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크 (Smoke, 1995)

류영주2008.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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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크 (Smoke, 1995)

 

  미국 / 가족, 드라마 / 112 분 / 감독: 웨인 왕

  (★★★★☆)

  1995년 제4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영화음악상

  1996년 제5회 MTV영화제 최고의 영화속 샌드위치

 

  이 영화는 '폴 오스터(Paul Benjamin Auster, 1947∼)'가 쓴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Auggie Wren’s Christmas Story, 1992)’를 영화화한 것이다. 세계 영화사를 빛내는 100편의 영화 중에 가 들어있는 이유는 아마도 중국계 미국인 감독의 영화라서가 아니라 색다른 미국영화, 그것도 무척이나 따뜻하고 눈물겨워서 '웨인 왕(Wayne Wang, 1949∼)'이 나눈 다섯 개의 분절 속에서 헤어 나오기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헐리우드에서 일하는 홍콩 출신 감독 '웨인 왕'이 제작한 은 솜씨 있는 이야기꾼으로서 그의 재능이 그대로 드러난 영화이기도하다.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장 르누아르와 오즈 야스지로, 에릭 로메르 감독의 장점을 합쳐놓은 걸작’이라는 굉장한 찬사까지 받았다.

  브르클린의 작은 모퉁이의 담배 가게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소소한 일상을 담고 있는 이 영화는 아주 인상적인 장면이 나온다. 담배 가게 주인인 오기는 어느 날 그의 단골손님인 소설가 폴에게 자신의 사진첩을 보여준다. 그 사진첩에는 오기가 13년 동안, 매일 가게 앞에서 아침 8시에 찍은 거리의 사진이 무려 4,000장이나 채워져 있다. 늘 똑같은 위치, 똑같은 시간에 찍은 것이다. 대충 사진첩을 보고 있는 폴에게 오기는 “천천히 보라”고 충고를 해준다. 폴이 “다 똑같지 않냐”고 반문하자 오기는 그 이유에 대해서 설명을 해준다. 맑은 날 아침, 흐린 날 아침, 여름 햇볕, 주말, 주중, 우산을 든 사람, 겨울 코트를 입은 사람, 짧은 셔츠에 반바지를 입은 사람 등등...다른 사람이 같아질 때도 있고 똑같은 사람이 사라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햇빛이 다르고, 사람이 다르고, 지나가는 차가 다르고, 심지어는 바람의 움직임도 다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구는 태양주위를 돌고 태양은 매일 다른 각도로 지구를 비춘다는 것이다. 결국 같은 사진은 단 한 장도 없다는 것이다.

  영화의 화면 구성이 취하고 있는 양식을 보면, 지극히 사실주의적인 노선을 선택한 듯 보인다. 카메라의 앵글, 구도, 그리고 조명은 극단적 혹은 인위적이지 않은 입장을 보인다. 사선구도 등과 같은 불안정한 구도를 배제하고 인간의 눈과 비슷한 느낌의 심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 화면 구성으로 인하여 이 영화는 마치 실제생활의 한 단면을 잘라서 화면에 옮겨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인생이란 어쩌면 담배연기처럼 삶의 의미 없음과 덧없음을 이야기하지만, 그 속에는 삶이 있고, 삶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길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