지게 되고 학생의 불리함도 줄어들게 된다. 지렛대 효과는 등록금 인상을 좀 더 모두에게 공정한 게임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한편 재단전입금과 기부금은 대학측이 노력할 부분이며, 국고보조금은 정부의 몫이다. 대학과 정부는 학생을 위해ㅡ또 대학경쟁력과 국가경쟁력을 위해ㅡ이들 재원의 비중을 늘리려 노력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대학의 재정 구조는 어떤 상황일까. 국정감사에서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사립대 재정 전체에서 등록금ㆍ수강료가 70.9%를 차지하고 있고 전입금 9.1%, 기부금 11.1%, 국고보조금 1.8% 순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수치상으로 보면 등록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매우 취약한 재정구조임을 알 수 있다.

재단전입금과 기부금 비율이 낮은 것은 위에서 살펴봤든 학교측이 학생들의 궁박한 처지를 이용해 재정확충을 위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은 결과이다. 특히 '경쟁국가'들과 비교해도 턱없이 낮은 기부금 비율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먼저 노력부터 하고 등록금 인상을 주장할 일이다. 재단전입금이 적은 이유는 우선 부실사학 재단의 도덕적 해이도 큰 원인이겠지만, 국내대학의 기형적인 서열구조에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투자가 아니라 인서울 또는 입학생 수능성적 따위로 경직적이고 획일적으로 서열화된 시장환경에서 투자의욕이 생길리가 없지 않은가.

한편, 정부 부담분인 국고보조는 더 낮뜨거운 수준이다. '2004년도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2001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내 고등교육비의 민간ㅡ사학재단, 기부금, 학생ㅡ부담률은 한국이 2.3%로 조사대상국 중 가장 높은게 현실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각각 0.1%, 영국 0.3%, 일본 0.6%, 미국 1.8%였으며 OECD 평균은 0.3%) 반면 GDP 대비 고등교육비의 공공부담률은 한국이 0.4%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가(0.8∼1.0%)의 절반 이하에 머물르고 있다. (OECD 평균은 1.0%) 재정적인 지원은 외면한채 행정편의주의적인 규제 일변도로 말로만 '교육의 공공성'을 외쳐온 것이다.

한마디로 한국의 대학교육 시장은 사학과 정부가 합심해 학생들을 물먹이는 구조라는게 현실인 것이다. 개인적을 절대적인 등록금의 액수나 인상이 문제가 아니라 이런 불합리한 구조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이 해결된다면 등록금 인상이 뭐가 문제겠는가. 대학교육은 간판을 위한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중요한 것은 투자 대비 효용이 아닐까. 등록금의 인상률이 합리적으로 설정되고 인상분을 대학교육의 주체들이 고루 분담하여 (투명성이 확보된다는 전제 하에) 확충된 재정이 대학교육의 충실화에 기여한다면 말이다. 이런걸 윈-윈 게임이라고 하지 않나?

그렇다면 소위 '명문사학'이라며 등록금 인상의 선봉에 나서고 있는 연세대의 재정 구조는 어떨까?  연대 홈페이지의 '2005년 추경예산 공고'를 참고하면 당기자금수입인 5591.27억원에서 등록금은 2778.54억원으로 49.69%, 재단전입금은 1208.68억원으로 21.62%, 기부금은 395.46억원으로 7.07%, 국고보조는 176.33억원으로 3.15%를 차지하고 있다. 기부금 비율이 대학평균보다 다소 낮기는 하지만, 연세대의 기부금 유치액은 전체 사학 평균을 상회하는 편이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한다. 반면, 높은 재단전입금 비율로 인해 재단전입금과 기부금 비율을 합하면 28.69%로 대학평균인 20.1%를 상회하고 있다. 국고보조도 근소하지만 대학평균인 1.8%보다 높아 등록금 의존율에서 대학평균(70.9%)를 훨씬 하회하고 있다.

하지만, 연세대의 기부금 유치 실적은 절대적 액수뿐만 아니라 상대적 비율에서도 '(영미권) 선진국의 경쟁대학들'의 평균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국민소득을 감안한 선진국 수준의 등록금 인상'을 주장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투명성 이슈조차 해결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 아닌가. 선진국 수준의 인상을 원한다면 선진국 수준의 경영을 보여달란 말이다. 그래야 설득력이 있지 않겠는가. 내 생각에 경쟁력 있는 대학의 등록금 비중은 40% 이하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버드 대학이 막대한 기부금에 힘입어 20%라는 멋진 등록금 비중을 유지한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영미권 선진국의 경쟁대학들은 총장선출에 재학생과 졸업생이 개입하는게 일반적이며ㅡ하버드도 마찬가지다ㅡ여기서 주요 평가요소는 '기부금 유치능력'이 된다. 기본적으로 총장은 교육자가 아니라 경영자라는 마인드가 깔려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선진국형 등록금 인상'은 개방형 이사 몇 명에 '빨갱이 좌파' 운운하면서도 기부금 유치실적은 저조한 국내 사학의 전 총장이 꺼낼 아이템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진짜 시장주의가 뭔지 곰곰히 생각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