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1999, Lies)

류영주2008.04.01
조회1,205
거짓말(1999, Lies)

  거짓말(1999, Lies)


 

  한국/ 로맨스 / 115분 / 감독: 장선우

  (★★★★★)

 

  미친 사랑의 유토피아.

  은 숫처녀인 여학생 와이와 38살 먹은 조각가 제이가 만나 벌이는 강박적인 사랑을 그린다. 영화는 우선 아주 생생하게, 세 구멍에 대한 탐닉을 묘사하는 데 이어 미친 사랑으로 발전해 사도마조히즘의 난타전으로 맺는 열띠고 강박적인 사랑을 그린다. 이 영화는 분명 뭔가 뜻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매우 열정적인 두 번째 정사에서 제이는 와이에게 그녀를 때려도 되겠느냐고 묻고, 이후, 그녀는 맞은 상처를 즐거이 그녀의 친구에게 보여준다(얼마 안 있어, 그녀는 에로틱한 의식을 갖추기 시작한다). [버라이어티]는 이 영화의 90%가 섹스신들이라고 추정한다.
  변태적이고 도착적이건 아니건간에, 관음적인 시선으로 이리저리 훑으며 움직이는 카메라로 촬영된 누드의 자연스런 투쟁이랄 만한 행위들이 영화 전체에 넘쳐나는데, 어떤 대목들은 거의 실연처럼 보이기도 한다. 카메라가 거짓말을 하지는 않나? 두 연기자 모두 "우린 채찍질과 매를 즐길 수 있다"고 믿고 있다는 확신을 주었으며 그것이야말로 아마도 영화장면들에 어떤 신뢰감을 주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는 장 감독은, 한국에서 점점 세를 불리고 있는 용감한 영화감독 중에서도 손꼽을 만한 주요한 문제아다(그의 전작인 서울 스트리트 키드들에 대한 다큐적 필름은 라는 매우 시사적인 제목을 달고 있다). 은 한국의 검열제도에 도전할 뿐만 아니라, 충격을 주려고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 영화는 악명높은 한 한국 소설에 기반해 만들어졌다. 이 원작 자체가 96년에 발간되자마자 판매금지되고 포르노그라피로 몰렸던 것이다. 저자 '장정일'('장선우'와는 어떤 친척관계도 아니다)은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간헐적으로, 은 진실과 회상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이야기를 애매모호하게 만든다. 제이는 보이스오버를 통해 이야기하면서 심지어는 그가 등장인물로 나오는 그 소설을 언급하기도 한다. 감독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오는 신도 있고, 또 예전에는 한번도 연기경험을 가져본 적 없는 두 연기자 '이상현(실제로는 조각가)과 '김태연'(실제로는 모델)이 나와 이런 쇼킹한 작품에 그것도 거의 다 누드로 출연해 관객에게 보여지는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등의 인터뷰를 하는 인트로덕션도 있다. 와이의 탐욕스럽고 망연한 성격(어쩌면 이것은 김태연의 성격인지도 모른다)은 제이의 완고한 외골수를 충족시키며 보완한다. 영화도 그렇다. 장 감독은 제이의 3개월간의 파리 생활을 완전히 무시하고 그가 한국에 돌아오는 시점부터 다시 이야기를 잇는다. 제이는 공항 도착과 함께 와이의 학교로 향해 통계학도로 변신한 그녀를 찾아간다.
  반사회적인 개인주의를 찬양하는 데 알맞게, 은 느슨한 반(semi) 베리테 스타일로 촬영되었다. 들쭉날쭉한 구조에, 신선하고 재즈 같은 모습이다. 장 감독은 좁은 공간에서 와이드앵글을 사용하기 좋아하고 또는 엘리베이터 감시카메라 시점에서 찍기를 좋아한다. 음악은 아주 적절히 요동친다. 섹스신들은 종종 그들의 광기를 증폭시킬 수 있게 장치됐다. 영화는 비꼬인 유머들도 배제하지 않는다. 부드러움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때릴 때조차도 와이가 주도권을 쥐면서 점점 더 극단으로 치닫는다. 질투에 가득 찬 와이의 오빠가 제이 집을 불지른 뒤 이 커플은(이들은 뿌루퉁하게 심술난 아기 한쌍 같기도 하다)은 모텔에서 모텔로 옮겨다니며 섹스에 몰입하는 여행을 한다. 제이의 한도초과 크레디트카드와 섹스와 채찍질을 소비하면서.
  갑자기 거리를 두고 또 부주의해지면서 은 점점 가벼워지고 덜 젠체해진다. 영화의 흰소리 같고 장난스런 측면이 부인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는 아주 값진 장면이 하나 있다. 제이와 와이가 공사장을 뒤지다가 그 현실세계는 잊은 채, 알맞은 맷감만을 찾아 헤매는 장면 말이다. 장 감독은 이들의 완벽한 자기몰입을 실패한 유토피아로 공연히 묘사한 것이 아니다. 일할 필요없이, 먹고 섹스하고 살아가는 꿈, 바로 그 유토피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