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힘든가요? 그렇다면 당신도 ‘사랑장애자’

황옥균2008.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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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안 해도 또 못해도 고민인 것이 바로 ‘연애’이자 ‘사랑’인 시대. 남들에겐 쉬워 보이건만 내 문제가 되면 왜 그리 골치가 아픈 것인지. 사랑이 두렵고 사랑 앞에서 언제나 절뚝이는 그대. 어쩌면 당신도 하나쯤 품고 있을 그 트라우마에 대한 러브 솔루션.


‘사랑’이 힘든가요? 그렇다면 당신도 ‘사랑장애자’

first case 거부당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P는 아버지가 밖에서 바람을 피워 낳은 딸인데 다섯 살 무렵 생모와 생이별을 하고 계모의 손에 자랐다.
많은 드라마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계모의 모습과는 달리 그녀의 계모는 친모 못지않게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도 계모를 친모 이상으로 사랑했으며 친모를 한 번도 그리워하거나 찾지 않았다.
P는 아주 올바르고 정직하며 똑똑한 처녀로 성장해서 글을 쓰는 작가가 되었다.
그녀는 다른 면에선 모두 뛰어났지만 이상하게도 남자만 만나면 삑사리를 내고 차이곤 했다.
“전 거절당하는 게 두려웠어요. 제 인생은 거절당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잖아요.” P는 생모에게 거부당한 기억을 가슴 깊이 아로새기고 있었다.
그래서 만나는 남자마다 거절당하고 거부당하는 걸 두려워한 나머지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어색하게 굴거나 아무런 약속도 없는 연애가 두려워 만난 지 얼마 안 되는 남자에게 마누라처럼 굴어서 남자가 멀리 도망가게 만들곤 했다.
서로 호감만 가지고 아직 사귀지 않은 상태에서 지나치게 상대의 사생활을 알려 하거나(그녀는 자신의 아버지처럼 남자에게 다른 여자가 있을까 봐 늘 불안한 것이다), 사람들에게 사귄다는 소문을 퍼뜨려 남자를 곤란하게 만들어버린다든가(이 역시 소문내지 않고 비밀스럽게 만나다가 생모짝 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상대 남자는 아직 친구 감정일 뿐인데 혼자 너무 앞서 나가서 시부모 될 사람에게 선물하기 위해 험준한 지리산으로 상황버섯을 직접 캐러 간다는 걸 남자에게 강조해 말한다거나 하는 것 등이다.
P의 행동은 모두 거부당할까 봐 두려워서 나온 소심하고 불안한 마음의 발로일 뿐인데 그런 행동이 남자로부터 부담을 느끼게 하고 도망가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던 것이다.
모든 면에서 똑똑하고 잘난 P는 이렇듯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심각한 사랑장애를 겪고 있었지만 주위 사람들은 그녀가 연애가 안 되는 게 단지 ‘눈이 너무 높아서’라고 몰아붙였다.
“눈을 좀 낮춰~. 눈이 너무 높으니까 남자가 없지.” 그녀는 30대 중반의 어느 날, 자신보다 수입도 훨씬 적고 학벌도 낮은 남자에게 시집을 갔다.
그것도 남자의 많은 빚을 탕감해주고 예식장 비용에서부터 신혼집, 혼수까지 결혼 비용을 전부 그녀가 댔다.
남자는 시쳇말로 불알 두 쪽 차고 장가를 오는 판국이었다. 다들 잘난 그녀가 왜 애먼 남자의 빚까지 갚아주며 결혼을 하는지 궁금해했지만 그녀는 지금 아주 행복하게 잘살고 있다.
그녀가 자신보다 못난 남자의 빚을 갚아주며 결혼을 한 행동 자체가 자신의 오랜 트라우마를 치유해주는 행동이었던 것이다.
“이 남자는 내가 뭘 해도 날 좋아해주고 인정해주며 내 편이 되어줄 것 같아서요.” 그녀는 결혼의 이유를 그렇게 댔다.
어린 시절 생모로부터 거부당했다는 기억이 가장 큰 콤플렉스가 되어 잘나고 부족한 것 없는 여자인데도 그 트라우마 때문에 사랑에 아주 자신 없는 소심증 환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second case 이기적인 감정의 일방통행

반면 O는 누가 봐도 폭탄 중의 폭탄인데 자신이 폭탄이란 걸 전혀 인식하지도, 신경 쓰지도 않고 시시때때로 남자를 바꾸며 연애쟁이가 되어간 놀라운 케이스다.
O는 못생겼고 뚱뚱하며 성격 또한 못돼먹고 제멋대로였다. 주위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싫어했지만 자신은 그런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 O는 부모가 아주 나이가 많은 상태에서 어렵사리 늦둥이로 얻은 외동딸이었다.
그녀의 부모는 어렸을 때부터 그녀가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쁘다는 것을 늘 주지시켰다. 성인이 되어서도 그녀의 부모가 집에서 그녀를 부를 때는 “공주야~”였다.
O는 자신이 정말로 제일 예쁜 줄로만 알았고 어떤 남자에게도 자신 있게 대시했다.
못생기고 뚱뚱한 그녀가 너무도 자신 있게 대시하고 들이대자 처음에는 그녀를 이상한 여자 취급하던 킹카 남자들도 하나 둘 그녀에게 넘어가기 시작했다.
O의 너무도 안하무인 제멋대로인 성격이 소심한 남자들에게 먹힌 것이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천상천하 유아독존 공주병인 그녀의 성격을 못 버티고 모두 몇 달 안에 떠나갔다.
그래도 그녀는 기죽지 않았다.
1년에 열 명이 넘는 남자와 연애를 하고 그 모든 남자에게 모두 차였지만 O는 반성할 줄 몰랐다. 실연주를 마시며 나오는 그녀의 버릇은 핸드폰에 저장된 모든 남자에게 전화를 걸어 불러내는 것이었다.
“오빠, 나 은준데~ 한 시간 내로 여기로 와줄 수 있어?” 그녀는 한 시간 내로 달려와주는 남자와 그 다음 연애를 릴레이로 진행시켜나갔다.
P가 너무 자신감이 없어 사랑장애를 겪고 있는 경우라면, O는 부모에게 너무 사랑을 많이 받아 지나친 자신감으로 인해 사랑장애를 겪고 있는 케이스다.
언뜻 보기에 O의 경우는 사랑장애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P보다 더 지독한 ‘사랑장애증’이다. 상대와 사랑의 감정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일방통행으로 자기 감정만을 위해 상대를 편리하게 이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1년에 열댓 명의 남자와 연애를 하고 수십, 수백 명의 남자가 그녀의 리스트에 올라도 그녀는 끊임없이 목이 마르고 배가 고플 뿐이다.

third case 첫사랑의 아픈 기억

첫 번째와 두 번째 트라우마의 원인이 부모로부터 기인한 것인 데 반해 세 번째 트라우마의 원인은 바로 낯선 타자와 이루어진 ‘첫사랑의 실패 경험’이다.
‘내가 지금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가’ 하는 것은 ‘이 사람을 만나기 전 어떤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사랑을 했었는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첫사랑’의 경험이 중요하다. 보통 ‘첫사랑’이란 단어는 아련하고 로맨틱한 추억의 단어로 이용되곤 하는데 첫사랑은 현실적인 관점에서 더 중요하다.
첫 번째 이성과의 관계가 어떠했느냐에 따라 일생의 이성관이 크게 달라진다. U의 첫사랑은 건달이었다.게다가 애인이 있는 남자였다.
U는 그 남자를 위해선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첫사랑의 열병을 지독히 앓았다. 심지어 애인이 있는 그를 차로 교통사고를 내어 다리 불구로 만들 생각까지 여러 차례 했다. 그만큼 그를 가지고 싶었다.
그녀의 사랑이 너무 지독했던지 잠시 잠깐 지루한 애인을 피해 바람을 피우려던 남자도 U를 부담스러워했다.
결과는 뻔했다. 애인에게 들통이 나고 한바탕 남자와 U와 남자의 애인 사이에 난리판이 벌어졌다.
남자는 비겁하게 도망을 갔다. U에게 남자의 애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J가 그러는데 니가 성격이 하도 사이코 같고 특이해서 실험 삼아 한번 만나본 거래. 내가 사과할게. 내 남자 내가 관리 못한 거. 그러니까 앞으로 내 남자 건드리지 마.”
U의 첫사랑은 이렇게 잔혹하게 끝을 맺었다. U의 머릿속에는 남자가 자신에게 ‘사이코 같아서 실험 삼아 만났다는’말과 함께 ‘내 남자 내가 관리 못해서’라는 말이 강하게 아로새겨졌다.
U는 그날부터 정말 남자가 말한 대로 사이코 같은 특이한 성격이 되어갔다.
그리고 무엇보다 꼭 애인이 있거나 아내가 있는 남자만 사귀었다.
사이코 같은 행동과 사고를 보임으로써 역으로 사람들에게 남자가 말했던 것과는 정반대로 ‘이렇게 사이코처럼 행동해도 넌 정상이고 올바르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이고, 아내나 애인이 있는 남자를 빼앗음으로써 그녀가 첫사랑한테 받은 상처를 보상받고 싶었던 것이다. 그녀는 30대 후반인 나이에 아직도 유부남을 만나 상처를 받고 있다.
그녀의 목표는 유부남을 이혼시키고 빼앗는 것이지만 결과는 항상 그녀의 첫사랑처럼 실패과 상처로 끝을 맺고 있다.

the check-point 러브 트라우마, 그 빌어먹을 도돌이표

사랑장애, 사랑공포증을 유발하는 부모와의 관계나 첫사랑의 실패와 같은 요인이 무서운 이유는 그 장애가 꼭 뫼비우스의 띠처럼 순환된다는 점이다.
부모에게 거부당한 아이는 자라서 사랑장애를 겪고 자신을 사랑하는 이성보다는 부모처럼 자신을 거부하는 상대를 은연중에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또 자신이 부모가 되어 자신의 아이에게 똑같은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첫사랑의 경험도 미래의 사랑을 결정하는 데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첫사랑에 좋은 이성을 만나면 그 다음 사랑, 그리고 결혼까지도 좋고 훌륭한 이성을 만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이상형’이란 결국 자신이 바라던 부모의 또 다른 상이거나 첫사랑의 기억에서 만들어낸 어떤 이미지의 환상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 첫사랑으로 어떤 상대를 택하느냐도 엄밀히 따지고 보면 부모한테서 어떤 사랑을 받고 부모와 어떤 관계였느냐가 작용한다. 결국 사랑을 하는 데서 일생을 좌우하는 것은 ‘부모’와 ‘가정환경’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결혼할 때 ‘부모’나 ‘가정환경’을 보라는 말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재산이나 학벌을 따지는 것처럼 계산적인 시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외적인 조건에서 부모나 가정환경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내 배우자와 그 부모와의 관계를 보고 가족이 어떤 관계로 유지되고 있는지를 보면 미래의 배우자와 자신의 미래의 상까지 내다볼 수 있을 터.
사랑을 받은 사람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고 포용할 수 있다.
바람둥이들은 애정결핍증 환자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많은 사람에게서 사랑받는 사람보단 많은 사람을 사랑할 수 있고 사랑을 베풀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큰 사람을 선택하는 게 좋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실패한 사람이나 첫사랑의 뼈아픈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한 영혼들은 또 다른 사람을 상처 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사랑장애는 상처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큰 상처든 작은 상처든 몸에 든 멍이나 상처 치료하면 금방 없어지지만 사랑의 상처는 무의식 속에 깊이 깊이 가라앉아 한 사람의 일생에 여러 가지 자국을 남기며 사랑을 할 때마다 파도가 일어 바다 속에 가라앉은 앙금을 띄워 올리듯 불쑥불쑥 떠올라 영향을 미친다.

the solution 당신의 사랑장애,‘당신’만이 해결책이다

저런 트라우마가 없어도 성격적으로 연애가 잘 안 맞고 소질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
연애는 의외로 소질이나 재능이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타고나길 연애를 잘 하도록 만들어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체질적으로 ‘연애치’인 사람이 이따금씩 있다.
이들 연애치들의 특징은 자신이 연애에 소질이 없고 연애치의 특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인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저 ‘왜 난 연애운이 없을까?’만 고민한다. 이런 연애치까지도 사랑장애자에 포함시켜야 지켜야 할지 망설여지지만, 어쨌든 뭘 잘 못하는 ‘치’들도 장애는 장애니까. 하지만 연애치들은 학습과 훈련으로 어느 정도 정상(?)이 되는 재활 치료가 가능하니 아직 희망은 있다.
어차피 연애란 많이 하면 늘게 되어 있고 선수가 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선천적이거나 후천적 성격 요인으로 인한 단순한 연애치가 아니라 부모와의 트라우마나 첫사랑의 트라우마로 인해 심각한 러브 콤플렉스를 끌어안고 마음속에 커다란 중금속 바윗덩어리를 가득 채우고 사는 인간들에게는 해줄 말이 없다.
그들은 자신의 문제를 너무 잘 알고 치유가 많이 힘들다는 사실도 스스로 알 테니까.
결국 사랑에 대한 트라우마는 스스로 노력하여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해주고 싶은 말은, 자신에게 사랑장애가 있다고 해서 절대 상대가 나를 치료해줄 거라거나 나를 상대에게 맡겨서 위로받으려 하지 말 것.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건강한 사람만이 건강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고 나를 정말로 많이 사랑하는 사람만이 상대로부터도 진심으로 사랑받을 수 있다.
결론은, 자신의 사랑 문제는 자신만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